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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미라벨 에리카, 나의 미라벨
WRITTEN BY . Logann    DATE . 161016


상냥한 오빠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긴 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생일이라거나 어떤 기념일이면 일이고 약혼녀고 모두 다 뒤로 미뤄두곤 선물을 한가득 안고 집에 오곤 했다. 한번은 뒷좌석 가득 인형이며 온갖 선물을 채워 학교 앞으로 데리러 오기도 했다.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라는 세상의 평가는 그녀가 아는 것과는 달랐다. 그는 아주 가정적이었고 상냥했으며 섬세했다. 남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알았고 남의 한계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믿을 수 없었다.

  



  

호그와트에서 머글 소식을 듣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밖에서 전해주지 않으면 알기 힘든 완전히 격리된 다른 세계. 처음에는 답답했다. 익숙해진 후에는 그 선명한 단절이 기꺼웠다. 머글 세계로 나가면 나는 ‘미라벨 N. 에리카’가 아니었다. 유명한 사업가이며 전 세계가 그의 조언 한마디를 얻길 바라는 ‘맥시밀리언 N. 에리카’와 저명한 물리학자 ‘탈리아 A. 에리카’의 딸일 뿐이었다. 부모님의 이름에 가리지 않더라도 그녀는 ‘메이너드 E. 에리카’의 동생이라는 그늘 속에 있어야 했다.

  

항상 누군가의 그림자 아래 서있어야 했던 소녀는 처음으로 ‘미라벨 N. 에리카’라는 이름으로 섰을 때의 그 쾌감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뿌듯하고 행복한, 내가 나로 존재하는 기분은 손끝부터 머리끝까지 짜릿한 구석이 있었다. 처음 맛본 그 쾌감은 너무도 달콤해서 항상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걸 바란 적 없는데.”

소녀는 산산조각이 나서 알아보는 것조차 힘든. 아니, 그녀의 상냥한 오빠의 사체라고는 납득할 수 없는 살점조각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거짓말.”

미라벨은 허망한 눈으로 한때는 사람의 일부였으나 이제는 한 사람을 대표하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나의 사랑스러운, 벨. 이 오빠가 뭘 사왔는지 보렴!’

당장 저 방문이 벌컥 열리며 혹여 어린 여동생이 무서워할까 차갑게 떨어지는 단정하게 정리해둔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들어올 메이너드가 그려졌다.

‘네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벨기에의…음, 여하간 그 가게의 초콜릿이란다!’

어머니를 닮아 사납게 올라간 눈매를 애써 누그러뜨리며 어색한 손길로 내밀 선물이 눈앞에 보일 것 같았다. 옆에 서서 서류를 차가운 눈으로 읽고 있던 어머니가 서류를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으로 처박으며 차가운 눈으로 그것들을 노려보았다.

“‘저건’ 내 아들이 아니에요.”

“에리카 부인, 저….”

어머니의 날선 반응에 정부에서 나온 사람이 황급히 입을 열었지만 어머니는 차갑게 내뱉었다.

“겨우 저 조그만 덩어리 몇 개와 서류 몇 장에 적힌 내용을 가지고 저게 내 아들이라 믿으라고!”

평생을 보이지도 않는 것들과 종이에 적힌 것들을 연구해온 사람이 자신이 믿어온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있었다.

“부인, 진정하….”

“웃기지 마! 그 아이가 그렇게 죽을 것 같아?!”

새파란 어머니의 눈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부인.”

곁에 서있던 아버지가 어머니를 끌어안으며 그녀를 다독였다.

“이만 가주시겠소? 진정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구려.”

손님들이 가신다고 하니 배웅해주게나. 정중한 축객령에 사람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인사를 하고 나갔다.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고용인들이 정중하게 그들을 배웅하듯 따라 나갔다.

“맥. 알잖아요, 그 아이는 저렇게 죽을 애가 아닌데!”

“진정해, 리아.”

