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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Ce trois Lune _ 그래도 환상이 남아있던 시절] Grand Amour
WRITTEN BY . Logann    DATE . 160708

1.

바람은 고개를 돌렸다. 밤이 주는 고요함을 품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꺼지지 않는 불빛의 화려함을 택한 도시를 지나온 바람은 조용히 도시를 한 바퀴 삥 돌았다. 고요한 밤이지만 더없이 화려한 불빛과, 끝없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지켜본 바람은 조용히 도시를 뒤로했다. 한없이 자유롭고 끝나지 않는 바람은 조용히 다른 도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바람이 지나간 것도 모른 채 도시는 화려한 빛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방의 한 면을 채우고 있는 긴 책상과 책상 위를 따라 설치된 세 칸의 긴 책장, 그리고 그 안을 채운 액자와 책들, 책장위에 빼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인형들로 아기자기한 방안은 평소의 조용함을 버리고 부산함을 한껏 품고 있었다. 언제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침대위로 내팽개쳐진 잠옷과 밖으로 돌출된 창에 설치된 작은 공간에 깔린 푹신한 쿠션위로는 온갖 액세서리들이 굴러다녔다. 방 한쪽에 설치된 전신거울 앞에서 연신 리본을 예쁘게 고쳐 매는 작은 소녀가 서있었다. 꾸민 이의 배려와 사랑이 가득한 공간에서 살기 때문일까, 발그레한 뺨이 사랑스러운 소녀는 발을 동동 굴리며 리본을 만지작거렸다.

“가온아, 얼른 안 내려오면 늦을지도 몰라!”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가온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리본을 다시 풀었다.
“엄마, 어떻게!! 리본이 예쁘게 안 돼!!”
“내려오면 엄마가 해 줄게. 어서 내려오렴.”
엄마의 외침에 가온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근처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고등학교에 교복이었다. 검은 색에 가까운 진한 갈색의 마이는 다이고 안에 입는 블라우스는 깨끗한 흰색에 브라운 톤의 체크치마, 목에 매는 브라운색 리본, 그리고 잠그지 않아 열린 마이사이로 보이는 짙은 갈색 니트 조끼. 가온은 모난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모양새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를 잠갔다. 이열로 되어있는 마이 단추에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등학생!’
만년 중학생 일 것만 같은 기분이었는데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다니 설레고 조금 걱정도 되었다. 고등학교는 하루 종일 공부만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대학교가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니 조금 가기 싫어지기도 했다.

“가온아! 입학식 늦겠어!!”
다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가온은 놀라서 바닥에 놓여있던 검은색 가방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가온이 내려간 방안은 가온이 아침부터 얼마나 부산했는지 보여주는 흔적들만이 남아있었다.

-헤에, 특이한 인간이네. 고등학교 가는 게 어떻다고 저 난리람?
아무도 없어야 정상인 방안에 기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난기 넘치지만 동시에 힘 있는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에 반응할 사람은 방안에 없었다. 방에서 보이는 창밖으로 한 마리 의 새가 날아갔다.

“가온아, 왜 이렇게 오래 걸리니.”
솜씨 좋게 리본을 묶어주는 엄마의 손을 바라보면서 가온은 입을 쭉 내밀었다.
“나는 엄마처럼 솜씨가 없는 걸. 엄마는 어떻게 이런걸 잘 하는 거야? 엄청 신기해.”
딸아이의 툴툴거림을 듣던 가온의 엄마는 새삼스럽게 가온의 변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릴 적에는 작고 연약해서 조금만 찬바람이 불어도 감기로 한참을 고생하던 딸을 생각하면 이렇게 고등학교를 간다는 것이 믿기질 않았다. 단정하게 입은 교복과 어깨에서 찰랑거리는 얇지만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보면서 그저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녀에게는 이 순간이 너무도 신기했다.
“얼른 학교가. 첫날부터 지각하면 큰일 난다.”
저를 어린아이 취급하며 엉덩이를 톡톡 두들기는 엄마의 손길에 투덜거리던 가온이 시계를 힐끗 보곤 밖으로 달려 나갔다.

“다녀오겠습니다!!”
기운 넘치게 인사하는 가온을 보면서 그녀는 피식 웃었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하지만 조금 특별한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2.

