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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아카보쿠] 그대여 (1)
WRITTEN BY . Logann    DATE . 160803

12월 2일 새벽 5시

Rrrr…Rrrr…Rrrr…Rrrr…
……
Rrrr…Rrrr…Rrrr…Rrrr…
……
Rrrr…Rrrr…
“음…새벽부터…무슨 일이야?”
잠이 고스란히 남은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 ……!! …!”
“…! 기, 기다려! 지금 바로 들어갈 테니까!”
“으음…여보…무슨 일이예요?”
“나 지금 연구소 들어가 봐야 하니까 당신은 더 자.”
작은 불빛을 토해내는 전등빛이 서둘러 하얀 와이셔츠에 팔을 꿰어 넣는 남편의 옷자락에 들러붙었다. 기묘하게 빛나는 그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여인은 연신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자, 홑몸도 아닌데.”
신발을 구겨 신고 나가는 남편의 등을 보며 여인은 아직 태가 나지 않는 홀쭉한 배만 조용히 쓰다듬었다.

12월 2일 오후 5시

“어쩌죠, 선배?”
공포가 아롱진 후배의 얼굴에 남자는 초조하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얇은 문 너머로 들리는 괴성, 연신 문에서 흘러내리는 신음소리. 손에 들린 휴대폰이 흐릿했다.
“크아아…!”
“헉! 야…야마모토, 너!! 안 돼!”
순간 남자의 손에 아슬아슬 걸려있던 휴대폰이 빛을 뿜어냈다.
- 여보?
희번뜩 빛나는 후배 연구원의 눈을 바라보며 남자가 소리 질렀다.
“츠바사, 도망가!”
- 무슨 말이야? 이상한 소리는 또…!
“으아아아아아악!”
괴물로 돌변해 도망치려는 후배를 짓밟고 마구 깨물어대는 야마모토를 남자는 희게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래에 깔린 후배의 버둥거림이 잦아들고 있었다.
“잘…잘 들어야 해, 츠바사. 지금 당장 삿포로에 계신 장인어른 댁으로 도망쳐. 어서.”
- 여보? 여보!
버둥대던 후배가 우뚝, 움직임을 멈췄다. 날 듯 덮친 야마모토가 다리를 물어뜯었다.
“큭!”
- 여보!!
새된 비명에 남자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카오루, 카오루야. 우리 애 이름.”
- 꺄아악! 대체, 대체 무슨 일이야!
“도망, 도망가.”
남자의 휴대폰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어느새 괴물이 되어버린 후배가 그의 팔을 물어뜯고 있었다.
도망가, 츠바사…카오루.

12월 2일 오후 9시

“진행 속도가 빠릅니다. 나라 연구소에서 시작된 이 괴질은 이미 인근 와카야마에까지 퍼졌습니다. 손을 쓸 방도가 없어요. 하필이면 혼슈에서….”
침착하지만 짜증과 분노 그리고 불신이 뒤범벅된 목소리가 회의장을 뒤덮고 있었다.
“교토는 어떻습니까.”
“일단 자위대가 막고 있긴 합니다만, 아시다시피 우리 자위….”
“교토를 제 1 방어선으로 삼습니다. 비행기 또한 막습니다. 주민 대피는….”
“시코쿠나 규슈는 괜찮을 겁니다. 괴물들이 물을 건넌다는 정보는….”
“신칸센도….”

12월 3일 오전 10시

“어제 뉴스 봤어?”
“아, 지진 말이지? 내륙 지진이라서 나라 쪽 완전 엉망이라며?”
야금야금 야키소바빵을 씹어 넘기던 보쿠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진 났어, 아카아시?”
“네, 어제 밤 즈음에 겨우 진정 되었다고 하던데요. 내륙에서 일어난 지진인데다가 무슨 공단인가, 연구소에서 흘러나온 물질 때문에 민간인의 접근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답니다.”
“헤에.”
역시 아카아시는 똑똑하네! 그 말을 끝으로 빵에 집중하는 보쿠토를 보는 아카아시의 눈이 미묘하게 가늘어졌다.

