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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오이스가] 우연과 인연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18

세상이 멈췄다. 오이카와는 그렇게 생각하며 가만히 눈만 깜박였다. 항상 소란스럽던 소꿉친구의 침묵이 이상했는지 이와이즈미의 시선이 오이카와에게 닿았다. 그것도 잠시, 이와이즈미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했다. 조용하면 좋지. 소꿉친구가 그를 방치하는 동안 오이카와의 시선은 카라스노의 코트에 닿아 있었다. 상쾌 군. 카게야마에게 밀려 코트에 나가지도 못하면서 어째서 저렇게 웃는 거지. 오이카와의 눈이 잘게 흔들렸다.


“나이스!”
“카게야마, 나이스 서브!”
카라스노 쪽의 코트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오이카와의 귓가에 매달렸다. 순간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흐릿해지며 상쾌 군의 목소리만 그의 귀에 닿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관중석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몸을 내밀었을 때서야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머리를 내리쳤다.
“야.”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가 보던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가 작게 눈살을 찌푸렸다. 카라스노.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냈다. 카게야마를 보고 있던 건가. 이와이즈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언제쯤이면 이 바보가 정신을 차리려나. 이와이즈미는 영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


어찌어찌 경기를 끝내고 집에 돌아온 오이카와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까부터 상쾌 군, 그러니까 카라스노의 3학년 세터인 스가와라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망했어! 오이카와는 머리를 베게에 가져다 박았다.
“으아아….”
오이카와는 방정맞게 뛰어대는 심장 위를 지그시 눌렀다. 좋아하나봐. 오이카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으아아!”
오이카와가 침대 위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감정을 자각하자마자 카라스노와의 연습경기 때부터 얼마 전의 인터뷰까지 카라스노에게 적대적으로 굴었던 자신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미워 할 거야! 오이카와는 과거의 자신을 욕하며 침대위에서 퍼덕거렸다.
“오이카와, 무슨…….”
아들의 방이 소란스럽자 걱정이 되어 방에 왔던 그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갔다. 물론 오이카와는 그것도 모른 채로 발버둥 칠뿐이었지만.


*


다음날, 오이카와의 얼굴을 본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비틀거리며 그를 스쳐지나가는 오이카와의 뒷목을 잡아챈 이와이즈미가 흉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 어제, 뭐 했어.”
한마디 한마디를 짓씹는 이와이즈미의 모습에 오이카와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소름을 애써 잠재우며 시선을 외면했다.
“야.”
점점 더 흉흉해지는 얼굴에 오이카와가 빽 소리질렀다.
“배구 안 봤어!”
“뻥 치지 마!”
쿠소카와! 이와이즈미의 고성과 함께 오이카와는 머리를 때리는 고통에 뒷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진짜 아니란 말이야!”
“거짓말 하지 말라고!”
“아냐! 진짜란 말이야!”
두 사람의 유치한 말다툼은 길에서 1학년들을 만나는 순간까지 계속되었다.


*


“…….”
이와이즈미는 얼마 전부터 상태가 영 아닌 오이카와를 죽여 버릴 듯 바라보았다. 그 열렬한 시선에 3학년들은 물론 1, 2학년, 심지어 감독과 코치마저 이와이즈미를 슬슬 피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정신이 얼마나 멀리 가 있는지 그 시선은 눈치 채지도 못했다. 결국 오이카와의 서브가 이와이즈미의 타점을 통과해 저 멀리 가버리자 이와이즈미가 참지 못하고 오이카와의 멱살을 잡고 체육관 밖으로 끄집어냈다.
“꺼져! 꺼져서 해결하고 와!”
졸지에 체육관에서 쫓겨난 오이카와는 입을 헤 벌리곤 닫혀버린 문을 바라보았다.
“앗?!”
“이와쨩!! 들여보내 주세요!”
지갑이랑 가방 다 체육관에 뒀단 말야! 문에 매달려 찡찡거리던 오이카와가 제풀에 지쳐 문에서 떨어지자 문이 조금 열리더니 마츠카와가 나타났다.
“맛층!”
들여보내 주는 거야? 오이카와의 얼굴이 펴지는 것을 보곤 마츠카와키 피식 대며 오이카와의 가방을 던져 주었다.
“왜 부실에 안두고 체육관에 뒀는진 모르지만 말이야. 나도 짜증나서.”
마츠카와가 비실 웃으며 체육관 문을 쾅 닫아버렸다.
“마츠응!! 내가 주장이라고! 오이카와 씨가 주장이에요!”
오이카와는 열렬하게 문을 두드렸지만 그 이후로 문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포기한 오이카와는 교문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된 이상……. 돌아서는 오이카와의 발걸음에 묘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


카라스노의 교문이 보이기 시작하자 오이카와가 져지를 슬쩍 잡아당겼다. 너무 튀지 않을까. 오이카와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카라스노 내로 들어갔다. 다행인지, 아니면 시간이 늦었는지 인적이 없는 교내를 둘러보며 오이카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카라스노 내의 지리는 잘 모르지만 걷다보면 보일 터였다.


운이 좋았는지 오이카와는 금방 카라스노 배구부가 연습중인 체육관을 발견했다. 열린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본 오이카와는 방긋 웃으며 팀원 한명의 등을 치고 있는 스가와라를 발견하곤 창을 등지며 주저앉아 버렸다.
“으아아!”
작게 비명을 지른 오이카와가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나 체육관 안을 바라보곤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얼마나 그랬을까, 카라스노의 연습이 끝나고 뒷정리를 시작하자 오이카와는 서둘러 교문쪽으로 몸을 돌렸다. 돌아서는 오이카와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문득 바라본 달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월요일에 오프니까 또 보러 올까? 걸어가는 오이카와의 등 뒤로 부드러운 달빛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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