학교에서의 입학식은 중학교 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때와 같이 지루했다. 달라진 것은 더 이상 가온이 중학색이 아니라는 것과 달라진 교복, 달라진 아이들, 달라진 선생님뿐이었다. 가온은 신입생 대표로 불린 소녀가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바라본 뒤, 창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어?”
가온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꺄르륵 웃는 어린아이를 봤다고 생각했다.
“학생, 집중해.”
나지막이 들려오는 선생님의 말에 가온을 앞을 봤다가 슬쩍 눈을 돌렸다. 아까 본 아이는 허상이라는 듯 아무것도 없었다. 입학식이 끝이 나고 반에 들어가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자리를 배정받은 가온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침의 두근거리는 마음은 모두 꿈이라는 듯 지루하기만한 시간에 가온은 입을 쭉 내밀었다.
‘이게 뭐야, 그냥 중학교랑 다른 게 하나도 없잖아.’
투덜거리며 하늘을 바라보던 가온의 눈에 또다시 이상한 것이 보였다. 하늘에서 장난치고 있는 작은 두 아이들. 가온의 눈이 커지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반으로 선생님이 들어왔다. 그에 고개를 돌려 선생님을 바라본 가온이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기 시작하고 가온은 거기에 집중했다.


3.

꽃샘추위가 잠시 물러난 어느 봄날, 새로운 학교에 동동거리며 행복해하고 또 조금 걱정하던 작은 소녀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또 흘러서 봄이 찾아왔다. 학교에는 아름다운 벚꽃비가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이 강렬하게 빛나는 여름이 찾아오고, 날이 차가워지며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지나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 지났다. 시간은 빠르고 또 조용히 흘러갔고, 소녀는 그만큼 자라났다. 더는 새로운 학기의 시작에 두근거리지도 않고 리본이 예쁘게 묶이지 않는다고 툴툴 거리지도 않았다. 그녀의 엄마는 딸의 성장을 기쁘게 받아들였고 그것은 당연하다는 듯 일상이 되었다. 입학식 날에 봤던 환상과도 같은 작은 어린아이들은 가온의 기억 속에서 천천히, 희미해져 갔다. 가온이 그 어린아이들을 기억해낸 것은 좀 더 시간이 지난 어느 봄, 가온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어느 날이었다.

“꺄악?!”
교복을 입고 리본을 목에 걸치고 1층으로 내려오던 가온은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아오는 큰 손에 깜짝 놀랐다.
“어이쿠, 우리 딸. 엄청 컸는걸! 이제 아빠가 들지도 못하겠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가온을 번쩍 들어 공중에서 한 바퀴 도는 남자의 모습을 본 가온이 소리 질렀다.
“아빠!!”
딸의 부름에 기분이 좋다는 듯 확 끌어안은 남자가 갑자기 가온을 풀어주고는 거실에 널브러져 있던 캐리어로 다가갔다.
“우리 딸, 아빠가 선물 사왔지!”
근 이년 만에 보는 아빠가 너무 반가웠던 가온은 치마를 입었다는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곤 아빠의 등에 매달렸다.
“아이참, 아빠 언제 온 거야? 왜 말 안했어?”
“오늘 새벽에 왔어. 가온아, 어서 아침 먹어, 학교 늦겠다. 당신도 어서 앉아요! 이년만의 딸과의 아침식사를 짐을 뒤지느라 허비하고 싶지는 않죠?”
가방을 헤집어 거실을 엉망으로 만드는 아빠를 보며 엄마가 으름장을 놓자 아빠는 화들짝 일어나서는 부엌으로 향했다.

“물론이지! 선물은 이따가 찾도록 할까?”
능청스럽게 식탁으로 다가와 앉는 아빠의 모습에 가온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언제나 따뜻하지만 조용했던 집에 소란함이 감돌았다. 단 한사람이 더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꽉 찬 느낌을 주는 집에 가온은 정말로 행복했다.

