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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커미션 / 2차 / 히로아카 / 바쿠토코 ] ㄷㄷㄷ님
WRITTEN BY . Logann    DATE . 160725

달콤함이 흘러내렸다. 사과 특유의 향내가 손끝에서 흩날렸다. 그 잔잔한 흐름을 바쿠고는 한참을 바라보다 손을 털어냈다. 뒤돌린 등에 한껏 달라붙은 사과내음이 진하게 그를 뒤따르는 것도 모르는 채로.

*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던 만큼 탈고 많고 말도 많던 운동회가 끝이 났다. 정말 큰 행사긴 한 건지 운동회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대운동회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미래의 히어로, 혹은 쓸모가 있거나 상성이 맞는 사이드킥을 기대하는 시선이겠지만. 남들의 사정이 어떻든 말든 전혀 관심이 없는 바쿠고는 쳇, 하고 혀를 차곤 텔레비전에서 지칠 줄 모르고 반복해서 내보내는 운동회 영상을 보며 이를 박박 갈았다. 제대로 데쿠 녀석을 찍어 누르지도 못한 것이 짜증나는데 몇몇 프로그램에서는 프로 히어로라는 것들을 데려다가 해설이랄까 조언까지 하고 있었다. 데쿠 하나 제대로 이기지 못하다니. 이를 바득바득 갈아대던 바쿠고는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시상대에 묶인 자신과 그 앞에 선 올마이트를 노려보다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

“학생 오늘 사과가 참 신선하단다!”
여느 때와 같이, 조금은 어수선하던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바쿠고는 저를 붙잡는 가게 주인의 목소리에 힐끔 고개를 돌렸다. 평소라면 관심도 주지 않을 사과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 청과에 관련된 개성을 가진 사람이랑 계약을 했거든, 평소에 우리 가게에서 파는 것들도 맛있었지만 이번 사과는 전과는 수준이 다를 정도로 정말 맛있단다!”
당당하게 소리치는 여주인의 말을 무시한 바쿠고가 슬쩍 가판대로 한걸음 다가섰다. 겨우 한 걸음에 코가 마비되어 버릴 정도로 확 퍼지는 사과 내음에 바쿠고가 인상을 찌푸리자 여주인이 깔깔 웃으며 입을 열었다.
“향이 좋긴 하지만 좀 세지? 이 달달한 향만큼이나 맛도 좋단다.”
바쿠고는 가만히 가판대에 서 있다가 한걸음 물러섰다. 사과를 사서 뭘 하겠다는 건가.
“바쿠고?”
몸을 돌리려던 바쿠고가 움찔거리며 멈춰 섰다.
“뭐.”
말을 거는 상대를 두고 몸을 돌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까, 라며 평소라면 하지 않을 생각을 하며 바쿠고가 몸을 돌리자 토코야미의 얼굴이 두 눈에 가득 들어찼다.
“너도 사과를 좋아하나?”
의아하다는 듯 묻는 토코야미의 곁에 있던 다크 쉐도우가 자신을 경계하며 으릉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에 바쿠고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다크 쉐도우를 마주 노려보며 짓씹듯 답했다.
“별로.”
“그래?”
“호호, 두 학생 다 아는 사이인 가봐?”
그다지 중요한 내용도 없는 이야기건만 대화가 기꺼웠다. 그런 대화에 끼어드는 가게 주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바로 몸을 돌려 응대하는 토코야미의 모습에 바쿠고도 몸을 돌렸다.
“같은 반입니다. 아, 사과 세알만 주세요.”
“학생 정말 사과 좋아하네. 매번 사가잖아.”
걸음걸음 내딛는 만큼 등 뒤를 노려보던 다크 쉐도우의 눈길이 흐려지고 깔깔대며 웃는 주인의 목소리와 토코야미의 목소리도 흐릿하게 들려왔다.
“네, 뭐….”
마침내 토코야미의 목소리 한 조각조차 그의 뒤를 쫓아오지 못할 만큼 멀리 왔을 때에야 바쿠고는 발을 멈췄다.
“사과, 라….”
상성이 나쁘면서도 이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개성을 휘두르던 토코야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일견 필사적이기까지 하던 얼굴. 상성에 굴하지 않으려던 근성까지. 바쿠고는 옅게 붉어진 뺨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 발을 한 걸음 내딛었다.
“…….”
걸음을 내딛은 채로 멈춰선 바쿠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젠장.”
조금 성급한 발걸음 소리가 지나온 길을 빠르게 되돌아가는 바쿠고를 뒤쫓았다. 코끝으로 사과 내음이 파고 들 즈음에야 바쿠고는 걸음을 늦췄다. 다시 되돌아온 가게에는 토코야미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먼저 와있던 손님이 원하는 과일을 봉지에 담아 내민 여주인이 바쿠고를 발견하곤 미소를 지었다.
“다시 왔네, 학생. 사과 사려고?”
“…세 개만….”
“그래, 특별히 맛있는 걸로 골라줄게.”
멍하니 서서 지켜보던 바쿠고는 여주인이 열심히 쌓여있는 사과를 뒤적여 유난히 붉고 향이 강한 것들만 골라 봉지에 담아 건네주는 것을 받아들었다. 값을 치르고 돌아서는 바쿠고의 코끝에 사과 내음이 맴돌았다.