  



  

오래 걸렸다. 어머니는 결국 그 조각이 오빠라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납득한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미친 사람 마냥 실험실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멀쩡해 보이던 아버지도 속이 정상은 아닌지 회사에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슬픔에 절어 미라벨을 잊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너무도 사랑하는 제 일에 몰두해 그녀를 잊는 것은 그리 드문 일도 아니라 미라벨은 익숙하게 홀로 움직였다. 새 학기를 위한 준비물을 구매하고 항상 그래왔듯 고용인들의 도움을 받아 짐을 새로 챙겼다. 방학에까지 교류를 할 정도로 친한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홀로 교과서를 뒤적이며 방학숙제까지 마치고 새 학기를 멍하니 기다리고 있을 때, 저택에는 어둠이 찾아들었다.

  

미라벨과는 달리 사려 깊었던 메이너드를 마음 깊이 기억하는 그의 친구들과 친척들이 모여들었다. 그녀가 알지도 못하던 사이 준비된 오빠의 장례식장에 미라벨은 고용인들의 손에 이끌려 도착했다.

  

그곳에 서서야 소녀는 더는 친애하는 이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절감했다.

  



  

장례식은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젊은 나이에, 제대로 시체도 남기지 못한 채로 죽은 이를 향한 애도는 미라벨의 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녀에게 닿는 모든 시선이 메이너드의 흔적을 찾는 것 같았다. 나이 지긋한 친척 어른들은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며 죽은 메이너드에게 부끄럽지 않은 동생이 되라 다그쳤다.

  

도망치고 싶어.

  

구역질이 났다. 나는 미라벨인데.

  

지옥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들의 슬픔을 그러모으고 주변에서 건네는 위로에 답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바빴다. 겨우 15살의 어린 소녀가 느낄 슬픔을 배려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애도의 물결은 끝나지 않았다. 오빠가 어쩌다가 죽었는지 시시콜콜한 그의 흔적들을 언론은 승냥이마냥 캐냈다. 그가 내놓은 난민들을 위한 수십만 달러의 성금, 테러 피해자들을 위해 제공한 집, 정기적으로 수백 명의 고아들을 후원해오던 일 등. 온갖 일들이 파헤쳐졌고 사람들은 그렇게 드러난 그의 선행에 감동했고 그를 죽인 테러에 분노했다. 죽은 선량한 젊은이를 애도하는 물결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는 목소리와 테러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모든 슬픔 속에 그의 작은 동생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미라벨, 넌 개학은 하지 않는 거니?”

메이너드의 일로 등교를 미루는 건가? 딱히 답을 원했던 것은 아닌지 속삭이듯 말하고 멀어지는 친척 어른의 등에 미라벨은 지나가던 고용인을 붙잡고 날을 확인했다.

  

“? 9월 1일이예요, 아가씨. 조금 있으면….”

미라벨은 서둘러 챙겨두었던 짐을 방 한쪽에서 끄집어냈다. 고용인들을 재촉해 짐을 싣고 역으로 내달렸다. 아슬아슬하게 호그와트행 급행열차에 올라타자마자 새까만 원피스를 벗어던지며 중얼거렸다.

  

“나는 미라벨이야.”

  

귓가에는 아직도 선명한 메이너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벨. 너는 하고 싶은 것 얼마든지 해. 가업은 내가 이으니까 너는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도 충분하단다.’

  

상냥하던 나의 오빠.

  

‘벨, 그곳은 즐겁니? 즐겁다고? 다행이네!’

  

섬세하고 상냥해서 아무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 지옥에서 죽어야했던 나의 사랑하는 오빠.

  

‘벨, 섭섭해 하지 마. 다들 널 사랑한단다.’

  

나는 미라벨이야.

  

‘나의 사랑스러운 벨, 미안해. 나 때문에 늘 네가 고생이구나.’

  

나는 오빠처럼 죽지 않을 거야.

  

순하던 어린 아이의 푸른 눈에 시퍼런 날이 섰다.

  

덜컹이며 지나가는 창문 밖의 풍경이 이질적일 정도로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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