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흩날리는 그곳에서 카게야마는 공을 떨구고 말았다.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가 나누는 대화 속에 자신을 향한 오이카와의 호의는 한 점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가 좋아서 그가 걷던 길을 따라 걸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나쁜 것이었다. 카게야마의 발치에 작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냥, 그냥 저는 당신이 좋았어요. 당신의 플레이가 정말 빛이 나서, 정말 멋져서 따라 하고 싶었어요. 배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온 세상이 붉게 물든 어느 날, 작은 소년의 마음은 처참하게 꺾이고 짓밟히고 말았다. 가장 존경하고 친애하던 이에게서 처참하게 밀려난 일은 소년을 비틀어버렸다.
“뛰어!”
“더 빠르게!”
스스로 상처에 갇혀버린 어린 소년은 주위를 돌아보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예기치 않게 홀로 남겨진, 상처를 다스릴 줄 몰랐던 작은 소년은 그렇게 정말로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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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야마가 뻑뻑한 눈을 애써 떴다.
“카게야마, 괜찮아?”
“윽.”
순간 머리가 쪼개지는 통증에 머리를 붙잡고 다시 쓰러지자 곁에 있던 히나타가 호들갑을 떨며 그를 다시 누였다.
“잠시만 기다려, 선배들 불러올게!”
후다닥 뛰어가는 히나타를 보며 카게야마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오이카와가 희미하게 맺혔다.
“오이카와상….”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주륵 흘러내리는 눈물의 감각이 생경했다. 꾹꾹 짓눌러 숨겨두었던 감정이 틈을 비집고 솟구쳐 올랐다.
“카게야마! 다행이다.”
문이 벌컥 열리며 뛰어들어온 사와무라를 비롯한 2, 3학년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해?”
스가와라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자 그가 한숨을 뱉어내며 설명했다. 자신은 실수로 날아간 아사히의 스파이크에 뒤통수를 맞았으며 그대로 쓰러졌다고. 불러온 보건 선생님이 다행히도 자는 것 같으니 그냥 두고 문제가 있으면 병원에 가라고 했다는 것. 부활은 그만하고 집에 가고 혹시 문제가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까지. 한참을 설명하던 스가와라가 입을 꾹 다물자 구석에 서 있던 아사히가 다가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제가 주의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괜찮습니다. 기묘하게 가라앉은 카게야마의 분위기에 모두가 당황했다. 어정쩡한 분위기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을 보다 못한 사와무라가 카게야마를 일으켜 체육관 밖까지 배웅해주었다.
“곧장 집에 가서 쉬어, 알았지?”
“네…근데, 선배.”
“응?”
머뭇거리는 카게야마를 사와무라는 침착하게 그의 말을 기다렸다. 천천히 말해.
“그, 후회되는 일이 있으면, 말하는 게 나을까요.”
자신이 없다는 듯 흔들리는 카게야마의 눈에 사와무라가 진정하라는 듯 씩 웃었다.
“지금까지 그것 때문에 괴로웠다면 털어놓는 쪽이 좋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사와무라의 답에 카게야마가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냐, 얼른 가서 쉬어.”
℘
집에 가는 내내 카게야마는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오이카와가 저를 싫어한 이유도 오로지 제 욕심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니까 상대도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 방법이 틀린 것도 모르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던 카게야마가 들릴 리가 없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엑? 토비오쨩, 우는 거?”
“오이카와 선배….”
눈물샘이 고장 난 듯 쏟아지는 눈물에 오이카와가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카게야마는 그의 앞에서 쏟아지는 눈물에 기대어 입을 열었다.
“죄송, 죄송합니다.”
“에엑?!”
“오이카와 상이 좋습니다. 죄송합니다.”
난데없는 고백에 당황한 오이카와가 멍하니 카게야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장 난 기계처럼 ‘좋아합니다.’와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는 카게야마와 말을 잃은 오이카와의 위로 붉게 물든 단풍이 바람에 흔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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