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의 화면이 검게 물들었다. 켄마가 살짝 인상을 쓰면서 게임기를 만지작거렸다. 여러 버튼을 누르고 충전기를 연결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켄마는 한숨을 쉬며 게임기를 내려놓았다.
“고장, 난건가.”
켄마는 게임기를 내려놓으면서도 미련이 남아 애꿎은 버튼만 눌렀다. 휴대폰에 깔린 게임은 재미가 없다. 켄마는 미련을 버리지 못해 게임기를 노려보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임도 못하니까 일단 식사부터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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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내려가자 엄마가 당황해서 바라보는 눈길에 켄마는 뺨을 긁적이며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달려온 엄마가 켄마를 살짝 밀어내곤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로 게임도 안하고 내려 온 거니? 오늘 배구부 쉬는 날이라고 했잖아. 테츠군도 안 왔는데?”
“고장 났어.”
“뭐가? 게임기?”
“응.”
어머, 어머. 그거 잘된 일이네. 엄마가 가볍게 투덜거리며 볶음밥을 켄마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럼 고칠거야?”
켄마는 잠시 고민하다가 밥을 입에 넣고 꼭꼭 씹어 삼켰다. 어쩔까. 솔직히 지금 가지고 있는 기계는 꽤나 구식이라 새로 나오는 게임의 절반 이상을 플레이할 수 없었다. 요 근래 쿠로가 인터하이 준비다, 시험 준비다, 라며 게임을 사지 못하게 한지라 용돈은 충분했다. 그럼 새로 살까. 켄마는 신중하게 가지고 있는 돈으로 새것을 살지, 아니면 고칠지 고민하면서 식사를 계속했다. 켄마가 아무 말 없이 밥을 먹는 동안 그의 엄마는 게임기 없이 식사하는 광경을 만끽했다. 그이 오면 자랑해야지. 켄마는 엄마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밥을 꼭꼭 씹어 삼켰다.
-띵동
켄마가 밥을 다 먹었을 즈음, 초인종이 울렸다. 켄마는 살작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엄마가 나갔다가 다른 사람과 함께 들어왔다.
“오, 켄마! 정말 게임기 고장난거야?”
그새 소식을 들었는지 호들갑을 떠는 쿠로오의 말에 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를 마쳤다. 켄마가 치우기도 전에 먼저 그릇을 들고 간 엄마가 오랜만에 둘이서 게임기 없이 놀라며 둘을 밀어냈다.
부엌에서 쫓겨난 두 사람은 일단 켄마의 방으로 올라갔다. 켄마가 꾸물대며 침대 속으로 들어가자 쿠로오가 책상위에 올려져있던 게임기를 들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버튼을 몇 번 눌러보던 쿠로오는 정말 고장이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쩔거야?”
“뭘?”
“이거.”
게임기를 가볍게 흔든 쿠로오가 가볍게 켄마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쿠로오는 켄마가 밀어내는 손에 순순히 밀려나서는 가볍게 웃었다.
“고칠거야?”
“모르겠어.”
“그럼?”
“새로 사고 싶기도 하고…….”
“흐응.”
켄마는 가만히 쿠로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꿈지럭거리며 쿠로오의 손을 잡았다. 쿠로오의 체온이 손끝을 타고 넘어왔다. 쿠로오가 쿡쿡 웃으며 켄마의 옆에 누워 그를 끌어안았다.
“어쩌고 싶은데?”
쿠로오의 품속에서 듣는 쿠로오의 목소리는 동동 울리는 느낌이 기묘했다.
“글쎄.”
가볍게 켄마의 정수리에 입을 맞춘 쿠로오가 속삭였다.
“원하는 대로 해.”
“…응.”
켄마는 그 품속에서 눈을 감았다. 안일한 제가 너무 싫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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