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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동서 / 마피아 AU] 수호신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18

검은 어둠이 대지에 내렸다. 달빛이 핥듯이 세상을 비췄다. 붉은 밤이 으슥한 골목 안에 피어올랐다. 자박거리는 발걸음소리와 고함소리, 처참한 파열음이 어둠속을 뒤흔들었다.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달빛이 세상을 비추었다. 검고, 검게 물드는 세상이 광기를 드러내며 산자를 비웃었다. 검은 사신이 무거운 옷자락을 끌고 허공을 거닐었다. 산자를 나락으로 이끄는 손이 대지에 드리웠다.


“어서요!”
작은 남자가 자신의 배는 될법한 남자를 이끌었다. 남자의 눈에는 초점이 사라져있었다. 흐리멍텅한 눈 속에 어둠이 가득했다.
“노야.”
바스러질 것 같은 목소리가 어둠속을 기어 작은 남자의 귓가에 달라붙었다. 노야라고 불린 이가 그의 음성에 흠칫해서 뒤돌아섰다.
“아사히 상?”
“못, 못갈 것 같아.”
물기 가득한 음성에 노야의 눈매가 매섭게 올라갔다.
“헛소리 하지 마요!”
험악한 발걸음 소리와 고성, 그리고 비명이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그들의 뒤를 쫓았다. 결국 아사히의 발이 멈추자 노야가 뒤돌아섰다. 차마 소리 지르지 못하고 이를 가는 노야의 위로 달빛이 내려앉았다. 아사히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노야를 껴안았다.
“너라도, 너라도 가.”
바들거리는 음성에 노야가 고칠게 아사히의 타이를 끄집어 내렸다.
“뭐라고요?”
“같이 못 가.”
너라도 살아야지, 노야. 아슬아슬 떨리는 목소리와 흐리게 빛나는 눈을 바라보던 노야가 입술을 짓씹었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 이 어둠이 판치는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섬세하고 섬세한 사람. 그는 알고 있었다. 영원한 유대라는 맹세는 천천히 무너지는 곳, 어둠에 미쳐버리지 않고서는 결코 두발로 설 수 없는 곳. 섬세하고 연약한, 외모와는 다른 심약함을 지닌 이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곳. 노야는 아사히의 허리를 껴안았다.
“안돼요.”
못 버리고 가요. 그가 어떤 심정일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나약하고, 나약한 사람아, 그래서 더 강한 사람아. 노야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각오를 다지고 있는지.
“어떻게 될 질 아는데 어떻게 두고 가요.”
노야는 아사히를 안은 두 손에 힘을 줬다. 아사히의 손이 노야를 부드럽게 떨어트리고 그의 손이 다정하게 노야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안 돼.”
눈을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은 아사히가 노야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외면하는 노야의 턱을 붙잡아 시선을 맞춘 아사히가 부드럽게 웃었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는 노야가 두 눈 가득 들어왔다. 작은 사람, 하지만 큰 사람.
“미안하다, 노야.”
너만큼은 다치지 않길 바라. 작지만 끝없이 빛나는 별과도 같은 사람아. 아사히가 흐리게 미소 지었다. 그의 귓가로 남자들의 발자국소리와 총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살아야 해. 내가 가장 힘들 때면 언제나 나를 일깨워주는 그대여, 내가 무너지면 언제나 옆에서 일으켜 세워주는 그대여. 살아남아라.
“……다. 이제 가, 노야.”
아사히가 몸을 돌려 뒤로 달렸다. 빠르게 남은 탄환을 확인한 그가 모퉁이를 돌면서 더욱 가까워지는 적들의 소리에 온몸의 감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


귓가에 아사히의 목소리가 울렸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살아남아라, 살아남아라, 살아남아라. 너라면 할 수 있어. 믿고 있어. 노야의 눈에서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거짓말. 알고 있으면서.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당신이 있기에 강하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당신이 반드시 해줄 것이라고 믿기에 강해 보인다. 나는, 나는 아무것도 못해. 당신이 없으면, 당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는데. 노야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붉게 물든 달이 비웃듯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혼자 살아남아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미안해요. 항상 그랬지만, 이번 부탁도…….
“들어주지 못할 것 같아요, 아사히 상.”


*


아사히는 흐려지는 눈앞을 보면서 총을 내던졌다. 탄환이 다 떨어져 쓸모도 없는 것. 미련 없이 내버린 그가 허리춤에서 작은 칼을 하나 꺼냈다. 쓸 일이 없길 바랐는데.
“이야- 이 상황에서도 싸울 생각이신가?”
누군가의 빈정거림에도 아사히는 흐려지는 시야를 애써 부여잡으며 흐리게 웃었다. 못 죽는다. 죽어도 최대한 버틴 후에, 사랑하는 나의 서녘의 별이 살아날 수 있도록. 입속에 고인 피를 뱉어낸 그가 단단히 칼을 붙잡았다.
“쉽게는 못 죽어주지.”
이제야 용기를 내서 미안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내가 용감한 사람이었다면 너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해, 미안해. 아사히가 적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들 서로가 장애물이 되어 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얼마나 버텼을까, 아사히는 점점 둔해지는 자신의 몸을 알아챘다. 흐린 시야 사이로 이전보다 꽤 기울어진 달이 들어왔다. 이 정도면, 충분히….


탕!


누군가의 총구가 토해내는 총성을 들으며 그는 눈을 감았다. 죽음은, 생각보다 외로웠다. 노야. 나의 사랑스러운 서녘의 별.
“아사히, 상.”
다행이다. 아사히가 순간 눈을 크게 치떴다. 들려서는 안 돼는 목소리.
“노야!”
아사히의 고성이 허공을 갈랐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으아아아아!”


탕!


아사히는 화끈한, 온몸을 난도질하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노야를 바라보았다.
“거짓, 말.”
너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내 눈인가. 아사히는 흐려지는 정신을 애써 부여잡았다.
“왜, 왜….”
“혼자는 외롭잖아요.”
같이 가요, 나의 에이스. 노야의 눈이 천천히 흐려졌다. 어둠 속으로 뭉그러지는 그를 바라보면서 아사히가 굵은 눈물을 흘렸다.
“아, 아.”
나의 친해하는 서녘의 별, 나의 사랑하는….


*


“노야!”
“앗, 아사히 상!”
“안 다쳤어?”
“물론이죠! 전 카라스노의 수호신이니까요!”
수호신이 다치면 그게 말이 됩니까?! 작은 가슴을 두드리는 노야는 언제나 커보였다. 쑥스러워하며 입을 맞추는 자신을 언제나 믿어주던 작은 아이.
“그래도, 조심해.”
“무슨 일이 있으면 아사히 상이 지켜줄 거잖아요!”
“그, 그건 그렇지만!”
지켜줄게. 나의 작은 별.


*


아사히와 노야의 마지막 숨이 뒤얽혔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카라스노의 다른 이들이 두 사람을 발견했을 때, 두 사람은 겨우 손끝이 맞닿은 채 죽어있었다.


나의 에이스. 나의 별. 친애하는 나의 태양. 친애하는 나의 별. 나약하지만 굳건했던 나의 에이스. 작지만 강인했던 나의 별.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마지막도 같이 가요. 함께 가게 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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