“그럼 다녀와 우리 이쁜 딸!”
활짝 웃으며 배웅하는 아빠를 뒤로하고 문을 닫은 가온은 심호흡을 하곤 신발코로 바닥을 톡톡 쳤다.
“우와……. 아빠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네. 그래도 너무 좋다.”
-그렇게 좋아?
뺨을 붉게 물들이며 기뻐하던 가온의 귀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머릿속에 바로 울리는 듯한 소리에 가온은 몸을 가볍게 떨었다.
“누…누구?”
-얍! 안녕?
가온이 주변을 돌아보는데 같은 목소리가 위를 보라고 재촉했다. 그 말에 따른 가온은 졸라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귀…귀신?!”
-으엑? 설마, 귀신이겠어?! 너 진짜 둔하다! 어떻게 이년을 쫓아다녀도 몰라?
쪼잘거리는 상대를 바라보던 가온은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작은 소년이었다. 토실토실한 뺨과 곱슬거리는 녹색 머리카락, 공중에 떠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옷. 기묘하지만 또 사랑스러운 모습에 넋을 잃었던 가온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혼자 악을 쓰며 학교로 향하는 가온을 보던 소년이 휙 몸을 돌렸다.

-헤, 쟤 왜 저래?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소년의 허망하고 어이없고 당황스럽다는 명백하게 드러내는 표정을 보던 가온의 아빠가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그런 표정인 것도 오랜만에 보는 걸? 역시 우리 딸이야.”
-역시 부녀지간답게 둘 다 어이없네. 왜 널 닮은 거래?
“하하하, 당연히 내 딸이니까, 그렇지!”
당당하게 외치는 말에 소년이 허공으로 날아올라 가온의 아빠의 머리를 쿡 하고 밟았다,
-시끄럽고, 왜 아무것도 모르냐니까? 날 보고 귀신이래. 어이없다, 진짜.
“그야 아무것도 말 안 해줬는걸? 솔직히 내 입장에선 벌써부터 본다는 게 달갑지 않아. 가온이는 좀 더 평온한 일상을 즐기길 바랐다고.”
억울함과 화가 담긴 중얼거림에 소년은 피식 웃으며 밟고 있던 머리를 더욱 꾹꾹 눌렀다.
-그래서 넌 지금 안 평온하다 이거지, 응? 반항이냐? 반항이야?
“너 때매 우리 이쁜 딸의 입학식을 못 봤잖아!!!!”
머리 위를 휘저어 소년을 떼어낸 가온의 아빠가 소리를 빽 질렀다. 또 엄청나게 억울하다는 목소리에 핑하고 콧방귀를 낀 소년은 허공에 주저앉아서 팔짱을 꼈다.
-그래서 안 가르쳐 줄 거야? 도태되면 죽어. 무지는 죄악이야. 그런 방식으로 딸을 포기할 건가?
소년이 안경너머의 눈을 응시했다. 고등학생인 딸을 두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외모, 40대는 족히 되었을 나이지만 기껏해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굽슬거리는 검은 머리를 지닌 남자가 안경을 매만졌다. 얇은 와이셔츠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몸은 결코 나이가 많은 아저씨의 몸이 아니었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리 곧게 펴져있는 허리는 남자의 키를 더 커보이게 만들었다.
-대답해, 한 경현. 이건 정말로 중요한 문제라고.
“너도 알잖아, 카인. 가온이는 몸이 약해.”
-건강해지라고 무술을 가르친 건 너야, 잊으면 곤란해. 냉정한 소년, 카인의 말에 가온의 아빠, 경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나도 가온이가 나와 같이 움직이면 좋겠어. 제 자식들과 팀을 이뤄서 다니는 다른 녀석들이 부러운 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그런데 어떻게 해. 내가 뭘 해야 하는데? 가온이는 여자애야. 나는 좀 더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어.”
-그건 헛된 바람에 불과해. 그 애는 너의 피를 이었고. 자연의 아이들을 본다. 아직 약하지만 그건 아마도 스스로 알고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
경현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나도 알고 있어. 그렇게 잔인하게 굴지 말란 말이야, 카인’
밖으로 새어나오지 못하는 말이 입안에서 부서졌다. 남자는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의 한 가운데에서 그 무엇보다 무거운 고민을 짊어졌다.


4.

