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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고목 : 그렇게 꿈은 시작되었다.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18

고목은 그 거대한 가지를 드리우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때론 그 거대한 몸을 유지하기가 버거울 정도로 고된 시간도 있었지만 그가 지나온 시간이 항상 그리 평안하지만은 않았기에 괜찮았다. 그는 모든 것을 봐왔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때론 그의 거대한 가지에 끈을 묶어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놀기도 했고, 때론 그의 가지 아래에 죽어가는 자를 버리기도 했다. 그는 그 자리에 언제나 온전히 서서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또한 품었다. 죽어가는 이는 품속에 담아 홀로 가는 길이 섧지 않도록 품었고 웃음으로 가득 찬 아이들의 미소가 언제나 이어지도록 가지를 내리 당기는 힘을 꿋꿋이 버텼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이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라. 고목은 언제나 그렇게 한걸음 뒤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고목은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언덕배기에 홀로 있었고 주변에 민가가 있던 시절도, 없던 시절도 있었다. 많은 동물들이 그를 집으로 삼기도 했고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삼기도 했다. 인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를 찾았으니 시끌벅적 하지 않을지언정 항상 오가는 기척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것은 똑같았다. 그 날, 달이 유례없이 밝고 크게 뜬 그 날 밤이 오기 전까지는.

밤이 깊어지고 달이 그 찬란한 빛을 대지에 쏟아내는 순간까지 고목은 그저 언덕배기를 집삼아 그저 서 있었다. 평소보다 더 환히 빛나는 달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하늘을 보고 있었다. 어느 구슬픈 울음이 그의 주변을 가득 메우는 순간까지. 고목은 언제나와 같이 그저 그 울음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꾹꾹 눌러 담은, 짓눌린 것 같은 울음소리가 너무도 구슬펐다. 저런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던가. 고목은 옅은 바람에 맞춰 가지를 흔들었다. 그 울음소리가 다른 누군가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울음소리의 주인은 매일 밤 찾아와 한참을 울다 사라졌다. 그 서글픈 울음이 얼마나 가엽던지 고목은 잘게 가지를 떨어 그의 위로 이파리 하나를 떨구었다. 우는 이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 이파리가 또 얼마나 서러웠던지 그는 처음으로 짓눌린 울음을 토해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막지 못하는 거친 울음을 한참 토해내던 이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언덕배기를 내려갔다. 고목은 그것을 한참 바라보았다.

고목은 몇날 며칠, 혹은 더 긴 시간동안 울음과 함께 했다. 그 울음소리는 천천히 힘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날이 새도록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던 그 날 밤, 고목은 처음으로 외롭다고 느꼈다. 우는 이는 그저 울 뿐이고 고목은 그저 그 울음소리를 가려 저 아래의 민가까지 흘러가지 않도록 나뭇잎 스치 우는 소리로 울음을 덮어주었을 뿐인데 왜 이다지도 적적한지.

고목은 처음으로 소원을 품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울음을 가려주기 급급하였는데 몇 날 며칠을 들리지 않는 울음에 처음으로 호기심을 품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그리도 긴 시간 섧게 울었느냐. 고목이 처음으로 언덕배기를 내려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백년을 묵은 짐승도 영물이라 하는데 수천년 묵은 고목이 어찌 가벼울까. 고목의 절실한 바람은 고목의 주변의 것들이라면 다 아는 것이 되었다. 그렇게 꿈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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