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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연성교환 / 1차 / 해리포터AU]ㅇㅊㄹ님
WRITTEN BY . Logann    DATE . 160518

머글이 닿지 못하는 곳, 비밀스러운 신비가 가득한 호그와트, 최고의 마법학교이며 신성한 배움의 장의 시간은 매우 활기차지만 동시에 나긋하게 흘러간다. 어서 자라고 싶은 어린 마법사들과 마녀들의 열정과 인정받고 싶다는 열망, 그리고 어린아이들다운 작은 사고들이 뒤섞여 아주 유쾌하게. 물론 호그와트도 결국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그 속에서 들여다보면 어지럽게 뒤얽힌 퍽 불쾌한 것들로 가득 차 있겠지만 말이다.

마법이라는 것은 마법사들의 핏줄을 이은자들만이 가지는 전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에 관련된 학설은 아주 많고 많지만 정답을 알 길은 없었다. 꽤나 폐쇄적인 그 세계는 새로이 유입되는 이들을 반기지 않았다. 부모 한쪽이 마법사인 이들에게도 퍽이나 잔인한 곳인데 완전히 유리되어있는 세상으로부터 온 이들에게 얼마나 잔혹할지는 쉽게 상상이 가능할 터였다. 물론 호그와트 그 자체는 개개인의 출신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었다. 창립자들도 슬리데린을 제외하면 그들이 어떤 피를 타고 태어 난 것인지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관심 있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용감한지, 얼마나 지식을 갈구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상냥한지 뿐이었으니까.

혈통의 순수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호그와트에서 슬리데린은 조금 특수했다. 그들은 순수한 피를 사랑했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반기지 않았다. 날선 혐오와 경멸, 그리고 배척은 그들을 고립시켰지만 그들은 오히려 그것이 그들의 고귀함을 증명하는 것인 마냥 콧대를 고고히 드높일 뿐이었다. 이런 슬리데린 안에서 머글들에게 상냥한 편인 선우바른이 얼마나 이질적인 사람으로 보일지는 아주 뻔하고도 뻔했다. 소문난 모범생에 성격도 좋고 다정한 사람. 심지어 책에 빠져 호그와트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레번클로의 몇몇까지 그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신우현도 다르지 않았다. 그와 얽히기 전까지만 해도 소문이 도는 딱 그 정도로만 그를 알았다. 그리핀도르 내부나 소문에서 그를 묘사하듯 얌전하고, 슬리데린이면서도 머글 출신이나 혼혈들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슬리데린 치고는 꽤 괜찮은 사람, 딱 그만큼만.

“얌전한 사람 다 얼어 죽었네.”
빗자루 정비 세트를 펼쳐놓곤 애지중지 빗자루를 관리하던 우현이 인상을 팍 구기곤 꿍얼거렸다. 그가 투덜대든 말든 여자아이들의 속닥거림 속의 선우바른은 점점 완벽한 왕자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그런 인간이 아닌데.”
꿍얼거리면서도 그의 손은 아주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우현의 곁에 누군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뭘 그렇게 꿍얼거려?”
“으아악! 먼지 날리잖아! 조심스럽게 앉으라고!”
“거참, 빗자루가 아주 연인이지?”
“시끄러, 빗자루가 얼마나 까다로운데. 제대로 관리 안하면 퀴디치 할 때 위험해.”
“그러냐.”
“어.”
“그래서 뭘 그렇게 꿍얼거리고 있냐?”
상대의 물음에 우현이 입을 꾹 다물었다. 할 말이야 많았다. 목구멍을 쳐대면서 내보내 달라고 징징대는 말들이 지들끼리 뒤엉키고 있었으니까. 우현은 어느새 멈춰버린 손을 바라보다 빗자루를 내려놓고 정비 세트를 주섬주섬 챙겨들었다.
“어이?”
“됐다.”
등 뒤로 닿아오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우현은 발을 멈추지 않고 기숙사 계단을 올랐다. 제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이유로 이렇게나 귀찮게 괴롭히는데 괜히 피해자를 늘리고 싶지 않았다. 물론 여기저기 말을 옮기는 실없는 사람이 되기 싫기도 했지만….
“제길….”
아직도 낮에 들었던 선우바른의 목소리가 귀에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아 우현은 거칠게 귀를 긁었다.