학교에서 가온은 유명했다. 성격이 나쁘다거나 하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이유들 때문은 아니었다. 가온은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상냥했으며 진정으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처를 어루어 만지는 법을 알고 있었다. 가온에게 털어놓은 비밀은 절대로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언제나 수업에 집중하고 매사에 열심히인 가온을 이뻐했다. 가온을 잘 아는 아이들은 가온이 사랑받을 만한 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 점에서 오늘 아침, 시무룩한 가온의 모습은 늘 밝은 모습만 알고 있던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걱정되고 또 신기한 일이었다. 서로가 가온에게 물어보라고 옆구리를 찔렀지만 쉽사리 다가서지는 못했다. 그것은 점심시간까지 이어졌다. 선생님들은 수업에 집중을 못하는 가온을 보면서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늘 성실했기 때문에 무슨 문제가 있겠거니 하면서 은근슬쩍 넘어가 주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웅성거리며 가온을 둘러쌌다.

“흠흠, 가온아?”
반장인 아이가 대표로 가온을 건드렸다.
“에, 응?!”
화들짝 놀라는 가온의 모습에 더 놀란 아이들이 한걸음 물러섰다.
“점심시간이야. 밥 먹으러 가자고. 다들 기운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기도하고 말이야.”
반장이 어깨를 으쓱이며 주변을 가리키자 지목당한 아이들이 하하 웃으며 머쓱해했다.
“아니, 뭐. 가온이는 늘 우리 고민 들어주고 그러잖아. 그러니까 힘들면 우리한테 기대도 된다. 이 말씀이지.”
말썽꾸러기로 유명한 아이가 말하자 주변에서 ‘제법인데’라며 아이를 툭툭 쳤다. 친구들의 손길에 앞으로 나온 아이가 가온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니까 밥 먹으러가자! 우울할 땐 밥이지!!! 식당으로 렛츠 고~~!!!!!!”
힘껏 외치며 식당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가온이 피식 웃었다.
“응, 가자!”
“이래야 우리의 아이돌 가온이 답지!!!”
복도를 달려가는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 경고를 주려던 선생님은 계속 우울한 표정이던 가온이가 해맑게 웃고 있는 것을 발견하곤 은근슬쩍 교무실로 들어가며 가온이 이제 웃고 있네요. 라고 전하자 선생님들 이 다들 잘 되었다며 웃었다. 가온은 여러 가지 의미로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5.

“무슨 일이예요?”
기운이 없는 상태로 집에 들어와 소파에 널브러지는 남편을 바라보며 가온의 엄마가 물었다. 멍하니 넋을 놓고 있던 경현이 일어나 앉으며 옆을 툭툭 두드렸다. 명백히 앉아보라는 의사를 전달하는 남편의 모습에 하던 것을 멈추고 자리에 앉아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예요, 말해 봐요. 고민은 나누면 반이 된다잖아요.”
“있지. 가온이는 모르잖아.”
“뭘요?”
“당신이 싱어1)라는 것도. 내가 시커2)라는 것도. 말해도 될지 모르겠어.”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듯 말하다가 고개를 들고 소리를 지르는 그를 보면서 가온의 엄마가 표하고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게 고민이었어요?”
정말 바보 같다며 웃는 아내를 바라보는 경현의 눈이 흔들렸다.
“아무렇지도 않아? 유미, 너도 다쳐서 그만둔 거잖아! 다리의 반이 날아갔어. 심지어 넌 전투하는 헌터3)도 아니었다고! 가온이는 나처럼 시커가 될 거야. 그 아이도 카인을 본다고. 헌터는 프레이어4)보다 천배는 위험해! 갓 헌터가 된 녀석들의 생존율은…!”
“쉿.”
가온의 엄마, 유미가 손으로 경현의 입을 꾹 눌렀다. 부드럽게 웃는 유미의 미소에 경현의 기세가 누그러졌다.
“알아요. 알고 있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죠. 우리는 위험을 곁에 두고 살아요. 가온이도 그런 삶을 사는 것. 나도 바라지 않아요. 그런데 가온이는 이 사실을 아나요? 가온이는 우리의 딸이에요. 제로 헌터5)인 한 경현과 정 유미의 딸이에요. 그 아이는 마냥 약하지 않아요. 믿어요, 당신과 나의 딸이잖아요.”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는 유미의 말에 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 구석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카인이 콧방귀를 꼈다.
-결국 저럴 거면서 그 난리였냐. 공처가 같으니.


