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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FHQ / 이와오이] 사라져버린 마왕과 살아남은 기사님
WRITTEN BY . Logann    DATE . 160724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너는 내 곁에 있었다. 흐릿한 기억의 장막을 걷으면 울먹이며 내 옷자락을 꼭 부여잡는 네가 있는 네가 있었다. 참으로 익숙하고 당연하다는 듯, 기억 너머에 단단히 자리 잡은 너는….

“왜…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오이카와!”
“이와쨩. 당연한 걸 묻는 거 아니야?”
오이카와씨는 마왕님, 인걸? 익숙한 미소를 그리며 방글거리는 얼굴을 후려쳐주고 싶었다. 그래, 언젠가 기억 속에 네가 이상한 힘을 쓰려고만 하면 내가 때려서 막았던 것처럼.
“이 쿠소카와가!”
허공을 가르는 검이 너무도 무의미해서.
“있잖아, 이와쨩도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유연하게 검을 피하며 귓가에 속삭이는 너의 목소리가 너무도 비현실적이어서.
“닥쳐!”
아니, 사실은 아무 것도 믿고 싶지 않아서.
“이와쨩은 너무 올곧다니까?”
그냥 옛날처럼 오이카와씨랑 있자.
“오이카와 토오루!”
외면해버리고 싶었다.

.
.
.

“마왕을 죽일 용사가 드디어 출전한다지?”
그래, 사실 알고 있었다. 반쯤 마신 싸구려 맥주가 흐릿했다.
“흥, 마왕이 아니라 왕부터 죽어야 하는 거 아냐?”
실제로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것은 귀족들이었다. 주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이 싸구려 맥주가, 맥주를 가장한 맹물에 가까울 만큼.
“예끼, 이사람!”
정작 마왕인 너의 손에 죽는 자들은 더럽고 추해서….
“뭐 어때, 내가 뭐 없는 말 했나?”
그럼에도 귀한 피를 타고 났다고 단죄하는 이들도 없는 자들.
“걸리면 다 죽는다고.”
힘없는 이들은 너를 그리 무서워하고 있지 않았다.
“흥, 마왕한테든 높으신 분들한테든 죽는 건 매한가진데 뭐 어떤가?”
농락당하고 추하게 죽는 것보다, 차라리 너는…. 다 거짓말 같았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싸구려 맥주가 밍밍했다. 그런데 오이카와.

“이와쨩, 정말 나랑 가지 않을래?”
“…….”
“왜 이와쨩이 더러운 귀족 놈들의 뒤를 닦아줘야 하는 거야?! 이와쨩의 가족들도, 마을 사람들을 죽인 것도 다 귀족 놈들이잖아!”
그렇게 절규하는 너의 얼굴이.
“죽어다오, 오이카와.”
“이와쨩!”
여기서 죽을 수 없다는 것, 알고 있다. 너는 여기서 죽어서는 안 된다. 싸구려 옛날이야기처럼 마왕을 죽이는 것은 찬란한 빛을 지닌 용사. 나는 흔하디 흔한 기사. 그럼에도 나는 포기 하지 못한다. 결국 이건 집착일 뿐이고 이곳에서 기사로 산다 해서 나은 것도 없는데.
“이와쨩, 이 멍청이!”
날뛰는 마력이 너의 불안정한 마음을 전해주고 있었다.
“내가 아직 너의 친구라면.”
하지만 오이카와, 나는 아직도 죽어가면서 너만은 자랑스러운 기사님으로 살아달라고 울던 어머니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너를 죽이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갈 수도 없다. 돌아가면 분명히 죽을 테니까.
“죽어다오.”
“이와쨩….”
내가 죽으면 못하는 것이 있잖아.
“정말, 정말 그걸 원해?”
너의 곁에 서지는 못하지만 살아 있으면 사랑하는 너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을 수 있지 않으냐, 오이카와.
“…그래.”
그러니까 이 추한 모습으로 삶에, 이 위치에 이리도 집착하는 거지.

.
.
.

강렬한 빛이 터졌다. 남아있는 것은 붉게 젖은 검과 깊은 피웅덩이, 그리고 사라진 너.
“오이, 오이카와?”
차갑게 식어버린 피가, 한 사람의 피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짙은 피웅덩이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손으로 품을 더듬어 끄집어낸 것이.
‘이와쨩, 이건 라이프 스틱이라는 건데, 이렇게…하면 주인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아니면 아픈지 안 아픈지 색으로 알려주는 기능이 있어! 멍청한 인간 마법사들은 못하는 마법이야! 이렇게…이와쨩 거는 내가, 내거는 이와쨩이 가지고 있어! 우리가 어디에 있든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
선명한 색의 막대를 부여잡고 북받치는 슬픔에 무릎을 꿇었다. 아아, 오이카와.
“오이카와.”
천장이 무너지며 빛이 뺨에 닿았다. 너의 마력으로 유지되고 있던 성이 무너지는구나. 너는, 너는 어디로 가버린 거냐, 오이카와.

소중한 나의 친우여, 내뱉을 수 없는 나의 사랑아. 너는 나의 부질없는 청을 들어주며 어디로 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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