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Cetegory봄길 (1)나그꽃 (0)HQ (69)1차 (57)2차 (19)커미션 (27)시리즈 (14)
SUBJECT . [쿠로켄]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WRITTEN BY . Logann    DATE . 161023

새카만 하늘이 빛나고 있었다. 시퍼런 불꽃이 일렁거렸다. 밤을 무시한 불꽃 때문에 낮과도 같이 밝았다.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튀어 오르는 폭발과 귀신같이 날아드는 총알에 모두와는 흩어진지 오래였다. 하나씩 혹은 둘씩 흩어지면서 단념했다. 아마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 아쉬운 마음과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으로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모두를 바라보는데 쿠로오가 팔을 잡아챘다.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당연하다는 듯 내 팔을 붙잡고 뛰는 쿠로오의 새카만 뒤통수가 이질적이었다. 혀를 날름대는 불꽃과 여기저기서 울리는 총성. 그리고 비명소리.

  

으아아아악!

  

어디선가 들리는 익숙한 비명에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쿠로오가 멈춰 섰다. 탄탄한 근육으로 무장된 등이 눈앞을 가리고 있었다.

“…켄마.”

“…응.”

“무장, 하고 있지?”

느릇하게 눈을 깜박였다. 무장이야 언제나 타의로 꼼꼼하게 하고 나오지만 정작 나오면 싸우는 일은 없으니까. 그걸 모를 쿠로오가 아니었다.

“살아남는 거야, 알았지?”

진득한 긴장이 베인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쿠….”

말이 채 끝을 맺기도 전에 시야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리는 둔탁한 빛에 쿠로오를 붙잡고 끌어내렸다. 힘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겠지만 요령 좋게 끌어내린 덕에 거칠게 공기를 찢은 총알은 쿠로오의 뺨만 스치고 지나갔다. 바닥에 볼품없이 나뒹군 덕에 무릎이 쓸려 따가웠다.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와중에 다시 공기를 찢는 소리가 들렸다.

“…살아, 남는 거야.”

켄마. 작게 속닥거리며 거칠게 뒤로 떠미는 힘에 시커먼 골목 속에 나뒹굴었다. 주저앉아 보는 쿠로오의 등은 너무도 커서.

“ㅋ…!”

순간 뒤돌아본 쿠로오의 눈이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넌 살릴 거니까. 그렇게 속삭이는 것같은 눈을 보며 천천히 물러섰다. 네가 원한다면. 어둠속으로 완전히 파묻히자 쿠로오는 눈을 휘며 웃어보였다. 안녕,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더 아슬아슬한 미소.

“…….”

골목 저편에서 남자 몇이 걸어 나왔다. 검, 총…. 어둠속에서 빠르게 상대를 훑었다. 도주는 위험했다. 위험을 각오하고 있는 쿠로오는 물론 그가 구하려고 한 나마저도 위험해질 터였다. 아직도 여기저기서 비명과 총성이 난무하고 있었지만 이곳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얼굴을 닦기 위해 든 손에 이상한 게 묻어 있었다. 마치, 새빨간....

“…피…….”

번쩍 든 눈에 왜 지금까지 보지 못했는지 모를 쿠로오의 상처가 들어왔다. 기묘하게 젖어 들어간 옷자락.

  

*

  

전투의 끝은 당연했다. 부상당한 한명과 여덟명 이상의 적. 남자들 중 하나가 시뻘건 쿠로오의 생명을 뒤집어쓴 칼을 털어내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다친 놈이 더럽게 강하네.”

“그러니까 머리노릇 하고 있겠지.”

“죽었나?”

“제대로 못 찔렀어.”

“제대로 죽여.”

“어차피 죽을 건데. 이미 과다 출혈이야.”

남자가 발끝으로 쿠로오를 걷어찼다. 반쯤 감긴 눈, 빛을 잃어가는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안해. 약속은 못 지킬 것 같아, 쿠로오. 나는 저 새끼들을 다 죽여 버려야할 것 같으니까.

  

*

  

“다른 쪽은?”

남자들 중 하나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 흐릿한 빛에 켄마는 천천히 어둠 밖으로 나섰다. 안 돼, 쿠로오.

“튀김머리 쪽이 반항이 심하다는데, 도와달래.”

원하던 정보를 얻었는지 작게 입을 여는 남자의 말에 흥미없다는 태도로 칼끝으로 쿠로오의 상처를 헤집던 남자가 등을 돌렸다.

“가…윽!”

“뭐ㅇ…!”

칼을 들고 있던 남자의 등, 정확하게 뼈를 피해 심장이 있을 곳에 칼을 찔러 넣은 켄마의 눈이 샛노랗게 빛났다. 어수선하게 서 있던 남자들이 서둘러 무기를 집어 들었지만 어느새 켄마는 어둠속으로 몸을 감춘 후였다. 꼬불꼬불하게 꼬인 길과 엉망진창으로 쌓인 물건들 사이로 속에 퍼진 짙은 어둠은 그들이 조용히 습격하게 도와주는 곳이었지만 동시에 순식간에 공격당하기에도 좋은 공간이었다.