*

토코야미는 책상위에 놓인 붉은 사과 한 알에 자리에 앉는 것도 잊고 눈만 깜박였다. 다크 쉐도우가 슬금 사과를 건드리려는 것을 제지한 토코야미는 주변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이거 누….”
“오오, 선물이냐?!”
“웨우! 토코야미, 너 이 자식 능력 좋은데?”
답은커녕 이때다 싶었는지 장난을 걸어오는 모습에 토코야미는 한숨을 뱉어내며 사과를 책상 끄트머리로 밀어냈다. 누가 둔건지는 모르는 것을 먹기는 조금 찝찝했다. 주인도 모르니 버릴 생각도 없지만. 코끝에 익숙한 사과 내음이 흩날렸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토코야미의 책상에는 사과가 놓여 있었다. 사과의 짙은 향내가 매혹적이었지만 토코야미는 여전히 손을 대지 않았다. 실수가 아닌 선물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의 행동은 변화가 없었다. 누구의 호의인지 모르는 것을 받아들일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토코야미의 행동에 신이 난 것은 카미라니라거나 미네타 같은 녀석들이었다. 바쿠고는 기껏 사다둔 사과를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 토코야미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면서도 뭐라 말을 하지 못해 입이 근질근질했다. 자리에 앉아서 바들거리는 바쿠고를 보는 미도리야의 시선에는 의아함이 깃들었다.

사과 선물이 거의 한 달이 되어갈 즈음, 토코야미를 신나게 놀려대던 1학년 A반 학생들은 기술반 녀석들까지 꾀어내 사과가 무해한 선물임을 기어코 증명했다. 처음으로 토코야미가 사과를 먹던 날, 바쿠고는 묘한 쾌감에 유난히 활기차졌고 그를 잘 아는 미도리야의 시선 속의 의아함은 더욱 짙어졌다.

“그런데 누가 계속 사과를 가져다 두는 걸까?”
아이자와로부터 넘겨받은 종이를 하나하나 체크하던 우라라카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에 곁에 앉아있던 하가쿠레가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못 잡았다구!”
“하긴 투명화 개성으로도 못 잡았으니까 궁금하긴 하지.”
“토코야미군은 안 궁금해?”
“아, 뭐….”
종이에서 눈을 뗀 토코야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계속 가져다 두는 그 사과 향이 무지 강하지 않아? 나 그런 사과 처음 봐.”
우라라카의 말에 토코야미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아, 하긴. 겨우 하나인데도 반 안에 향이 가득 찼지?”
어느새 야오요로즈를 비롯한 A반의 여학생 전원이 저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과일에 관련된 재능인걸까?”
“우리 학교에 그런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었어?”
“그럼 산건가?”
“돈 무지 많이 들었겠다.”
쑥덕거리는 여자아이들의 수다를 들으며 토코야미가 힐끔 바쿠고를 바라봤다. ‘향이 유난히 강한 사과’를 파는 가게는 이 동네에서는 단 한 곳뿐이었고 거의 한 달을 사과를 사갔다면 여주인이 기억하고 있을 거였다. 확인이야 쉽지. 토코야미는 고민을 미뤄두고 실습을 나갈 사무소를 결정하기 위해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

“역시 바쿠고, 너였네.”
사과를 사서 골목 안쪽으로 돌아선 바쿠고는 난데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혀를 찼다.
“뭐.”
뚱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학교에서와는 달리 폭력적으로 나오지 않는 모습에 토코야미는 신경질을 부리는 다크 쉐도우를 진정시켰다. 만약 정말로 바쿠고가 사과를 사다 두는 거라면 어쩌지. 어째서 그런 걸까. 토코야미는 수많은 고민을 하던 저가 어이없을 정도로 바로 정리되는 속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해 물어본 질문에 ‘이름은 모르지만’이라는 말로 시작된 여주인의 말은 정확하게 바쿠고를 묘사하고 있었다. 왜 너는 사과를 가져다 둔걸까.

토코야미는 눈앞에 서있는 바쿠고를 빤히 바라보았다. 너는 왜.
“불만 있냐?”
빈정거리듯 말하는 바쿠고의 얼굴이 미묘하게 붉어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고민하는 내내 일그러져있던 속이 명확하게 정리되었다. 순식간에 짜 맞춰진, 고민 뒤에 가려져 있던 마음에 토코야미는 슬금 얼굴을 쓸어내렸다.

‘미도리야.’
‘응?’
‘바쿠고는 사과를 좋아하나?’
‘응, 아니? 캇쨩은 매운 음식 좋아하는데.’

미도리야와의 대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네가. 사과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 네가 사과 향이 몸에 베일 정도로 사과를 산 이유를 나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좋아한다, 바쿠고.”
나와 사귀어주겠나? 일견 담담하기까지 한 말에 바쿠고가 거칠게 머리를 헤집었다. 그 거친 움직임에 봉지 속에 들어있던 사과가 짙은 향내를 뱉어냈다.
“그….”
그러던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붉게 물들어서는 버럭 내지르는 바쿠고의 목소리 사이로 짙은 사과 향내가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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