6.

집에 돌아온 가온은 뭔가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집의 모습에 한껏 긴장하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늘처럼 고요하지만 기분 나쁜 적막감이 흐르는 집은 낯설다못해 소름이 끼쳤다. 가온이 조심스럽게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자 경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야기 좀 할까, 가온아?”
딱딱한 아빠의 모습에 얼어붙어버린 유미가 난감하다는 듯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그런 엄마를 눈으로 쫓던 가온이 아빠의 얼어붙은 얼굴에 쭈뼛거리며 소파에 앉았다.
“가온아. 아빠가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도 끝까지 들어줄래?”
“으응…….”
“이 세상은 세 개가 있어. 그리고 하나라고 알고 있는 달은 실은 하나에서 쪼개진 세 개야. 하나는 약동하는 생명을 담은 노란색 달, 또 하나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상징하는 붉은색 달, 마지막 하나는 끝없는 상상을 상징하는 푸른색 달이지.”
조곤조곤 설명을 이어가는 아빠의 음성에 가온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달의 보석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있어. 원해 달이 하나였을 때, 달이 셋으로 나눠지면서 부서진 조각들이야. 그것은 어떤 달의 아래에 있었느냐에 따라 다른 색을 가져. 그건 보물이야. 정말 귀중한 보물이지.”
“달은 왜 나눠 진건데? 하나였다며.”
가온의 물음에 눈을 깜박이던 경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원래 신은 둘이었어. 질서를 관장하는 신과 혼돈을 관장하는 신이었지. 그들이 존재함으로서 많은 것들이 생겨났어. 낮과 밤, 대지와 물, 우주와 행성들. 그건 그들이 어찌 한 것이 아니야. 그들은 그저 존재했고,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자리를 잡았지. 그들의 존재는 정말 중요했어. 그런데 어느 날, 질서를 관장하는 신이 사라졌어. 온 우주는 혼돈에 빠져버렸지. 서로의 힘을 억누르던 존재가 사라진 거야. 폭주하는 혼돈은 괴상한 생명체를 낳았어. 어둡고 음습하며 제대로 된 피도 심장도 지니고 있지 않았어. 그것은 생명체의 육제를 빼앗아가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어. 모든 생명체가 이상한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지. 많은 이들이 그것에 전염되었고 곧 전쟁이 일어났어. 스스로를 지키려는 전쟁이었지. 누가 옳은지는 아무도 몰라. 그들은 끝없이 증식했고 생명체들은 그들을 막는데 급급했어. 그리고 문제가 생겼지. 혼돈의 신마저 사라진 거야. 모두 공포에 떨었어. 아비규환이었거든. 그런데, 달이 움직였어. 처음 발견한 게 누군지는 몰라. 아, 달은 두 신이 유일하게 ‘직접’만든 거야. 그리고 마지막 신성을 가진 달은 자신을 셋으로 나눴어. 가장 확실한 육체를 가진 인간과 동물들은 노란색 달이,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불완전한 육체를 가진 것들은 붉은색 달이, 가장 허망하면서도 나약한 육체를 지닌 이들은 푸른색 달이 자신의 권역 속으로 데려갔지. 달들은 그들을 권역 속으로 데려가면서 저마다 대륙을 조금씩 떼서 가져갔어.”
“그럼 끝난 거 아냐?”
딸의 질문에 머리를 쓰다듬어준 경현이 말을 이어나갔다.
“괴상한 생명체, 후에 모두가 ‘어둠’이라고 칭하는 것은 어떤 달의 권역 속에도 들지 못했어. 그것들은 끝없이 세상을 원해. 그들은 땅이 없으니까. 하지만 ‘자신만의 육체를 지니지 못한’그들을 달은 인정하지 않았어. 그리고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어.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지. 불시에 달이 갑자기 하나로 합해지는 그 순간까지는. 이를 갈며 세상을 탐하던 어둠들은 빠르게 세상들의 틈에서 쏟아져 나왔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생명체들은 제대로 반격할 수 없었어. 이때 모두들 이쁜 보석이라고 생각했던 달의 보석을 모아서 검을 제련한 장인이 어둠을 베었어. 어떤 무기로도 베어지지 않던 것들이. 모든 장인들은 달의 보석에 달라붙었어. 신체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은 그들이 만든 무기를 들고 대항했지. 노래를 아주 잘하던 어떤 사람이 달의 보석을 쥔 채로 ‘상처가 낫기를, 그리고 저것들이 사라지기를 기원’하며 노래를 불렀을 때, 상처입어 나약해진 어둠이 정화되고 상처 입은 생명체들의 상처가 치유되었어. 달의 보석으로 장식한 펜을 들고 그림을 그리면서 기원했어. ‘저것들이 들어오지 못할 결계를 만들 수 있기를, 저것들이 찢어놓은 세계의 경계를 고칠 수 있기를’ 그리고 이루어졌지. 모든 것이. 그렇게 우리는 희망을 얻었어. 그리고 달이 다시 쪼개지던 순간을 목격한 이들은 맹세했지. 이 힘을 계승하자. 그렇게 세상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

