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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카게스가] 독백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26




  샘이 났다. 내게는 없는 재능에 한탄도 많이 했다. 밉기도 많이 미웠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내가 싸울 필요가 없어서, 내가 보낸 공이 막혀서 절망하는 에이스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괜찮아서, 심장을 찍어 누르는 것 같은 상대편 미들블로커들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안도해버리는 내가 지독하게 미웠다.

*

  공포였다. 망가져서 더는 뛰지 못하는 아사히의 모습은. 내가, 내가 못나서 그래. 무너진 아사히를 보며 더 무너진 얼굴을 하는 노야의 얼굴은 나를 난도질했다. 내가, 내가 약해서 그래.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겁쟁이야. 겁쟁이 스가와라. 미안해, 내가 약해서 미안해.

  부서진 까마귀의 날개깃을 그러모으며 울었다. 무서워. 나는 아사히를 다시 일으킬 힘이 없었다. 나는 무너져버린 노야를 다시 볼 용기가 없었다.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버린 까마귀들을 다시 모을 용기는 내겐 없었다. 겁쟁이, 겁쟁이 스가와라 코우시.

*

  여전히 빛나는 사람이었다. 대단하다고도 생각했다. 너도 나와 다르지 않을 진데 너는 어떻게 그렇게 빛이 나는지. 그림자 속에서 번뜩이는 눈이, 승리를 향한 집착이 꺾이지 않은 네가 부러웠다. 나는 더는 그러지 못하는데. 여전히 승리를 갈구할 줄 아는 네가 부럽고, 그런 너를 부러워하는 내가 한심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직 선명하게 오이카와 선배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내가 둔하다곤 해도 뒤에서 따라오는, 어떤 의미에서는 앞서나가는 능력 있는 사람이 얼마나 사람의 신경을 갉아 내리는지 아주 오랫동안 봐왔으니까.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2년이나 어린 후배에게 자리를 빼앗기고도 물러서지 않겠노라, 그렇게 말하는 모습이 정말로 멋졌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분명히 내가 더 뛰어났지만 내가 들어간 팀과 선배가 들어간 팀은 완전히 달랐다. 그게 지나온 시간의 힘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닮고 싶지 않았다. 이상했다. 수십 번, 수천 번, 수만 번을 생각하고 나서야 답을 내렸다. 이건 동경이 아니구나. 오이카와 선배의 스타일을 닮고 싶어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구나, 그제야 알았다.

*

  두 선배 모두 기본적으로 성실했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선배는 나를 자신을 압박하는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네게 지지 않을 거니까.’
‘네가 딴 1점, 내가 딴 1점을 합해서 함께 이기자.’

  아아, 그래. 그 모습에 반하고 말았다. 필사적으로 무너지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더 먼 앞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름답구나. 어쩌면 내가 따라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빛나 보였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로지 배구만을 원하고 사랑하던 심장은 어느새 다른 존재를 향해서 뛰고 있었다. 슬그머니 손을 얹은 심장이 쿵쿵거리며 뛰고 있었다.





“좋아해요.”
  “엑?!”
  공을 치려던 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갈 곳을 잃은 공이 데구륵 바닥을 굴렀다.
  “카, 카게야마?”

*

  자각한 심장은 배려가 없었다. 일상적으로 보던, 부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선배를 볼 수가 없었다. 진지하게 공에 집중하면서 서브를 갈고닦는 선배가 빛나 보였다. 저도 모르게 시선이 선배의 뒤를 쫓았다.

  “카게야마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집중을 못 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우카이 코치의 목소리가 한쪽 귀로 흘러내렸다. 무슨 일이 있냐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머리에 닿지도 않았다.
  “카게야마?”
  “네?!”
  들리는 건 오직, 스가와라 선배의 목소리 뿐.

*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당황한 듯 붉어진 뺨을 숨기지 못한 선배의 반문에 그저 다시 한 번 마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좋아합니다, 스가와라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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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2 [커미션 / 2차 / 멀리서 보면 푸른 봄 / 여준수현 ] ㄱㄹ님    COMMENT. 0
160426 [카게스가] 독백    COMMENT. 0
160501 [비공개/낼 마음 없는 회지 3p 쓰기] 그들의 시간  비밀글입니다  COMMENT. 0
160510 [아카보쿠 / 뱀파이어AU] 빛    COMMENT. 0
160510 [오이카게] 먼저 반하는 사람이 지는 법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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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18 아카보쿠 : 손부터 놓은 다음에 날 포기하겠다고 말해줄래?    COMMENT. 0
160518 마츠하나 :: 한때는 그대가 꽃인 적 있었다.    COMMENT. 0
160518 [연성교환 / 1차 / 해리포터AU]ㅇㅊㄹ님    COMMENT. 0
160518 [커미션 / 2차 / 하이큐 / 우카이 드림 ] ㄲㅈㅇㄴ님    COMMENT. 0
160520 카게히나 :: 네가 사랑이었다면 나는 더 고통스러워야 했다.    COMMENT. 0
160523 [우시오이/ For.Yeomyeong] 독백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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