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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마츠하나/역키잡] 발을 맞추다 (2)
WRITTEN BY . Logann    DATE . 161130


둘, 박수 소리는 혼자 나지 않는다



맹세컨대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구원이 되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또래들보다 큰 키, 또래들보다 조금 더 차분하고 잘 돌아가는 머리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토스만을 고집하지 않고 어느 정도는 세터의 요구에 따라주는 수더분한 성격. 어른들이 칭찬했던 그 모든 것이 낳은 결과는 또래집단으로부터의 퇴출이었으니까.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신뢰가, 믿음이, 편애가 곧 그를 옭아매는 덫이 되었고 그것은 다른 아이들의 질투를 불러왔다는 것을. 그들의 눈에 장점이었던 것은 순식간에 단점이 되었고 결국 그것이 아이를 영원한 어둠 속에 처박았다는 것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할 의지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인간이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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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기에 선명하게 난 잇자국이 거슬렸다. 차라리 목덜미를 물면 티 안나게 가리기라도 하지 대체 여기는 왜, 도대체 어떻게 문 것인지. 하나마키는 등 뒤에서 뒹굴 거리는 소년이 비친 거울을 노려보았다.

“히로.”
“형.”
능글맞은 목소리에 하나마키가 짓씹듯 호칭을 정정했다.
“히로오.”
하나마키가 화가 나든 말든 꿋꿋하게 호칭을 고수하는 마츠카와의 모습에 하나마키는 마른세수를 했다. 망할 놈.
“형이라고 불러, 잇세이.”
지치는 것과는 별개로 다시 한 번 호칭을 정정해주며 하나마키는 손가락 틈새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비치는 마츠카와는 시커먼 짐승 같았다. 물론 밤에는 진짜 짐승이지만.

점점 다가오는 출근시간에 하나마키는 와이셔츠 자락을 매만졌다. 아무리 셔츠깃을 세우고 갖은 수를 써 봐도 조금 더 꼴사나워지거나 조금 더 많이 꼴사나워질 뿐인 제 모습에 그는 결국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목줄기 한가운데에 화려하게 자리 잡은 잇자국에 결국 그는 대강 바닥에 던져져있는 마츠카와의 스포즈 백을 걷어찼다. 어설프게 열려있던 지퍼 사이로 내용물이 쏟아지자 하나마키는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하나쯤은 구비해둘 물건을 찾아 성의 없이 발을 움직였다. 하나마키가 자신의 가방을 뒤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던 마츠카와는 결국 하나마키가 찾아낸 뜯지도 않은 파스봉투를 보곤 아쉬움이 가득 담긴 한숨을 토해냈다. 하나마키는 시계를 확인하곤 대강 봉투를 찢어 얼른 잇자국 위로 파스 하나를 발랐다.

