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Cetegory봄길 (1)나그꽃 (0)HQ (69)1차 (57)2차 (19)커미션 (27)시리즈 (14)
SUBJECT . [오이카게] 먼저 반하는 사람이 지는 법
WRITTEN BY . Logann    DATE . 160510

답답했다. 그래, 이건 뭐랄까…. 망가져서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차에게 나아가라고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 오이카와는 멍하니 손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결론지었다. 오이카와라는 세터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 모습은 뭘까. 오이카와는 카게야마가 들어간 코트 안을 바라보았다. 매끄럽지 않다. 당연하다, 원래 저 안에 있어야할 것은 자신이니까. 미숙하다. 당연하다, 카게야마는 이제 겨우 1학년이니까.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더 맞아 들어가는 코트 안을 보면서 오이카와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알길 없는 무언가로 인해 속이 엉망이었다.

컨디션 난조로 교체된 이후로 오이카와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 언제나 달라붙던 여자아이들이 그에게 다가가지 않을 정도로. 오이카와의 얼굴은 점점 검게 죽어갔고, 그럴수록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얼굴에도 어둠이 드리웠다. 카게야마, 단 한명만 빼고. 그 어린 소년은 코트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뻐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오이카와는 그 얼굴이 싫었다.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삐걱대고 있는 그 코트 안에 그렇게 들어가고 싶어? 오이카와는 이해할 수 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3학년이던 오이카와는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그 의문을 잊었다. 시라토리자와라는, 우시지마라는 벽이 너무도 높았다. 그것을 넘어 보려는 것만으로 충분히 벅찼다. 의식적으로 머리 저 깊은 곳으로 밀어 넣은 고민은 겨우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래, 저 새까만 져지를 입고 나온 카게야마라는 녀석 때문에.

“오이카와 상?”
오이카와는 본능적으로 카게야마를 훑었다. 몇 개월만이지…? 적어도 석달은 훨씬 넘었을 거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 진학을 핑계로 허겁지겁 떠나서는 내려오지 않았으니까. 의식적으로 고교 배구에서 눈을 돌렸으니 소식이 귀에 들어 올 리도 없었다.
“오랜만이네, 토비오 쨩.”
생각 외로 담담하게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이질적이었다.
“네, 봄고 이후론 처음 뵙는 거니까요.”
곧게 바라보는 눈이 기이할 정도로 맑았다. 숨이 막혔다. 왜, 이제 와서? 적어도 2년은 저 녀석과 같은 코트에 설 일은 없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숨이 막히는 거지.
“아, 저 심부름 하던 중이라 먼저 가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곤 저를 지나치려는 카게야마를 붙잡았다. 왜지?
“? 오이카와 상?”
“아, 잘 지내라고.”
“! 감사합니다, 오이카와 상도 잘 지내십쇼!”
바쁘긴 한 것인지 순식간에 뛰어가 버린 카게야마의 뒤를 오이카와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뭐지. 슬그머니 손을 내려다본 손에는 과거가 매달려 있었다.

그날 밤, 오이카와는 미친 사람마냥 그가 외면하고 있던 동안의 카게야마를 샅샅이 찾아냈다. 여기저기 전화해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까지 찾아낸 DVD를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두 눈이 새빨개질 때까지 수십 번이나 돌려보고 나서야 오이카와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어냈다. 어느새 답답하던 심장은 기묘한 울림을 품고 뛰고 있었다.

*

“그래서요?”
“엑? 토비오 쨩, 이 이야기를 듣곤 그게 다야?!”
“?”
“으아아아! 앓으니 죽지!”
오이카와는 털썩 베개에 머리를 박았다.
“정말이지…토비오 쨩은 섬세하지 못 해.”
“? 죄송합니다. 전 곧 집합시간이라 먼저 나갈게요.”
“토비오 쨩따위 얼른 가버려.”
이불에 얼굴을 처박고는 웅얼대는 모습에 카게야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짐을 담아둔 가방을 집어 들었다.
“오이카와 상도 조심히 다녀오세요.”
쿵 하고 닫히는 문소리에 오이카와는 슬금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 슬슬 저도 나가야하는 시간이었다.
“정말이지…먼저 반한 사람이 지는 거라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 돌아오면 못 자게 마구 괴롭혀 줄 거야.”

       LIST


160420 [비공개 / 신과 마법사 AU] 믿다, 너희들  비밀글입니다  COMMENT. 0
160420 [연성교환] ㅂㅎㅂㅌㄹ님    COMMENT. 0
160422 [커미션 / 2차 / 멀리서 보면 푸른 봄 / 여준수현 ] ㄱㄹ님    COMMENT. 0
160426 [카게스가] 독백    COMMENT. 0
160501 [비공개/낼 마음 없는 회지 3p 쓰기] 그들의 시간  비밀글입니다  COMMENT. 0
160518 아카보쿠 : 손부터 놓은 다음에 날 포기하겠다고 말해줄래?    COMMENT. 0
160510 [아카보쿠 / 뱀파이어AU] 빛    COMMENT. 0
160510 [오이카게] 먼저 반하는 사람이 지는 법    COMMENT. 0
160513 [커미션 / 2차 / 하이큐 / 아카아시 드림] ㄹㅂ님    COMMENT. 0
160513 [연성교환 / 2차 / 하이큐 / 시라부 드림] ㄴㄴ님    COMMENT. 0
160518 마츠하나 :: 한때는 그대가 꽃인 적 있었다.    COMMENT. 0
160518 [연성교환 / 1차 / 해리포터AU]ㅇㅊㄹ님    COMMENT. 0
160518 [커미션 / 2차 / 하이큐 / 우카이 드림 ] ㄲㅈㅇㄴ님    COMMENT. 0
160520 카게히나 :: 네가 사랑이었다면 나는 더 고통스러워야 했다.    COMMENT. 0
160523 [우시오이/ For.Yeomyeong] 독백    COMMENT. 0
160523 [아와오이/ For.Yeomyeong] 사랑하는 나의 토오루    COMMENT. 0
160528 [ 카게스가 / For.KamZa009 ] 없는 것과 있는 것    COMMENT. 0
160529 [세미시로/for. S__eina /낼 마음 없는 회지 3p 쓰기] 회장님과 배구부 소년    COMMENT. 0
160529 [쿠니카게] Indefiniteness ver. 쿠니미 아키라  비밀글입니다  COMMENT. 0
160603 [ 쿠로린카 / for.Frost_Flower_B ] 일상에 스며든 아름다움    COMMENT. 0
LIST     PREV [1][2][3][4][5][6] 7 [8][9][10] NEXT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KIMA + BO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