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Cetegory봄길 (1)나그꽃 (0)HQ (69)1차 (57)2차 (19)커미션 (27)시리즈 (14)
SUBJECT . [연성교환 / 2차 / 하이큐 / 시라부 드림] ㄴㄴ님
WRITTEN BY . Logann    DATE . 160513

익숙하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잔인하다. 긴 시간을 공유했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처참하다. 상대를 지나치게 잘 안다는 사실은 버석거릴 정도로 삭막하며, 두근거리는 자신의 감정마저도 깊고 깊어서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숨겨버리게 만든다. 오래 이어온 인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해서 쉽게 내뱉지 못하도록 입을 막아버린다. 시작이 아득할 정도로 긴 인연은 어떻게 특별해져도 결국 시간이라는 이름 앞에 합리화 되어버린다. 단언컨대 나의 사랑도 그랬다.

*

시간은 두근거림을 빼앗아 간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저 긴 시간동안 이어져온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그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이들이 서로의 스케줄을 알고 있으면 그건 두근거리는 사이이거나 그렇게 나아가는 중이고 오랫동안 알아온 이들이 서로의 스케줄을 알고 있으면 당연한 일이다. 오랫동안 당연하다는 듯 곁에 있었던 존재는 두려움을 낳는다. 혹시나 너는 나를 그렇게 보고 있지 않는데 내가 내 마음을 털어놓아 버려서 멀어져 버릴까봐. 그래서 감정을 깊이 삼켜버린다. 잃기 무서우니까, 싫으니까. 없어져 버리면 감당할 수 없는 빈자리와 갈 곳을 잃은 감정에 숨이 막혀버릴 테니까. 그래서 나도 그랬다.

*

치요리의 부드러운 살몬핑크색 눈이 가만히 시계의 초침을 노려보았다. 열, 아홉, 여덟……. 시계를 보며 정확하게 카운트를 하던 치요리는 시계에서 눈을 떼어내곤 발치에 내려놓았던 드링크 바구니를 벤치 위로 올려놓았다.
“휴식시간입니다!”
치요리의 선언에 벤치 근처에서 연습하고 있던 1학년들이 체육관의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소리 질렀다. 체육관 여기저기서 울리던 공 소리가 천천히 멈췄다. 당번인 1학년들이 바닥을 구르는 공들을 줍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에 흐른 땀을 닦는 것을 확인한 치요리는 어느새 저마다 알아서 꺼낸 드링크를 마시고 있는 주전멤버들에게 수건을 나누어 주었다.
“땡큐.”
수건을 받아든 텐도가 땀을 닦다가 다가오는 시라부를 보곤 슬금슬금 물러섰다. 그에 고개를 돌렸던 치요리는 눈앞에 서서 손을 내밀고 있는 시라부를 발견했다. 치요리는 허둥거리며 수건을 건네다 얇은 천 너머로 스친 손에 던지듯 수건을 놓아버렸다.
“?!”
떨어지는 수건에 놀라면서도 특유의 반사신경으로 무사히 잡아챈 시라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수건자락으로 땀을 닦던 시라부는 치요리를 위아래로 훑었다. 오늘은 특별히 보이는 상처가 없는 것에 조금 안도하면서도 시라부는 입을 열었다.
“야, 오늘은 안 넘어졌냐?”
“윽, 넌 내가 매일 넘어지는 줄 알아?”
“아니냐?”
당연히 넘어졌을 거라는 듯 말해오는 모양새에 치요리는 차마 선수를 때리지는 못하고 발을 구르다 발을 헛디뎌 미끄러졌다.
“어?!”
치요리의 짧은 백금발이 순간 허공에 나부꼈다.
“야!”
순간적으로 반응한 시라부가 치요리의 팔을 잡고 잡아당겼다. 건장한, 그것도 운동부 남학생의 힘에 손쉽게 이끌린 치요리가 시라부의 품속으로 떨어지자 시라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라부가 안도하든 말든 치요리는 온몸으로 전해지는 시라부의 체온과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에 놀라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하아…. 괜…!”
어린 새가 파드득 떠는 모양새마냥 시라부의 품을 벗어난 치요리가 시라부에게 변태니, 어쩌니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시라부는 시라부대로 도와준 은혜도 모른다느니 소리를 질러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라토리자와의 주전들은 말리기는커녕 저들끼리 저 둘이 아직도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니 그저 대단하다며 속닥거리기 바빴다.

*

시라부는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손안에 쉽게 잡히던 팔과 당기는 대로 딸려오던 몸. 예나 지금이나 눈을 뗄 수 없는 소꿉친구.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하던 그런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 나는 다른 눈으로 너를 보고 있었을까. 책상에 앉은 채로 등을 젖혀 천정을 바라보았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는 천정이 두 눈 가득 담겼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너는 나를 어떻게 볼 거야? 품에 쏙 들어오던 치요리가 허공에 흐릿하게 그려졌다. 코끝에 치요리의 향기가 맴도는 것 같았다.

*

치요리는 이불을 꽉 끌어안았다. 실수로 스쳤던 손끝이 화끈거렸다. 저도 모르게 안겼던 시라부의 품은 따뜻했다. 멍하니 기억을 더듬던 치요리가 거칠게 버둥거리다 못해 이불을 걷어찼다. 침대를 벗어나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린 이불을 응시하던 치요리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변태라고 해서 내가 싫어졌을까. 치요리의 눈에 우울함이 스며들었다. 당황했을까, 너는. 두근거렸을까, 너는. 나는 아직도 너의 품에 안겼던 그 감각이 남아있는데. 치요리는 멍하니 손을 들어 올려 가만히 바라보았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치요리는 한참 동안 손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아직도 따뜻한 체온이, 의외의 상황에 놀라 쿵쿵거리던 시라부의 심장소리가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았다.

       LIST


160513 [연성교환 / 2차 / 하이큐 / 시라부 드림] ㄴㄴ님    COMMENT. 0
160518 [연성교환 / 1차 / 해리포터AU]ㅇㅊㄹ님    COMMENT. 0
160518 [커미션 / 2차 / 하이큐 / 우카이 드림 ] ㄲㅈㅇㄴ님    COMMENT. 0
160614 [커미션 / 2차 / 히로아카 / 바쿠토코 ] ㄷㄷㄷ님    COMMENT. 0
160614 [연성교환 / 2차 / 쿠농 / 니지아카 ] ㄸㄹㅅ님    COMMENT. 0
160725 [커미션 / 2차 / 히로아카 / 바쿠토코 ] ㄷㄷㄷ님    COMMENT. 0
161027 [커미션 / 2차 / 하이큐 / 츠키시마드림 ] ㅈㅇㄴ님    COMMENT. 0
LIST     PREV [1] 2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KIMA + BO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