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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알디님 레스큐 일지]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요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18

죽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매캐한 공기로 가득 찬 공간에서 차갑게 식어 내리고 있는 시체 옆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을 거야. 그렇게 단념했다. 일반인이라지만 내가 얼마나 위험한 곳에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아니, 어린 아이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공간이었으니까. 주변에 살아있는 사람은 없었다. 죽어 나자빠진 시체들 사이에 앉아있으니 나조차도 죽은 시체 같았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다른 사람의 몸 아래에 끼인 다리에 감각이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죽는다. 턱턱 막히는 숨과 이제는 거짓말 같은 고통은 죽음이라는 것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해주었다.


슬쩍 근처에 쌓인 작은 잔해들을 밀어내고 몸을 누였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직업 하나가 떠올랐다. 레스큐…였나. 어차피 오지 않을 거였다. 그들도 사람이고 이곳은 죽음으로 가득 차 있다.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어차피 무너질 곳에, 무너진 게 뻔한 곳에 오지 않을 거야. 담담하게 되뇌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대로 죽으면 내 불쌍한 인생은 어쩌지.


세상이 천천히 흐려지고 있었다. 한가득 들이마신 매캐한 공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잠정적으로 받아들여버린 죽음 때문인지 무뎌진 눈에 사위가 흐릿했다. 거짓말.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은데. 나는 아직 살고 싶은데. 나는 아직, 아직…하고 싶은게 많은데. 입에서 옅은 울음이 흘러내렸다. 아아, 살고 싶어.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아.


*


리에프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옅은 울음소리에 발을 멈췄다.
“야, 리에프!”
야쿠의 일갈에도 그는 멍하니 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울음소리야. 울음소리.
“저기서…울음소리가 들림다.”
“리…뭐?”
리에프의 말에 움직이던 이들이 모두 멈춰 서서 귀를 기울였다. 아주 옅은 울음소리가 그들의 발을 잡아챘다. 어디지. 생존자가 더 없어 무거운 발을 옮기던 고양이조 전원의 발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들은 빠르게 루트를 잡고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을 추려냈다. 처참한 상황에서 살아있는 사람을 어서 구해내자. 그들의 머릿속에 그 한 가지 생각이 가득 차올랐다.


*


사람…소리. 들릴 리가 없는 사람 소리가 들린다. 아, 이건 참 질 나쁜 환청이구나. 천천히 감았다 뜨는 눈이 뻑뻑했다. 아아, 이렇게 죽는 걸…까.


“정신 듭니까!?”
흐릿한 눈이 허공을 바라봤다.
“반응 함다!!”
흐릿하지만 확실하게 반응해오는 생존자에 고양이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천운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공간, 불안정한 곳에 불안정한 생존자. 그들은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응급조치를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생존자의 다리를 짓누르고 있던 거대한 건물 잔해들을 치워냈다.


“와우.”
생존자의 다리는 시체가 한번 눌러 답답할지언정 외상은 없었다. 너무 오래 짓눌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테지만….
“엄청나게 운이 좋은 형씨구만?”
장난스러운 쿠로오의 눈이 생존자에게 닿았다 떨어졌다.
“자, 나가자!”
생존자를 수습해 빠르게 현장을 벗어나는 고양이조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


“정신이 듭니까?”


흐릿한 시야 너머로 보이는 하얀 천장과 하얀 가운…. 여긴 어디지.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벅찼다. 나는…살아 있는 건가.


잠이 들어버린 이를 확인한 이와이즈미가 허리를 곧게 폈다. 운이 좋았다. 다행스럽게도 시체를 사이에 두고 건물 잔해에 깔려 큰 부상은 없었다. 너무 오래 연기를 들이마셨지만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방금도 말소리에 정확하게 반응했고. 이와이즈미는 천천히 병실을 나가 초조하게 서있는 리에프에게 그는 무사하다고 전해주었다. 다행이라며 환히 물드는 얼굴을 그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역시 신입이란. 쿠로오도 고생이구만.


*


의사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은 거의 패닉에 빠져 생존을 알리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못했는데 겨우 울음소리에 나를 구하러 오다니.


“고양이조의 빠른 구출과 응급조치 덕분에 퇴원은 곧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내원 치ㄹ….”


의사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살아있다. 자잘한 생채기가 난 두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살아있다, 살아있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있다. 이 얼마나 달콤하고 행복한 감정인가. 몰아치는 살아있다는 감각에 취해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우는 남자의 모습에서 이와이즈미는 천천히 눈을 돌렸다.


*


퇴원 수속을 마치고 병원을 나서던 발이 멈췄다.


“고양이조면 이 정도는 하란 말이야, 리에프!”
고양이조. 남자의 눈에 빛이 맴돌았다. 아직 다리는 불편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질 않았다.
“저, 저기!”


고양이조들의 시선이 그들을 부른 이에게 닿았다. 리에프의 얼굴이 밝아졌다. 순식간에 그들의 앞에선 이가 펑펑 울면서 쿠로오의 팔을 붙잡았다. 막 출동했다가 돌아온지라 엉망인 옷에 상대의 옷도 더러워지는 것을 보고 쿠로오가 그를 붙잡았지만 이어지는 말에 멈춰버리고 말았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나조차도 포기해버린 나를 살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모두의 얼굴에 기쁨이 맴돌았다.


“정말 고마워요,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고 믿은 곳에서 손을 잡아줘서 고마워요.”


울음에 일그러지는 이의 말소리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은 뚜렷하게 고양이조 전원의 마음에 내려앉았다.


“고마워요, 정말….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나는 정말.”


쿠로오에게 매달리듯 서서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쏟아내는 이를 보며 그들은 그저 말없이 웃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현장에 들어가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들을 위해서였으니까. 자기 자신마저도 죽는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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