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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9월 9일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18

그 아이는 지독했다. 우리라는 울타리로 묶여있음에도 그 아이와 이렇다할 교류가 없는 것은 그때문일터였다. 어릴적, 기억이 시작하는 그 시간부터 함께였음에도 그 아이는 여전히 어렵고 알 수 없는 그런 아이였다. 그렇다고 그 아이를 싫어하냐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그 아이는 존재만으로 나를 안심시켜 주었으니. 그 아이는 참으로 중요하고 또 소중했다. 그 사실을 그 아이를 잃고 깨닳았으니 이 얼마나 멍청한가. 몸을 옭아맨 검은 정장이 답답했다.

뒤가 아름다운 자수로 꾸며진 검은 니트가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아니다, 이건 초라한게 아니라 작아 보이는 것이다. 그리 홀로 중얼거림에도 미친듯이 뛰는 심장이 진정되지를 않았다. 쿵쿵거리는 소리에 귀가 괴로워질 때쯤 바닥에 고인 9 보고 깨닳았다. 울고있구나. 불연듯 찾아온 깨달음에 무너져버렸다.

"바보야."
그는 언제나 시큰둥했다. 관심이 없었다. 내가 무얼하든 그는…그 아이는. 늘 부드럽게 웃고, 상냥하게 말했지만 결국 그랬다. 그는 시큰둥했고 무관심했다. 우리의 관계 속에서 상대를 갈구하는 것은 나뿐이었다. 그런 내가 얼마나 어리석어 보였을까. 그 생각만 하면 입매가 비틀렸다. 너는 나를 얼마나 어리석게 보고 있었느냐.

"멍청아."
끝없이 말하면, 끝없이 욕하면 그가 벌떡 일어나 대꾸해줄 것 같았다. 왜 나를 홀로 두고 갔느냐.

"이 바보야."
왜 너는 홀로 그 곳에 누워 있느냔 말이다. 그토록 무관심했어도 나와 발맞춰 걸어주지 않았느냐. 내가 하나를 모르면 그것을 이해 할 때까지 곁에 서 있고 내가 뭔가를 좋아하면 그것을 비웃으면서도 함께 즐겨주지 않았더냐.

"이 바보 멍청아."
일어나라. 일어나 나와 다시 발을 맞춰다오. 왜 나를…끅끅대는 목소리가 심하게 거슬렸다. 왜 나를 울게 두는 것이냐. 이 무심한 사람아. 검은 사람들로 가득한 그 곳에서 나는 목놓아 울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누군가의 질문에 머리가 뒤엉켰다. 내게 하는 질문이 아닐진데-그는 어떤 사람이었나.
"나는 그를 모르니까요."
누군가의 친우의 아내인지, 혹은 연인인지 모를 이의 질문이 심장을 파고 들었다. 그는-어떤 사람이었나.
"그는 성실했어. 뭐랄까. 굉장히 무심하기도 했지. 자신의 일에 열심히였어. 언제나 필사적이였지. 생각해보면 그런 점때문에 더 삭막했는지도 몰라. 실상은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해. 그는 멋진 사람이었다. 거절할 줄 알되 결코 교만하지 않았고, 승낙할 줄 알되 결코 어리석지 않았지. 완벽할 줄 알되 결코 오만하지 않았고, 실패할 줄 알되 결코 낙담하지 않았지. 아, 그러고보니 동료하나가 그랬지. 그는 태어난 날에 참 걸맞는 사람이라고. 그는 9월 9일생이야. 9월의 탄생석은 성실을 의미하고 9월 9일의 탄생화는 무심함을 의미한다더군. 그는 성실했으나 무심했으니 꽤 걸맞는 해석이지 않아?"
하하 웃는 목소리에 눈이 감겨왔다. 그렇구나. 그렇게도 해석되는구나. 어쩐지 그를 향한 내 마음이 인정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기 있었구나."
"아……. 아주머니."
"수척해졌구나. 저 놈은 뭔 복인지."
혀를 차며 나를 훑는 눈이 퍽이나 다정했다.
"자, 이거 저 놈의 일기장이다. 어젠가 펼쳐봤는데…너도 보는게 좋겠더라."
내 품에 공책 하나를 떠넘긴 아주머니가 새로 장례식장에 온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의 일기장. 신기하고 믿기지 않는 물체가 품에 안겨있었다.

'여아가 울었다. 여아가 울면 이상하다. 저 여린 애를 아프게 할데가 어딨어서 울리는건가. 세상이 이상하다.'
종이에 새겨진 흑연자국이 깔끔했다.

'여아에게 꽃을 선물했다. 요근래 우울하던 여아가 웃었다. 늘 그렇게 웃으면 좋겠다.'
하루하루가 나와 관계되어있었다.

'여아가 요새 힘들어 보인다. 무슨 일이 있는건가. 직장이 달라지니 연락도 뜸하다. 내게 털어놓을 순 없는건가.'
무심하다. 내게 관심없다 생각했는데 한장 한장이 내 이야기로 가득 차있었다.

'여아의 생일이었다. 아름다운 꽃과 핀을 준비했는데 주지 못했다. 생일인데도 야근을 하는 건가.'
종이위로 얼룩이 생겨났다. 눈에서 흐른 것이 종이를 적셨다.

'내일 여아에게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해야겠다. 주지 못한 선물도 줘야지.'
그리고 그는 죽었다.

아아. 이 매정한 사람아. 미친듯이 뛰는 심장이, 세상이 무너진듯 흐르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아아, 이 매정한 사람아. 차에 치여 피를 흘리면서도 꽃다발을 놓지 않았다 했다. 아아, 이 어리석은 사람아. 그게 그리도 중요했느냐. 아아, 이 멍청한 사람아. 그깟 선물과 너의 생명이 비교나 되느냐. 너의 존재가 곧 신비였고 선물이였는데! 그 꽃을 놓쳤으면 새로 사면 되는 것이 아니냐. 꽃이 없어도 충분치 않았느냐. 아아……. 제대로 울음이 되지도 못한 슬픔이 끅끅대며 허공을 긁었다.

붉에 부어 쓰라린 눈을 크게 뜨고 공책에 처박았다. 내가 그토록 그리던 사람이 그 안에 있었다. 내가 넘어지면 어느새 내 곁에 서 있고, 내가 아프면 나보다 먼저 알아채고 손을 내밀고, 내가 힘들면 나도 몰래 곁에서 기다려주던 그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이 멍청하고도 어리석은 여자를 아무도 몰래 지켜주던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

성실하고도 무심한 남자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9월의 탄생석처럼 성실하고 9월 9일의 탄생화처럼 무심했던 남자는 끝까지 그 생일에 숨겨진 이름대로 눈을 감았다. 성실하고 또 무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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