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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고양이와,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18

비가 내리는 땅 그 위에서 아이는 말한다. 눈이 내리는 땅 그 위에서 아이는 말한다.
나는 차가운 대지를 밟고 이곳에 왔나니.

사위가 어두워져갔다. 태양은 그 찬란한 빛을 거두고 다가오는 어둠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어둠은 어슴프레한 달의 빛을 이끌고 대지를 점령했다. 차갑고 가차 없는 그 발걸음에 태양의 빛을 누리던 움직이던 생명체들은 서둘러 보금자리로 이동했다. 조금의 주저함도 담겨있지 않은 발걸음들은 어둠이 완전히 대지를 뒤덮을 때쯤 남김없이 사라졌다. 어둠은 달이라는 벗을 품에 품고, 별이라는 달의 벗들로 옷자락을 치장했다. 대지는 온전히 고요의 영역이었다.

태양이 대지를 덮고 있을 때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을 공간은 어둠이 몰고 온 고요만이 그 위세를 자랑하고 있었다. 야옹. 고요만이 무겁게 가라앉아있던 공간에 천천히, 가냘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막을 깨트린 소리에 달빛이 천천히 다가왔다. 달빛 아래로 드러난 소리의 근원은 작은 고양이였다. 작고 연약해서 어둠이 몰고 온 차디 찬 바람을 버틸 수 없을 듯 보였다. 달은 가만히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웠을 하얀 털은 어둠이 덕지덕지 묻어 더러웠고 총기로 가득했을 푸른 눈은 피로로 탁했다. 복슬거렸을 꼬리는 듬성듬성 빠진 털들로 인해 흉했다. 야옹. 가느다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다시 어둠을 헤집었다. 달이 한 곳에 멈춰있자 호기심을 가진 어둠도 다가왔다. 흉하기 그지없는 모양새의 고양이를 지켜보던 어둠이 툭하고 고양이를 밀어버렸다. 가여운 아이에게 뭐하는 짓이냐고 파르르 떠는 달빛을 뒤로하고 어둠은 찬찬히 고양이가 있던 자리를 훑었다.

미야아. 아직 눈도 못 뜬 작은 고양이가 사라진 어미의 체온을 찾아 울었다. 어둠이 부드러운 손길로 새끼 고양이를 안아 올렸다. 어미와 같은 새하얀 눈과도 같은 털, 그리고 가늘게 뜬 푸른 눈동자. 어둠이 옅게 미소를 흘렸다. 자박. 갑자기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어둠이 새끼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박. 점점 가까이로 다가오는 발소리에 어둠이 몸을 숨겼다. 달빛은 홀로 새끼 고양이를 비췄다. 미야아. 야옹. 애처로운 새끼 고양이의 울음에 어미가 옅게 화답했다. 자박. 탁. 어둠이 서있던 자리에 멈춰선 발소리의 주인이 천천히 허리를 굽혔다. 가만히 바라보던 인영은 무릎을 굽혀 새끼 고양이를 안아 올렸다. 새끼 고양이의 옆에 누워 가늘게 숲을 뱉어내는 고양이를 힐끗 본 인영이 손수건을 꺼내 고양이의 몸 위로 덮었다.

내가 잘 키울게. 편히 눈 감으렴. 수고했어. 야옹. 다정한 인영의 목소리에 고양이가 화답하듯 울곤 힘겹게 들어 올리고 있던 얼굴을 대지에 내려놓았다. 미야야. 인영의 품안에서 바르작거리며 온기를 찾아 헤매던 새끼 고양이가 어미의 죽음을 알았다는 듯 가늘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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