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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유네라 시오탄트, 그녀의 기억 : 당신이 부르는 노래는 뒤늦게 화답받고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18

언제부터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언제부터 교수님이 내 일상에 깊이 스며드신 걸까? 멍한 머리로 기억을 더듬지만, 손에 걸려드는 것 없이 흘러내렸다. 기억을 아무리 휘저어도 걸러낼 수 없을 만큼 촘촘히 스며들어있는 기억들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버리고 말았다.
“유네라?”
왜 웃느냐는 질문에 프스스 웃음을 흘리자 살짝 미간을 찌푸린 교수님이 다가왔다.
“교수님?”
“언제까지 교수님이라고 부를 생각이지?”
“그냥….”
입에 붙어버린 호칭이 그렇게 쉽게 변할 리가 없지 않나 싶어 슬쩍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어둠에 잠겨 음울하게 빛나던 정원의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어왔다.
“호칭은 장담할 수 없어요. 그리고 웃은 건, 고백을 받던 날이 생각나서요.”
지금 생각해도 그날은 정말 당황스러운 날이었다. 그래, 그날은…….
.
.
코를 찌르는 단내에 머리가 아파져 왔다. 후플푸프의 기숙사가 주방 근처에 위치하다 보니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음식냄새는 호그와트의 그 어느 기숙사보다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강렬하게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3월 14일, 화이트데이도 다르지 않았다. 사탕을 주는 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엌에서는 단내를 풍기는 음식들을 만들어내는 모양이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방에서 나와 휴게실로 나가자 한껏 들뜬 이들이 서로를 훔쳐보고 있었다.
“좋은 아침, 유네라.”
케일런의 인사와 함께 날아오는 사탕을 아슬아슬하게 잡아채자 그가 짓궂게 웃었다.
“즐거운 화이트데이 보내!”
“오, 여자에게 사탕을 던지다니 매너 없긴!”
장난스럽게 킬킬대며 사탕을 주머니에 쑤셔 박았다.
“오, 네가 여자였니?”
케일런의 놀림에 시끄럽다고 소리치며 망설임 없이 정강이를 걷어차 버렸다. 휴게실을 메운 다른 오소리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고 가는 장난과 오고 가는 사탕. 물론 그중에 분홍빛 기류를 뿌리며 오고 가는 사랑의 사탕이 있긴 했지만, 대다수가 단순한 우정의 사탕이었다. 물론, 약간의 장난과 놀림, 그리고 폭력이 오가는.
그날은 호그와트 어디를 가든 사탕이 따라다녔다. 심지어 피브스마저 어디서 났는지 모를 눈깔사탕을 이리저리 던져대었고, 양호실은 이상한 사탕을 먹었거나, 사탕에 잘못 맞아 다친 이들로 넘쳐흘렀다. 심지어 마법 약학 시간에는 해독제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진지한 질문까지 나왔다는 소식을 다른 오소리들이 전해주었다. 물론 교수님들은 그런 분위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엄청나게 활기찬 분위기는 나를 지치게 했다. 활기찬 분위기는 그 안이 아닌 밖에서 즐기는 것이 가장 즐거운 법 아니겠는가.
소란의 중심에서 벗어나 교수님들의 연구실이 있는 쪽 – 다행스럽게도 아직 여기까지 장난을 치러올 정신은 없는 것 같았다. - 으로 빠졌을 때, 작은 목소리가 벽돌을 타고 이리 저리 옮겨 다니고 있었다. 아주 익숙하며, 묘하게 한심한 목소리에 발을 옮기자 칼레발라 교수님이 나타났다.
“어라? 교수님이다.”
한달음에 달려가 교수님의 망토 자락을 붙들었다.
“교수님, 사탕 주세요!”
이미 망토 주머니는 사탕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사탕을 받아내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았다.
“켁. 다 주고 없어.”
미묘한 얼굴로 난처하다는 듯 눈을 데룩데룩 굴리는 교수님의 얼굴은 장난치고 싶다는 욕구를 한껏 자극했다.
“거짓말! 교수님 그렇게 인기 있지도 않으면서!”
어딘가 물렁물렁한 구석이 있는 교수님이라면 분명 수업시간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사탕을 나누어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그거고 놀리는 것은 별개.
“후플푸프 5점 감점.”
“치사해!”
가차 없이 점수를 깎아버리는 행동에 너무 놀렸나하고 잠깐 머뭇거렸지만 뭐 어떤가, 후플푸프는 적당히 2등을 달리고 있었고, 하늘 너머의 레번클로나, 잭팟의 슬리데린, 그리고 무슨 재주인지 마이너스를 달리는 그리핀도르와는 넉넉하게 차이가 있었다. 고로 5점 정도로는 크게 기별이 가는 것도 아니었…….
“가…….”
“어? 뭐라고 했어요??”
“먹고 싶으면 내 연구실로 오게나!”
딴생각하느라 듣지 못해 되묻자 퉁명스럽게 다시 답해주곤 휙 돌아서 버리는 모습에 킥킥거리며 쫓아가 망토 자락을 붙잡았다.