“뭐야, 또 있었어!?”

“이 새끼 죽었어!”

웅성거리는 소리 사이로 켄마는 천천히 숨겨놓았던 총을 꺼내들었다. 애초에 전투를 위한 무장이 아닌 혼란 속에 몸을 챙길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무장을 하는 켄마였다. 가진 거라곤 겨우 권총 한 자루가 다였지만 이걸로 충분했다. 유약한 켄마의 모습에 다들 쉽게 방심하곤 했다. 동료들이 어화둥둥 싸고도니 공주님마냥 깔보는 놈들도 있었다. 켄마로서는 그리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서있던 남자들 중 하나가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뭐, 뭐야!”

잦아들긴 했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총성 때문에 켄마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특정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두가 모르고 넘어가지만 켄마의 명중률은 팀원들 내에서도 손꼽히는 것이었다. 움직이는 표적을 맞추는 것도 그에게는 꽤나 쉬운 일이었다. 평소에 그가 하듯 게임하고 숨 쉬는 것처럼. 겨우 일곱발. 켄마는 미련 없이 총을 버렸다. 녹아내리듯 어둠속에 선 켄마는 미끄러지듯 쿠로오의 곁으로 다가갔다.

  

*

  

“쿠로오.”

목이 메여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항상 같이 있어줬는데. 좋아한다며 속삭여줬는데. 오늘 임무가 끝나면 할 말이 있다고 그렇게 말했었는데. 흐릿한 빛 속에 드러난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쿠로오의 몸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크악!”

켄마는 스치듯 검의 손잡이를 놓았다.

“이별, 하고 있잖아.”

시체마냥 널브러져 눈치만 보다 공격하려는 남자에게 칼을 박아 넣은 것 치고는 너무도 평온했다.

“안 죽인 게 아니야.”

잠시 걷힌 연기 사이로 고개를 내민 달빛 아래에서 켄마의 샛노란 눈이 야수의 그것마냥 날카롭게 일렁였다.

“그냥 그렇게….”

박아 넣었던 칼을 뽑아낸 켄마가 상처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액체를 보다가 몸을 돌렸다.

“피 흘리다가 죽어.”

쿠로오처럼. 그 섬뜩한 중얼거림을 끝으로 켄마가 천천히 검을 쿠로오의 심장위로 가져다 댔다. 이미 살리는 것은 불가능.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한 켄마는 빠르고 정확하게 쿠로오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었다.

“잘 가, 쿠로오.”

거기서 먼저 나를 기다리는 거야. 켄마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를 죽이려고 한 새끼들을 모두 죽이고 나서 뒤따라갈게. 그때 내게 말해줘, 이 임무가 끝나고 나서 내게 할 거라고 했던 말.

  

.

.

.

  

사랑해, 쿠로오.

       LIST


160418 [우시지마&오이카와&카게야마] 국가대표    COMMENT. 0
160418 [켄쿠로] 방해하지 마    COMMENT. 0
160706 [이와오이]사죄    COMMENT. 0
160418 [우시오이] 소유욕    COMMENT. 0
160418 [마츠오이] 후회    COMMENT. 0
160418 [시라야치] 위로    COMMENT. 0
160418 [이와오이이와 / FHQ] 그럼 마왕은 어디로 갔을까    COMMENT. 0
160510 [오이카게] 먼저 반하는 사람이 지는 법    COMMENT. 0
160418 [우시오이] BGM 추천 : 짙은 _ March    COMMENT. 0
160724 [FHQ / 이와오이] 사라져버린 마왕과 살아남은 기사님    COMMENT. 0
161121 [마츠하나/역키잡] 발을 맞추다    COMMENT. 0
161023 [쿠로켄]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COMMENT. 0
160418 [마츠오이] 계약연애    COMMENT. 0
161130 [마츠하나/역키잡] 발을 맞추다 (2)    COMMENT. 0
160510 [아카보쿠 / 뱀파이어AU] 빛    COMMENT. 0
161201 [FHQ / 이와오이 / 역키잡] 기사님의 마왕님    COMMENT. 0
160418 [아카보쿠아카 / for. S_E0_man] 스러지는 소망    COMMENT. 0
160418 [히나야치] 하이큐 노멀 커플 합작 <여자 하나, 남자 하나>    COMMENT. 0
160419 [부산 하온 배포본 / 오이른 단편집 ] 오이카와는 오른쪽 _ 마츠오이    COMMENT. 0
160418 [켄쿠로] 스트레칭    COMMENT. 0
LIST     1 [2][3][4] NEXT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KIMA + BO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