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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커미션 / 2차 / 하이큐 / 츠키시마드림 ] ㅈㅇㄴ님
WRITTEN BY . Logann    DATE . 161027

해가 졌다. 희미하게 흐르던 온기가 사라지고 차가운 냉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세상을 그러안기 시작한 어둠은 차갑게 얼어붙어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공포보다는 당혹스러움이, 그리고 두려움보다는 어이없음이 깊게 자리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시작을 알 수 없는 물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

손에 묻은 피, 발아래에 질척거리는 피가 기묘했다. 너는 왜 여기에 누워있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머리가 아프게 울렸다. 더듬거리며 닿은 손에 달라붙는 거친 호흡과 점점 가늘어져가는 신음이 환상과도 같이 귓가에 맴돌았다.

“셀, 레네?”
항상 잘만 부르던 이름이 갈기갈기 찢겨있었다.
“…아…. 케, 이?”
항상 생기로 반짝이던 노란색의 눈이 탁하게 흐려져 있었다.
“잘 안 보인다….”
힘없이 스러져가는 목소리가 질척거리며 손끝에 달라붙었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발끝에 겨우 닿았던 것이 발을 넘어 점점 번져가고 있었다. 처음으로 공포에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눈길을 잡아당겼다.
“케…이?”
뭉그러지기 시작하는 셀레네의 음성이 제대로 귀에 닿지 않았다. 희미한 달빛 아래에서 보이는 셀레네는 젖어있어서 도대체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디야….”
“…케이….”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았다. 피가 얼마나 빠져나간 거지. 엉망진창으로 뒤엉키는 머리에 거칠게 안경을 추켜올렸다.
“미안.”
“…어?”
잇새로 뭉개진 말이 피 웅덩이 속으로 녹아내렸다. 신발 밑창에서 무릎으로, 그리고 옷자락에까지 스며들기 시작하는 셀레네의 시간이 너무도 무거웠다. 점점 차가워져가는 셀레네의 몸을 더듬어가며 찾은 곳에서는 피가 쏟아지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
손으로, 혹은 옷으로 막을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확인한 곳만 해도 여러 곳이었다. 휑하니 뚫린 곳만 해도 몇 개. 살아남기 위해 여러 가지를 뒤집어쓴 이 옷 따위로 상처를 막는 것은 셀레네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여 버리는 꼴이었다.
“괜찮아.”
“왜, 혼자….”
덜덜 떨리는 셀레네의 손을 붙잡았다. 차갑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도 병신 같아서 츠키시마는 그 작은 손에 얼굴을 묻었다.
“어쩌다…콜록.”
“셀레네?!”
피를 토해내는 셀레네의 입가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닦아냈다.
“하아…. 케이….”
“말하지 마.”
손끝에 닿는 체온이 희미했다. 온기는 스러지고 점점 차가워지는 몸이 거짓말이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럴 리 없다고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머리가 저주스러웠다.
“약속, 못…지키….”
“지금 그게!”
아까보다 더 빛이 바랜 노란 눈에 비치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 너무도 멍청했다.
“다음에도….”
“그만 말 하….”
“만나자….”
흐르는 바람에 고여 있던 달이 일렁였다.
“…셀, 셀레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이 셀레네의 얼굴에 내려앉다가 황급히 떨어졌다. 확인을 하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아니야. 거짓말이야. 츠키시마의 눈에 공포가 스며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끌어안은 셀레나의 몸은 미적지근하고 차가운 것에 푹 젖어서 온기를 품고 있는지, 아니면 차갑게 식어버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

너는 아름다웠다. 질척하게 젖어 흘러내리는 셀레네를, 츠키시마는 혹여 그녀를 놓쳐 땅에 떨어질까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현실을 무시하기 위해 질끈 감은 검은색 너머로 셀레네의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케이!’
‘응.’
‘내일 부활 마치고 시간 괜찮아?’
‘하?’
‘내일 우리 집에 가자. 딸기 쇼트 줄게!’
‘가게에서 가져 온 거?’
‘으, 아니거든!?’
맑게 웃는 미소가 아름다웠다, 너는. 반짝이는 노란색 눈이 사랑스러웠다.

‘야, 댄스부 연습 구경 가자!’
‘츳키? 무슨 일 있어?’
‘…아니.’
‘괜찮아, 츳키?!’
‘시끄러워, 야마구치.’
이럴 줄 알았으면 한번쯤 가볼걸 그랬다. 춤추는 너를, 한번쯤 볼 걸 그랬다.

‘츠키시마한테 여자 친구가 있었어?’
‘안녕하세요, 세렌디 셀레네입니다.’
‘선배도 없는 여자 친구라니!’
‘저기서 구경해. 공 조심하고.’
‘왜 왔어?’
‘그야 구경하려고?’
‘어이, 츠키시마! 여자 친구한테 그게 뭐냐!’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반겨줄 걸 그랬다.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으면.

‘어때, 맛있어?’
‘흐응, 먹을 만하네.’
‘아이참, 맛있냐고!’
‘먹을 만 하다고.’
‘이익…. 먹지 마!
이럴 줄 알았으면 솔직하게 말해줄 걸 그랬다. 정말 맛있다고, 네가 만들어줘서 더 맛있었다고.

‘케이!’
‘뭐야, 왜 기다렸어?’
‘엑? 같이 가려고 기다리지!’
‘늦었거든?’
‘네가 데려다 줄 거잖아?’
‘하아? 누구 마음대로?’
사실은 반가웠다고 그렇게 말해줄 걸 그랬다. 지쳐서 더 걸을 힘도 없었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너를 보는 순간 힘이 솟는 것 같았다고,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후회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셀레네.

*

“셀레네.”
차갑게 식어버린 그녀는 답이 없었다.
“셀레네….”
미안해. 만약 네가 여기 오지 않았다면. 괜히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함께 합숙에 가자고 권유하던 사람들을 조금 더 확실히 말렸다면.
“오늘도 수고했어. 잘 자….”
뭔가 달라졌을까. 물기어린 목소리가 붉은 웅덩이 속으로 잠들었다.



- 落月,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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