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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무제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18

검은 연기를 내뿜는 더미 앞에 서자 불쾌함이 먼저 온 몸을 사로잡았다.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기억이 머리속을 휘젔자 조금씩 흘러내리는 능력이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증오한다고 말해도 좋은 '것'들과 비슷한 형태라는 것만으로 투기가 샘솟았다.

비교적 약한 근력과 체력, 그리고 제대로 훈련받은 기간이 극히 짧다는 단점은 장점을 가볍게 상회했다. 능력자이면서도 비정상적으로 뛰어난 제어와 센스를 빼면 능력 자체의 공격력은 형편없었다.

기동을 시작하는 더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한 발을 앞으로 빼고 자세를 낮추고 상대를 노려봤다. 내가 원하는 대로 셀 수 없이 많은, 작아서 육안으로는 식별조차 버거운 물의 입자들이 나와 더미 주변을 메우기 시작했다.

더미 주변에 더 많이 퍼진 물방울 중 몇개가 팡-하고 약하게 터져나갔다. 물을 조종하고 있는 내가 아니라면 자각하는 것 조차 불가능한 약한 반응과 함께 더미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원래 멀지 않은 곳에 서있었던지라 더미는 꽤나 빠르게 내 앞에 도달했다.

불결하기 짝이없는 검은 연기에 물방울들이 달라붙었다. 금새 물속에 녹아드는 기분나쁜 물질을 느끼며 검을 칼집에서 빠르게 뽑아내 휘둘렀다. 처음 마주한 더미의 외피가 생각보다 질겨 바로 검위로 물의 막을 덧씌웠다. 수십번, 수백번 반복한 습관대로 물의 막을 뒤집어쓴 곳에서부터 물줄기가 형성되었다. 빠르고 강하게 회전하는 물줄기는 가볍게 더미의 외피를 찢어발겼다. 이리저리 비산하는 외피의 파편에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뒤로 뺐다. 다리에 가해진 충격에 더미가 살짝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가슴쪽으로 검을 휘두르자 더미의 등쪽에서 또다시 물방울이 터지는 느낌이 왔다. 휙 꺾이는 더미의 몸체가 황당했다. 핵을 건드릴 수 없음에 바로 뒷걸음쳐 얼마정도 거리를 두자 더미의 몸체가 다시 올라와 처음과 같은 형태로 되돌아왔다.

슬쩍 시선을 내려 확인한 더미의 다리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징그러워, 젠장.'
입밖으로 내는 소리가 아닌지라 자연스럽게 옛 말투가 나옴에 한숨을 푹 내쉬곤 다시 더미에게 집중했다. 물방울이 터지는 것이 다시 느껴짐과 동시에 더미가 움직였다. 일반형이라 그런지 앞뒤 안가리고 달려드는게 고마웠다. 단단히 검을 틀어쥐고 검날 바로 아래의 물줄기를 조금 더 키웠다. 저게 또 허리를 꺾으면 곤란한 것은 다름아닌 나였다. 이번에는 나까지 달려들자 더미와의 거리는 더욱 빨리 줄어들었고 더미가 사정거리에 가까워지자마자 어께에서 허리까지 죽 그어내렸다.

검의 끝이 아슬아슬하게 더미의 어깨에 닿자마자 물줄기가 게걸스럽게 더미의 외피를 파헤졌다. 내가 달려든 속도와 나의 무게, 그리고 더미의 속도가 검이 좀더 깊히 파고들게 도와주었다. 순식간에 핵에 도달한 물줄기가 그것마저 탐하자 더미의 움직임이 멈췄다. 바로 검을 빼내 더미로부터 떨어졌다. 슬쩍 검을 이리저리 털며 손상된 곳을 찾았지만 다행히 이상은 없어보였다.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리며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
"더럽게 힘드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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