12월 3일 오후 5시

“어떻게 생각해, 너는?”
“뭘?”
언제 왔는지 드링크 병을 만지작거리는 켄마가 작게 물었다. 아카아시는 가볍게 답하며 주변을 훑었다. 대부분 쉬고 있었지만 체력이 남았는지 보쿠토와 쿠로오는 아직도 코트 안에서 날뛰고 있었다.
“나라.”
“지진?”
“응.”
날카로운 고양이 눈에 아카아시가 슬쩍 손가락을 매만졌다.
“조금, 이상하지 않나. 일본의 내진 설계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수준이야. 연구소나 공장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어. 지진의 여파 같은 것, 느끼지도 못했고.”
“약한 지진이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테지만…조용했어, 인터넷.”
코트 안을 누비는 보쿠토를 지켜보던 아카아시의 눈이 순간 켄마에게 닿았다가 다시 코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겨우 지진이 났다고 연락이 완전히 끊기는 건 아니야, 뭔가 있어.”
“그렇긴 한….”
“아카아시! 올려줘, 공!”
“하아.”
“아카아시!”
“가 봐.”
“어. 갑니다.”
코트로 발을 옮기는 아카아시의 뒤로 켄마의 눈길이 따라가다 코트 언저리에서 멈춰 섰다.

12월 4일 오전 5시

“아타미까지 도달했습니다.”
“시코쿠와 큐슈도 멀쩡하답니다.”
“교토가 무너지면서 가나자와는 물론 고마츠까지….”
“혼슈 전역에 대피 명령을…”
“이미 ㄴ…”
웅성웅성 거리던 소리가 책상을 두들기는 소리에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12월 4일 점심시간

“아카아시! 점심 먹으러 가자!”
선생님이 채 나가기도 전에 앞문이 열리면서 보쿠토가 뛰어 들어왔다. 수업 자료를 챙기던 선생님은 교과서로 보쿠토의 머리를 툭 치며 웃었다.
“너는 어쩜 3학년이 되어서도 똑같니?”
“앗, 아야카와쌤!”
반짝이는 보쿠토의 눈에 아야카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주머니에서 열쇠 하나를 꺼내 그의 손에 들려주었다.
“후배 밥은 먹이고 배구해라, 알았어?”
“넵!!”

*

“아카아시, 하나 더!”
보쿠토의 말에 아카아시는 힐끗 시계를 확인한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입니다. 더 늦으면 못 씻어요.”
“응!”
보쿠토가 공을 던지곤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카아시의 손끝을 타고 보쿠토의 손앞으로 흘러간 공이 호쾌하게 바닥에 부딪혔다. 깔끔한 선을 그리며 떨어진 스파이크에 보쿠토가 주먹을 불끈 쥐며 아카아시를 돌아봤다.
“아카아시!”
“네네, 대단하십니다. 공 주우세요.”
무감하게 네트를 끌어내리며 하는 말에 보쿠토는 손만 꼬물거리며 가만히 서 있었다.
“보쿠토상.”
“아, 응!”

체육관을 깔끔하게 정리한 아카아시는 문득 고개를 들어 작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파란 하늘에는 그 흔한 새한마리도 날지 않고 있었다.

12월 4일 부활 시간

“나이스!”
“하나 더!”
여느 때와 똑같았다. 달라진 점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똑같이 배구 연습에 몰두해 있었다. 밖에 나갔는지도 몰랐던 스즈메다가 사색이 되어 뛰어 들어오기 전까지는.
“어라, 걸레는?”
어설피 닫힌 문 사이로 상처가 그득한 손이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스즈메다가 밖으로 끌려 나갔다.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시로후쿠의 손에서 초코바가 떨어지고 그녀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아…아…꺄아아아아아악!!”
그녀의 비명에 근처에 있던 남자부원들이 그녀에게로 달려갔고 그들은 미친 것 같은 사람에게 깨물리는 스즈메다와 온몸이 상처로 뒤덮인 상태로 스즈메다를 덮치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그들은 곧바로 남자를 떼어냈지만 순식간에 남자에게 깨물렸다.
“으아아아악!!”
남자에게 손이 물린 배구부원은 서둘러 팔을 휘저었지만 남자는 떨어질 생각을 않았고 그 상황에 어이가 없어서 황당해 입을 벌린 소년들을 스즈메다가 덮쳤다.
“크아아아!!”
“으아악!!”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겨우 둘이었지만 순식간에 그 수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 상황을 뒤에서 바라보던 아카아시의 머릿속으로 며칠 전 켄마와 나눴던 이야기가 스쳐지나갔다.

- 이상해.
- 지진이 났다고 해도 이렇게 소식이 끊길 리가 없잖아.
- 뭐가 있어.