“재미있는 이야기네. 그런데 이 이야기 하려고 그런 거야?”
사실이라고 믿지 않는 딸을 보며 경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온아, 이것 좀 볼래?”
그때 유미가 죽어가는 식물이 담긴 화분을 들고 방으로 들어섰다.
“어…그거.”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서, 땅거미 진 어둠속을 그대와 걷고 있네요. 손을 마주 잡고 그 언제까지라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눈물이 나는 걸요.”6)
유미가 노래하자 은은한 노란 빛이 식물을 감싸 안았다. 아주 천천히 식물은 생기를 되찾았다. 그것은 경이였다. 가온은 넋을 놓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보면서 경현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인간은 한 가지 기관을 만들어. 이름 없는 기관. 그곳에 소속된 모든 이들은 세계의 경계를 찢고 나타나는 어둠을 사냥해. 그들은 둘로 나누어지지. 헌터와 프레이어. 그리고 헌터는 다시 둘로 나누어져. 검을 들고 싸우는 소더, 총을 들고 싸우는 거너.”
“프레이어도 둘로 나누어진단다. 엄마처럼 노래를 매개로 치유와 정
화를 노래하는 싱어, 그림을 매개로 결계를 만들고 찢어진 경계를 복구하는 드로어. 엄마는 싱어고, 아빠는 거너란다.”
유미가 심호흡하면서 가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빠는 조금 특이한 체질이야. ‘카인’.”
경현의 부름에 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저건?!”
-여, 또 보네.
“아침에 봤지? 이 녀석은 카인. 바람이 뭉쳐져서 형체를 이룬 녀석이야. 소설 같은 데선 정령이라고도 부르지. 아빠는 이런 자연에서 비롯된 것을 보고 대화하는 시커이기도 해. 시커는 아주 드물게 헌터가 혈통으로 타고나는 재능이야. 그리고 가온이는 아빠를 닮았더라.”
경현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모든 시커는 이름 없는 기관에 소속되어서 헌터가 되어야해. 생존율은 극히 희박해. 헌터의 절반 이상은 헌터가 된 첫 해에 죽어. 아빠는 그래서 가온이가 약했을 때, 안심했어. 약하니까 헌터가 될 수 없을 거라고. 그런데…….”
-지금 넌 충분히 건강하지. 이름 없는 기관은 시커를 찾아. 시커는 모든 자연과 소통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어둠을 찾아내지. 그 무엇보다 정확해. 끝없이 침입하는 어둠을 막는데 시커는 귀중하고 또 귀중하다. 현재 존재하는 시커는 단 네 명이야. 경현, 너, 그리고 다른 둘. 하나는 헌터들의 우두머리고 다른 하나는 지금 심각하게 다쳐서 병원에 있지. 언제 깨어날지 몰라. 둘이서 온 세상을 커버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름 없는 기관은 너의 존재를 눈치 챘지. 너에게 선택권은 없….
“있어. 가온아. 저가 원한다면 엄마와 아빠는 너를 보호 할 거란다. 엄마는 프레이어의 2인자였어. 지금도 나의 이름은 건전하단다.”
유미가 무릎을 굽혀 가온의 얼굴을 매만졌다.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엄마는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거야. 엄마는 우리 딸에게 미래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그것은 누구도 침해 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가온아.”
“신중하게 생각해라. 아빠도 엄마도 힘이 없는 게 아니야. 우리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고 싶구나.”


