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Cetegory봄길 (1)나그꽃 (0)HQ (69)1차 (57)2차 (19)커미션 (27)시리즈 (14)
SUBJECT . derniere purete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18

눈이 내린다.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눈이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왜라는 물음이 소름 돋을 정도로 다가오는 이 순간. 나는 순수를 꿈꾼다.
이것 좀 부탁해요. 당연하다는 듯 건네지는 서류를 붙잡는 손이 너무도 낯설다. 내가 거절하지 않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건네지는 서류가 나를 파고든다. 창밖의 칙칙한 잿빛 하늘이 너무도 처량하다. 으아? 죄송해요. 지나가는 줄 몰랐어요. 내가 화내지 않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대강 건네지는 사죄가 나를 파고든다. 괜찮아요. 다치지는 않았나요. 삭막하게 건네지는 내 목소리가 바스러져 버릴 것 같다.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귀찮다는 듯 대강 인사를 하고 저만치 걸어가면서 나와 닿은 부분을 툭툭 턴다. 당신은 그 행위에 어떤 의미를 담았었나. 건네지지 못할 의문을 품으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손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서류를 찬찬히 읽는다. 모두가 기피하는 상사에게 가서 결제를 받아야 하는 서류. 걸어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창밖의 잿빛 하늘은 담담하게 나를 짓밟고 서있다.

이것도 처리한 거라고 처리해오나! 이래서 월급은 왜 받아!!! 남이 처리한 서류를 보여주곤 온통 침으로 뒤범벅되어 나서는 발걸음에 무심함이 담긴다. 짜증조차 담아내기엔 너무도 버거운 발이 푸르스름하게 떨고 있다. 미안해요, 너무 바빠서 갈 수 없었어요. 뭐라고 하세요? 조용히 서류를 건네주며 다시 처리해 오라고 했다. 라고 전하자 동료의 얼굴이 와그작 구겨진다. 바빠요? 왜요? 동료의 구겨졌던 얼굴이 펴진다. 마치 젖은 빨래에 다리미를 가져다 댄 것 마냥 펴져서는 한껏 애교스러움으로 무장한다. 이것 좀 부탁해도 될까요? 나의 의향을 묻는 말이지만 거절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듯 서류와 자료들이 품 안에 안겨든다. 힐끗 본 창밖의 하늘은 더욱 칙칙한 잿빛이다. 힐끔, 시야의 끝에 걸리는 서류가 짜증스럽기만 하다. 자리로 돌아와 앉아 하나둘 사라지는 서류를 보면 마음속의 창도 흐려지기만 한다.

어릴 적엔 요정과 마술할머니의 이야기를 믿었더랬지. 언젠가 뿅 하고 나타나 나를 바꿔줄 줄 알았어. 누군가의 말이 귓가를 가득 메운다. 담담하게 확연한 슬픔을 담고 건네지는 말이 얼마나 아련한지. 나는 천천히 서류를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줬다. 그들은 그것을 가지고 상사에게 인정받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이 바라는 대로 바보는 아니다. 그저 충돌을 피하고 싶은 어리석은 한 사람. 그뿐이기 때문에 나는 고고히 흘러가는 흐름 속에 몸을 맡긴다. 그것은 나의 나태함에 불과하지만 나는 세상에 맞설만한 의욕이 있는 사람은 못되니까. 고요히 나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창밖의 잿빛 하늘에 작디작은 하얀 점이 들어차기 시작한다.

어느새 대지에 가득 쌓인 하얀 눈을 밟는다. 뽀드득 소리를 내며 발아래에서 부서지는 그 눈송이를. 하늘에서 끝없이 대지를 품기 위해 내려오는 눈송이를 바라본다. 눈이 내린다.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눈이 따뜻하게만 느껴진다. 왜라는 물음이 소름 돋을 정도로 다가오는 이 순간. 나는 순수를 꿈꾼다. 내가 가지지 못한 그 순수를. 언제인지 모를 순간에 잃어버린 그 순수를.

       LIST


160706 [이와오이]사죄    COMMENT. 0
160419 [비공개 / 2차 / DC] 배트맨 드림  비밀글입니다  COMMENT. 0
160418 고목 : 그렇게 꿈은 시작되었다.    COMMENT. 0
160418 나목    COMMENT. 0
160418 [For.L_Rubistein]아저씨와 소녀의 일상    COMMENT. 0
160418 [For. @Purpleplum0520]인연    COMMENT. 0
160418 [For. @Purpleplum0520] 오롯이 키우는 빛    COMMENT. 0
160418 달콤한 꿈    COMMENT. 0
160418 Nigella Damascena : 니겔라 _ 씨앗이 검다    COMMENT. 0
160418 Story Of White Dandelion    COMMENT. 0
160418 9월 9일    COMMENT. 0
160418 고양이와,    COMMENT. 0
160418 백설공주    COMMENT. 0
160418 무제    COMMENT. 0
160418 01. Beautiful nightmare    COMMENT. 0
160418 02. Bloody tears    COMMENT. 0
160418 03. Damaged roses    COMMENT. 0
160418 04. Heavenly demonic    COMMENT. 0
160418 derniere purete    COMMENT. 0
160418 밤을 건너는 아이에게 : libet님 일러스트 모티브    COMMENT. 0
LIST     1 [2][3][4][5][6][7][8][9][10] NEXT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KIMA + BO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