“저 수업 없어요~.”
내 말에 교수님이 와작 소리가 들릴 정도로 표정을 구기면서 발을 재촉했다.
교수님의 방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아주 크고 화려한 사탕 꽃 화분이었다.
“어? 교수님 저건 누구 거예요?”
거리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굉장히 섬세하게 만들어진 사탕 꽃의 모습에 신기해 이리저리 관찰하다가 문득 저번에 쥐여 주셨던 사탕이 생각났다. 지워지지 않는 특수 잉크로 사탕 껍질에 ‘I LOVE YOU’라고 적혀있었던 사탕.
“저번에 사탕에 낙서하신 것도 그렇고 교수님 그 사람 되게 좋아하시나 봐요?”
마음속의 역삼각형이 힘차게 돌아가며 가슴을 찔렀다.
“좋겠네요, 그 사람은…….”
예쁘던 사탕 꽃이 추악하게 보였다. 바닥에 집어 던져 부숴버리고 싶었고, 짓밟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이 이 사탕을 받아주길 바랬다. 교수님은 행복하면 좋겠다. 나처럼 빛과 어둠이 서로를 밀어내는 변두리에서 아파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사탕 꽃을 관찰하는 것을 멈췄다.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말을 마치며 바라본 교수님의 얼굴은 굉장히 미묘했다. 추한 생각을 하던 내 얼굴을 본 것일까? 오블리비아테를 걸어버리고 싶다는 욕망이 치솟았다.
“그…기쁜가……? 저건걸 받으면.”
교수님의 뺨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싫다. 왜 저렇게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는 걸까.
“그렇…죠, 뭐.”
“……그래.”
그렇게 잠시의 침묵이 우리를 끌어안았다.
“누…군데요? 내가 아는 사람?”
이깟 침묵에 밀려나긴 싫어 억지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묻자 교수님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ㄴ…….”
“네?”
교수님의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부서져 버려 내 귀에 닿지 못한 말이 거슬려 다시 묻자 그가 얼굴을 손에 파묻으며 조금 더 분명하게 내뱉었다.
“너라고. 유네라 시오탄트.”
지금 들은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 한참 눈만 껌벅이자 교수님이 새빨간 얼굴로 버럭 소리 질렀다.
"너라고!"
"나…나면 그런 거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교수님이 소리를 지르자 당황해서 덩달아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리곤 둘 다 당황해서는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순간 나는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사탕 꽃 화분을 톡톡 치고 있었고 교수님은 책상에 앉아 과제를 확인하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팔락팔락 넘어가는 양피지 소리와 사각사각 울리는 깃펜의 노래가 잔뜩 날 선 정신을 부드럽게 내리눌렀다.
‘나를 좋아한다.’
과연 저 감정은 나에게로 향한 감정이 맞을까? 가만히 고민하다가 다시 한 번 힐끔 교수님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나를 바라보고 계셨는지 마주친 눈에 서로 화드득 떨며 서로를 보고 있던 일이 없던 일인 듯 고개를 돌렸다.
“하아.”
빠르게 도는 마음속의 역삼각형 때문에 답답해져 한숨을 내뱉자 시야의 끝자락에 겨우 걸린 교수님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있잖아요, 왜 내가 좋아요?”
교수님이 뭐라 말을 하려고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도록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요, 별로 나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교수님도 알 거 아녜요. 순혈 가문이란 거. 가족이 정말 가족인 순혈이 얼마나 될까요, 안 그래요? 그리고 누가 그랬는데 나는 사랑받을 수 없을 거라고 했어요. 그냥 잘 꾸며진, 피를 이어나가기 위한 인형처럼 자란 내가 사랑을 알 수 있겠느냐고요. 왜, 그건 쌍방향이어야 하잖아요. 한사람이 좋아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감정이 아닌 거잖아요.”
숨 쉴 틈도 없어 쏟아내 버려서 헉헉거리는 입안으로 짠맛이 퍼졌다.
“좋아한다는 건, 결국 돌려받지 못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어떻게든 돌려받지 못하면 썩어 문드러질 텐데!”
뿌옇게 흐려진 시야 너머로 일그러진 교수님이 보였다.
"그래도 괜찮아요? 그래도 좋은 거예요? 나는!“
눈앞에 검은색으로 가득 찼다. 얼굴로, 온몸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벅찼다.
“괜찮다, 괜찮아, 시오탄트.”
“……. 유네라. 그렇게 불러주세요. 성은 너무 멀게 느껴지잖아.”
“…그래.”
“그리고 사탕도 고마워요.”
머리에 따뜻한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그래.”
“진짜 고마워요. 그리고…. ……해요.”
“나야말로 좋아한다, 시…유네라.”
“고마워요, 칼레발라 교수님.”
.
.
“있잖아요, 교수님.”
“왜?”
“좋아해요.”
“……쓰…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호그와트로 돌아갈 준비나 해!”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서는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교수님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좋아해요, 칼레발라.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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