7.

방안은 적막만이 감돌았다. 본래의 지식을 벗어난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이 다 그렇듯 가온도 혼란스러웠다. 그녀가 19년이라는 시간동안 배우고 진실로 알아온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 가온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었다. 부모님이 거짓을 말할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변치 않는 것이었다. 언제나 따뜻하게 밤을 보내도록 도와주던 침대 속에서 가온은 외로움을 느꼈다.

-너무하다고 생각하나?
갑자기 들여오는 말에 가온은 이불속으로 몸을 웅크렸다.
-진실을 숨긴 그들이 미워? 저주스럽나?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럴 리가 없잖아!"
가온은 이불을 거칠게 걷어냈다. 부모님이 밉냐고, 설마. 절대 아니었다. 심지어 이해까지 되었다. 그 누가 자식을 사지로 내몰고 싶어 할까. 이해가 되지만 가온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왜 숨겨? 그냥 말해줘도 되잖아!"
-듣는 순간부터 너한텐 선택권은 없어. 듣는 순간 너는 이름 없는 기관에 노출되는 거야. 너는 어째서 이 세상의 평화가 아슬아슬하게나마 유지되는 줄 아나? 온전한 미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유지되는 거야. 그런데 그들의 과학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 평화가 유지될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해?
"그…그건……."
-너도 알고 있어. 그렇지? 순식간에 무너질 거야. 아비규환이 벌어질 테지. 그리고 어떻게 될까?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한 이름 없는 기관은 민중의 심판대네 오를 거야. 그리고 그 곳에서 중요한 위치를 지닌 너희 부모님은 무사할까?
가온은 잔인한 카인의 말을 들으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가온은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자 눈을 질끈 감았다.
-알아야 돼. 외면하지 말라고. 너는 충분한 지식을 알고 있잖아? 그리고 말이야. 둘은 엄청 쉽게 말했지만……. 이름 없는 기관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어째서 그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나는 파티시에가 되고 싶은데 부모님은 안된다라고만하셔. 우리 부모님처럼 맛있는 스위츠를 만들고 싶다구.’
‘난 미술이 좋아. 근데 이거 정말 쉽지가 않아.’
‘난 입양아래. 그런데 말이야, 난 그 사실을 엄청 쉽게 납득했는데 부모님이 전전긍긍 하시더라고. 엄청 미안했어.’
‘엄마가 많이 아프대. 수술해야한다는데, 나한테는 아무도 말 안했어.
내가 공부에 집중 못할까봐 말을 안 했대…….’

가온의 머릿속은 친구들이 털어놓은 고민들로 엉망진창이었다. 비슷한 고민들, 하지만 가온은 언제나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언제나 그녀를 존중했고 그녀가 하고자 하는 것을 무작정 반대하지도 그녀에게 무언가를 숨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가온은 거대한 비밀을 듣고 그것을 받아들여야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존재가 해준 말이 계속 꺼끌꺼끌 하게 입안에 남았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부모님은 쉬운 일이라고 했을까. 끝없이 질문하고 질문했다. 그리고 가온의 머릿속에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의 다리에 난 엉망진창의 흉터.

‘엄마 이게 뭐야?’
‘음~ 우리 가온이를 엄마가 지키려고 한 증거야. 왜, 보기 싫어?’
‘우움, 그럼 이건 가온이 탓이야?’
‘아니야. 이건 누구의 탓도 아니란다. 이건 엄마가 가온이를 무사히 지켜냈다는 표시야. 가온아, 엄마는 늘 가온이 편이야.’
‘가온이도 엄마편이야!’
‘정말?’
‘응!!!’
가온의 뺨으로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지키고 싶은 거였다. 부모님은 언제나 지키고자 하셨다. 언젠가 사고가 났을 때도 엄마와 아빠는 가온을 감싸 안았었다. 그들의 안전과는 별개로. 그들에게는 가온의 안전이 더 중요한 거였다.