“잘 어울리는데 가리지 말지.”
“…어이구, 이 화상아!”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벌거벗고 엉켜드는 마츠카와를 마구 때리며 하나마키가 버럭 소리 질렀다.
“학교나 가!”
“악! 히로, 아파! 나 오늘 개교기념일인데!”
“그럼 옷이나 좀 입던가! 나 출근하게 좀 꺼지고!”
“지금 부끄럼 타는 거…악!”
“네가 지금 MB주제에 WS한테 시비 거냐, 어?!”
“히로는 은퇴…악! 지금 배구선수가 사람을!!”
“난 은퇴해서 선수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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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하나마키씨 목이 왜 그래?”
“아…간밤에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제대로 긁어놔서요.”
“어머! 목을? 병원 가야하는 거 아니야? 병 같은 건….”
“이따 퇴근하고 가려고요. 보기 흉해서 일단 대충 가렸는데 너무 그런가요?”
“뭐 비글 같은 거라도 키우나?”
품 안 가득 종이를 짊어지고 지나가던 직원 하나가 묻자 하나마키를 걱정하던 여직원이 그를 타박했다.
“비글은 개지, 야마모토씨. 고양이라잖아.”
“그런가? 여하간 개든 고양이든 어릴 때 버릇을 잘 잡았어야해.”
짐승은 위계질서가 있잖아. 여직원의 훈수에 야마모토가 퉁퉁대며 한마디 내뱉으며 종이를 고쳐들었다.
“으이구…여튼 파스로 가리고 버티지 말고 꼭 제대로 병원도 가고 약 타다가 발라요. 아, 물론 하나마키씨가 방치하진 않겠지만…목인데 그러다 상하면 큰일 나니까.”
“하하, 네.”
여직원이 자신의 자리로 건너가는 것을 보던 하나마키가 한숨을 쉬며 오늘 할 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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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파라…”
슬금 등 뒤를 거울에 비춰보던 마츠카와는 머리카락만큼이나 붉어져있던 아침의 하나마키를 상상하며 작게 웃었다.
“여하간 아저씨가 되어서도 히로는 여전히 귀엽다니까.”
등 가득 새겨진 붉은 줄들이 욕실 문을 여는 마츠카와의 움직임에 함께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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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층! 왜 이렇게 늦었어!”
“오늘 수업도 없잖아.”
시간도 안 잡았어, 우리. 느긋하기만 한 마츠카와의 대꾸에 오이카와가 파르륵 떨었다.
“그래도 빨리 와서 연습해야지!”
파르르르 떠는 오이카와를 대충 넘긴 마츠카와가 알았다며 훌렁 셔츠를 벗어던졌다.
“꺄악, 맛층 변태! 어디서 옷을 벗는 거야!”
“얼른 옷 갈아입으라며.”
씨익 웃으며 몸을 돌리는 마츠카와에 오이카와는 어버버거리다가 등을 가득 메운 붉은 자국에 꺄악 거리며 눈을 가렸다. 그런 오이카와의 머리에 배구공이 작렬했고 그 소란에 배구부원들의 눈이 모두 그에게 향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소년들은 마츠카와의 등을 가득 메운 흔적을 보았고 그들은 아주 빠르게 그 흔적의 출처를 알아차렸고 이해했다.
“헉! 마츠카와 선배 등 다치셨습니까?!”
눈치 없이 그걸 언급하는 락교 후배 하나를 제외하고. 애초에 마츠카와는 연인이 싫어한다며 사진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연애하는 것을 숨기지도 않았고 상대가 연상이라는 것도 숨기지 않았으니까. 그저 마츠카와의 연인은 아주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것만 소근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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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르겠지. 어른들은 나에게 원하는 것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입 다물고 있기를 바랐다. 알아서 밥을 먹고 알아서 옷을 입고 알아서 학교가기를 바랐다. 존재감을 감추고 그들에게 부담이 되게 행동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기억하는 부모님들의 가장 첫 가르침은 ‘울지 마라.’였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금이나마 닿던 부모님들의 손길은 점차 사라져갔다. 옷을 챙겨 놓아주던 어머니의 손이 사라졌고 밥을 먹으라며 돈을 두고 가는 아버지의 손이 사라졌다. 대신 옷으로 가득 찬 옷장과 돈이 가득 들어있는 카드가 생겼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님을 놓치고 홀로 밤거리를 헤매면서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울지 마라.’, ‘번거롭게 하지 마라.’. 어른에게 남에게 기대어서는 안 된다는 말만 들어온, 그래서 빨리 철이 들어버린 어린 소년에게, 그렇게 강제로 어른스러워져서 손을 타지 않는 아이라는 말만 들어온 소년에게 처음 내밀어진 손은 정말 어색하고 새로워서 잊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왜 울고 있어?”
그렇게 울면 눈 아프지 않아? 으, 이거 봐. 빨갛게 달아올랐잖아. 조심스럽게 눈가에 내려앉는 손이 낯설었다.

있잖아요.

집에 돌아가서 어쩜 애가 이렇게 번거롭게 구냐고 혼쭐이 나고 온갖 말을 들으면서도 아이는 웃었다. 괜찮아요.

있잖아.

그를 따라 공을 손에 잡고, 그와 조금이라도 같은 것을 하기 위해 배구를 시작하면서 아이는 웃었다. 괜찮아.

당신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새를 당신에게 각인시켜 버린 거야.

그래서 분노했다. 그가 배구를 그만뒀다는 사실에. 그래서 행복했다. 그가 다시 배구를 한다는 사실에.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감내해줘요.

그러니까 나를 받아들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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