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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 카게스가 / For.KamZa009 ] 없는 것과 있는 것
WRITTEN BY . Logann    DATE . 160528

텅 빈 코트. 새하얀 금. 정비가 끝나 깔끔한 코트. 사람의 그림자도, 코트 안에서 뛰던 열정과 시간도 모두 잠든 그 시간에 스가와라 코우시, 카라스노의 세터는 그 곳에 서있었다. 새하얀 그의 손에는 꺾여버린 세터로서의 자존심과 채 쓸어내지 못한 에이스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털어내지 못한, 그래서 검고 축축하게 고여 썩은 내를 풍기는 그 자신이 담겨 있었다.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소년, 아직도 두 눈에 선명한 재능. 겨우 잠시 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압도하던 소년. 천재, 그 단어가 입안에서 달콤하게 굴러다녔다. 그리고 미쳐버릴 만큼 씁쓸한 향내를 풍기며 속을 뒤집었다. 자신의 나약함을 외면해도 된다는 사실은 달콤했고, 자신이 서있을 수 없다는 사실은 씁쓸했다.

*

분위기가 달랐다. 소리가 달랐다. 자신이 있을 때는 경직된 분위기였다면 스가와라 선배가 들어간 후의 코트는 미소가 흘렀다. 경쾌하거나 밝은 것이 아닌 부드럽게 흘러가는 무언가. 카게야마는 홀린 듯이 코트 안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봐온, 매력적이던 세터들보다 더욱 매혹적인 무언가가 저기에 있었다. 더,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들썩거리는 몸이 소리를 내질렀다. 더, 더 가까이 가서 봐줘, 하고.

쏟아내는 질문에 난감한 듯, 머쓱한 듯 답하는 모습을 카게야마는 한 가득 눈에 담았다. 자신은 절대 할 수 없는 무언가. 오이카와 선배의 서브를 배웠듯 훔쳐 배울 수 없는 무언가. 따라할 수 없기에 더욱 매혹적이고, 더욱 오래 담고 싶은 무언가. 새까만 카게야마의 눈에 새로운 동경이 깃들었다.

*

스가와라는 등 뒤에 꽂히는 카게야마의 시선에 식은땀을 닦아냈다. 원래 눈매가 사납고 무서운 분위기라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씹어 먹을 듯 바라보니 꽤나 무서웠다. 이런 것에 원체 약한 아사히는 제 곁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가서 물어보자니….
“무슨 말이 나올지 무섭단 말이지.”
“응? 무슨 일이야, 스가.”
“아, 아니야.”
“그래? 근데 카게야마랑 무슨 일 있어?”
다이치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에는 공을 꽉 부여잡고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는 카게야마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니, 딱히 없는데 저러고 있네.”
아하하. 머쓱한 기분에 뺨을 긁자 다이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드링크병을 집어들었다.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무슨 일만 아니면 좋겠네.”
“응.”
나도.

*

카게야마는 스가와라를 볼 수 있는 모든 곳에 서있었다. 그가 올리는 공, 그가 살피는 팀원들의 컨디션, 그가 확인하는 팀원들이 가장 자신 있는 토스 위치까지. 샅샅이 바라보고 확인하면서 그가 그것을 따라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스가와라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따라하고 싶었고, 배우고 싶어서 본 것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의 시선의 목적은 다른 것이 아닌 스가와라,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상쾌하게 웃는 얼굴은 아름답다. 선배의 서브는 평소의 상쾌함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있었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지르는 손에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 부러웠다.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 카게야마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

“저…스가?”
“응? 아사히, 무슨 일이야?”
“그….”
한참동안 입을 열지 못하고 눈만 데굴데굴 굴리는 아사히의 모습에 스가와라가 빤히 바라보자 아사히는 땀을 뻘뻘 흘리며 결국 입을 열었다.
“카게야마랑 무슨 일 있어?”
아, 그 얘기였나. 스가와라는 슬금 시선만 돌려 카게야마를 확인했다. 확실히 저를 보고 있는 얼굴이지만 그가 고개를 돌리면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티를 확 내며 돌아가는 얼굴이었다. 처음 몇주는 씹어 먹을 듯 바라보더니 또 지금은….
“음, 별로?”
“다행이다….”
진심으로 안도하는 아사히를 보며 스가와라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확실히 물어봐야할 것 같았다. 그의 이상한 태도에 모두가 동요하고 있었으니까.

*

“아, 카게야마!”
부른 이가 스가와라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도망치려고 주변을 돌아보는 카게야마의 가방을 스가와라가 그대로 잡아챘다.
“처음엔 흉흉하게 노려보더니, 이젠 또 왜 피하는 거야?”
응? 순식간에 얼굴 가까이까지 치고 들어오는 스가와라의 얼굴에 카게야마가 새빨갛게 익어버렸다.
“어라? 카게야마…?”
정신 차려! 스가와라의 손이 카게야마의 이마에 닿는 순간, 카게야마는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좋아합니다!”
“에…?”
이마에 손을 대려던 그 대로 멈춰버린 스가와라를 두고 카게야마는 후다닥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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