*

쿵쿵거리는 심장의 달음박질이 거슬렸다. 몸 밖으로 흘러내려서 저 녀석의 귀에 닿아버릴 것만 같아 심장 위를 꾹 눌렀다. 옷자락에 스치는 사부작거리는 로브소리와 호그와트의 돌바닥을 밟는 발걸음 소리가 괴로울 정도로 귀를 괴롭혔다. 머리에 제대로 도착하지 않는지 밭은 호흡이 천둥처럼 울리는 것 같았다.
“있잖아.”
조근 조근한 선우바른의 목소리가 호그와트의 돌 벽을 타고 달려와 주변에 뚝뚝 떨어졌다. 정말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

“잡종에게 그렇게 대해 줄 필요가 있어? 그래봤자….”
그래, 그날…복도 저편에서 들리는 말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아니 적어도 그날 퀴디치 연습이라도 잘 되어서 심사가 뒤틀려있지 않았다면 괜찮았을까.
“넌, 입 조심 해야겠다.”
조근 조근한 목소리에 숨어있던 뱀의 혀를 알아차렸었다면…달라지는 것이 있었을까.
“윽! 잘, 잘못했어!!”
문득 감은 눈앞으로 선우바른의 눈이 스쳐지나갔다. 탁한 하늘빛 눈에 섞여든 그 짜증 섞인 눈이….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곤, 저벅저벅 다가오는 그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머릿속에 왕왕 울리는 옛날이야기 속에서나 듣던 왕족이나 저 정도로 압도적일까. 도망은커녕 부드럽게 여자애들이 그토록 칭송하던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는 선우바른의 얼굴에 우현은 마른 침만 연신 삼켰었다.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면 정말로…. 후회는 언제 해도 늦은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선우바른은 더는 그 성격을 숨기지를 않았다, 오직 자신에게만.

처음에는 단순한, 정말 소소해서 짓궂은 기숙사 녀석들이 할 만한 장난 정도였고, 우현도 당연하게도 기숙사의 누군가가 한 일인 줄 알았다. 그것이 선우바른의 짓이란 것을 알아챈 것은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른 후였다. 교묘하게 짜인 함정에 걸려든 그에게 아무도 보지 못하게, 조용히 소름 돋는 미소 지어보이는 얼굴을 어렴풋이 보고 나서야 그제야 알게 되었으니까. 그간의 누구의 소행인지 알길 없는 괴롭힘과 홀연히 나타나 방해하고 사라지던 모든 것들이 누구의 소행이었는지.

“호그와트를 속여먹으면 좋냐?”
으르렁거리는 물음에 선우바른이 그려내는 미소가 소름 돋을 만큼 번듯했다.
“수완이지.”
유려한 목소리로 내놓는 답에 우현은 씹어 먹을 듯 선우바른을 노려봤다. 저딴 놈에게 속는 녀석들은 생각은 하고 사는 건가. 분노로 타오르는 우현의 연갈색 눈을 보며 선우바른이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어린 아이, 혹은 애완동물 따위를 바라보는 눈에 우현이 버럭 성을 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옷매무새를 다듬은 선우바른은 교실 문을 열며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호그와트를 속이고 있다고 말해봐. 누가 믿을까?”
“미친….”
“잡종에게까지 상냥한 선우바른? 아니면 퀴디치로 조금 유명하지만 기숙사 내에서는 말썽쟁이로 유명한 신우현? 누구일 것 같아?”
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선우바른의 뒤로 우현이 짓씹듯 내뱉었다.
“이래서 뱀 새끼들은 믿지 말라고…하.”
저주가 풀리지 않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우현이 거칠게 내리쳤다.

*

손이 돌바닥에 쓸리는 것은 상관없었다. 어차피 마법 세계에서는 이런 생체기 따위 약 한 방울이면 나아버릴 그리 중하지 않은 상처였으니까. 베인 상처 사이로 흘러나오는 피를 망토자락에 닦으며 내달리던 우현의 몸이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컥!”
“그러게 도망쳐봤자 금방 잡힌다니까?”
내가 수준 낮다고 말하니까 정말 수준이 낮아진 건가? 귀한 집 도련님다운 부드러운, 가식적이기까지 한 말투에 소름이 돋았다. 일어나기 위해 바르작거렸지만 선우바른의 발아래 망토의 끝자락이 밟혀 있어서야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일어나기위해 버둥거리는 것을 한참을 내려다보던 선우바른이 발을 치운 후에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경박하긴.”
헉헉거리는 거친 호흡 사이로 선우바른의 단정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미친….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욕지기에 쿵쿵거리는 심장소리가 뒤덮였다. 뭐라 입을 열려던 선우바른의 입이 잠시 움찔 거렸다. 그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였다.
“다쳤잖아. 상처는 방치하는 것 아냐.”
치료하러 같이 가줄까? 방긋 웃으며 내미는 손을 바라보는데 근처에서 여자아이들의 목소리가 흐르듯 지나갔다.
“응?”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되물어오는 선우바른과 그런 모습에 작게 감탄하며 발을 멈추고 힐끗대는 여자애들까지. 우현은 그의 손을 쳐내곤 일어섰다.
“됐어.”
우현의 눈에는 여전히 선량한 가면을 쓴 선우바른이 서있었다. 또라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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