“대, 대체 무슨 일이야?!”
혼란이 가득한 보쿠토의 목소리에 현실로 끌려온 아카아시는 문 밖에 있던 이상한 남자가 체육관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 소리 질렀다.
“문, 문 닫아요!”
아카아시의 외침에 문 근처에 서있던 시로후쿠가 본능적으로 거칠게 문을 닫았다. 쿵,하고 닫히는 소리와 함께 체육관 철문이 거칠게 흔들렸다. 아카아시의 외침과 함께 달려 나갔던 코노하가 더듬거리며 체육관 문을 잠갔다. 그를 확인한 아카아시는 가볍게 도약해 체육관 벽에 난 작은 창문틀을 붙잡고 매달렸다. 이상해진 사람들은 미친 듯이 체육관 문을 두드리다가 운동장 저편으로 소리 지르며 도망가는 남학생 쪽으로 달려갔다.

*

“뭐, 뭐야?”
덜덜 떨리는 시로후쿠를 토닥이던 와시오가 심각한 얼굴로 휴대폰을 만지는 요나카를 힐끔 바라봤다.
“아카아시.”
“네?”
요나카의 부름에 아카아시가 답하자 그는 휴대폰을 내밀었다.
“받아봐라.”
“네. 전화 바꿨습니다.”

- 아카아시?
“응.”
- 그쪽도 이상한 사람들 나타났어?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켄마의 목소리에 아카아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쪽도?”
- 응. 괴성을 지르면서 사람을 깨무는 것들.
“…어. 방금….”
- 내가 늦었네.
“늦어?”
- 부활 하는데 나타났어. 학교 쪽이 시끄러워지기에 1학년들이 보러 갔다가 달고 오더라. 다행스럽게도 1학년들이 발이 빨라서 잡히기 전에 체육관 문을 닫았어.
그쪽은? 켄마의 물음에 아카아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쪽은 스즈메다 선배랑 일반 부원 몇이 당했어.”
- …사실 며칠 전부터 인터넷이 시끄러워. 게임 정보 사이트들도 이 이상한 사람들에 대해서 떠들고 있어. 도쿄만이 아니야. 오사카, 나라, 히로시마…도쿄보다 남쪽에 있는 도시들부터 시작해서…영상도 올라왔긴 한데 관심이 없어서 안 봤거든. 방금 봤더니 이쪽과 똑같아.
“…그래서?”
- 물리면 안 돼. 점프력은 일반인보다 좋아. 섬세한 작업은 못해. 그냥 보이는 대로 달려들 뿐이야.
“그….”

“윽….”
“왜 그래, 이가라시군?”

- ? 무슨 일이야?
“잠시만 후배가 발ㅈ….”
- …걔 몸에 물린 자국 있으면 당장 도망쳐. 물리면 방법이 없어.
“캬아악!”
덜덜 떨며 경련을 일으키던 이리가시가 그를 붙잡고 있던 시로후쿠를 물었다. 희번뜩거리는 불투명한 눈에 아카아시는 다시 한 번 뛰어 창밖을 확인했다. 아카아시는 거칠게 휴대폰을 옆에 서있던 코노하에게 떠넘기고 잠긴 체육관 문을 활짝 열었다.
“도망쳐!”
아카아시의 말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서둘러 체육관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몇몇은 덜덜 떠는 시로후쿠와 그를 깨물어대는 이리가시의 모습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정신 차려!”
아카아시는 거칠게 그들을 치면서 보쿠토를 잡아 끌어냈다. 체육관을 벗어나며 돌아본 곳에선 시로후쿠와 이리가시가 뒤떨어진 부원들을 깨무는 모습이었다.

챙그랑!

달리던 이들 앞으로 사람이 떨어졌다.
“뭐, 뭐야?”
아카아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떨어진 사람을 바라봤다. 뚜둑 거리며 뒤틀렸던 관절이 맞춰지고 있었다. 흔들리는 사람의 눈은 혼탁….
“도망쳐!”
아카아시의 말에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이리저리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로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부여잡았다.
“보쿠토상, 정신 차려요!”
“어, 어, 응!”
대답은 잘 하고 있었지만 아카아시는 손쉽게 그가 정상이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3년이나 같이 지낸 시로후쿠와 스즈메다가 괴물이 되는 것을 지켜봤고 방금 떨어진 사람도 3학년이었다. 단세포에 가깝지만 보쿠토는 바보가 아니었다.

*

다행히 부실 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카아시는 곧바로 부실로 들어가 보쿠토를 자리에 앉혔다. 흐리멍덩한 눈에 정신이 없는 눈.

“보쿠토상.”
“어….”
“보쿠토상!”
“어, 으응!”
“정신 똑바로 차려요.”
“으응….”
보쿠토를 진정시킨 아카아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 응.
“그쪽은 어때.”
- 부원들은 다 있어. 너희는?
“다 흩어졌는데.”
- …밖으로 돌아다니지 마. 위험 할 거야.
“…”
- 경찰에 신고해봤는데 아무도 안 받아. 거기도 이미 당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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