거실에서 경현은 자책하고 있었다.
“좀 더 있다가 알려줘도 되지 않았을까?”
“결국은 알게 될 일이었잖아요. 가온이는 훌륭하게 견뎌낼 거예요.”
경현은 가온을 지키고 싶었다. 가온의 존재도 모른 채 전장에 나서서 하마터면 유미도, 가온도 잃을 뻔 했기에 경현은 언제나 가온이 약한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유미가 조심스레 경현을 끌어안으면서 속삭였다.
“늘 말하지만 가온이가 어릴 적에 약했던 것은 누구의 탓도 아녜요.
우리는 끝없이 강대한 달의 힘에 노출되고, 그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죠. 굳이 탓할 존재를 찾으려면 아무런 대책 없이 사라진 신들이예요. 자책하지 말아요, 경현.”

경현이 유미의 품에서 벗어나며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온이한테 말해야겠어. 네가 원한다면 이름 없는 기관에 반항이라도 하겠다고. 가온이를, 그 상냥한 가온이를 전장에 밀어 넣을 수는 없어.”

방문 앞에서 가온은 고민했다. 솔직히 모두 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정확한건 부모님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뿐이었다. 가온, 자신이 ‘싫다’라고 하면 부모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을 벗어나게 해 줄 것이었다. 과거 사고가난 차안에서 자신만을 보호했듯, 자신들의 안전은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가온은 입술을 깨물곤 방문을 열었다. 계단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조용히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발을 올렸을 때,

아빠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가온이한테 말해야겠어. 네가 원한다면 이름 없는 기관에 반항이라도 하겠다고. 가온이를, 그 상냥한 가온이를 전장에 밀어넣을 수는 없어.”
다정하고도 상냥한 아빠의 말에 가온은 또다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거칠게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섰다.
“가온아!”
“그럴 필요 없어요. 나 할 수 있어. 이겨낼 수 있어. 난 엄마와 아빠의 딸이니까 할 수 있어. 엄마랑 아빠가 지켜줄 거잖아요.”
“가온아…….”
굳게 끌어안는 아빠의 품에서 가온은 다짐했다.
‘이번에는 내가 지켜줄께요. 둘 다 내가 지킬 거야.’

가만히 지켜보던 유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보고 있죠, 카인? 가온이는 약해요. 아마 살아남기 힘들지도 몰라요. 하지만 말이죠. 저는 장담해요. 마지막 순간에 가온은 가장 높은 곳에서 모두를 지키고 있을 거예요. 상냥한 아이니까요.”
거실의 구석에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던 카인은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알아. 경현이 저 녀석도 그랬거든. 안 들리겠지만. 미래를 노래하는 치유사, 정 유미.

먼 훗날,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자연의 사랑을 온몸에 휘감고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승리의 여신, 한 가온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절대로 아빠만큼 강해 질 수 없을 거야. 장담 할 수 있어.”
마스터 헌터이자, 제로 헌터로. 온전한 육신으로 전장을 떠난 한 가온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 되었다. 그 누구보다 상냥해서 그 어떤 시대보다 높은 헌터들의 생존율을 기록하는 시대의 지도자는 가족의 사랑과 배려에서 태어났다.


1) 싱어(Singer) : 보조 직종인 프레이어(Prayer)의 한 갈래. 목소리를 매개로 치유와 정화를 할 수 있다. 매개가 되는 것은 사람에 따라 기도, 노래, 속삭어. 솔직히 이건 너무 위험하잖아. 세상을 탐하는 것들을 사냥하는 거
2)시커(Seeker) : 보는 자. 헌터들 중 일부가 드물게 가지는 재능. 리스너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연에 속한 것들을 보고 들으며 교감하는 자들.
3)헌터(Hunter) : 전투 직종. 총 혹은 검등의 냉병기를 이용하여 어둠을 격살하는 존재들을 말한다.
4)프레이어(preyer) :보조 직종. 헌터들을 보조하여 치유, 정화, 결계 복구, 보호막 전개등을 전담하는 존재들을 말한다.
5) 제로 헌터(Zero Hunter) : 생존율이 20%이하인 헌터와 프레이어들 중에서
6) 박효신, 눈의 꽃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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