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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for.유에륜] 그대를 잊지 않기를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18

기묘한 형태를 지닌 병 안의 점성 있는 묘한 검은색 액체가 출렁거렸다. 작은 병을 빛에 비추며 관찰하는 아벨이 아련해 보인다, 라고 생각하며 엘은 아벨에게 다가섰다. 그 일련의 과정은 평범하고 일상적 이였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던 이사나가 무언가에 걸렸는지 넘어지는 순간부터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았다. 넘어지는 사람의 본능에 따라 이사나는 엘의 옷자락을 움켜쥐었고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엘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아벨의 팔을 쳤다.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카리아드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헉! 죄송해요, 카리아드!!"
오랜만에 실체화해서 아벨의 앞에 앉아 병을 관찰하던 카리아드는 갑작스레 자신을 덮친 재앙에 툴툴거리면서도 끈적끈적하게 흘러내리는 검은 액체를 닦아내려고 손을 움직였다. 그 모든 상황을 보고 있던 아벨이 카리아드를 막았다.
"잠깐만, 카리아드."
그의 시선이 머문 곳, 그러니까 깨진 유리병을 중심으로 기묘한 진이 그려지고 있었다.
"뭐..뭐지?!"
소란에 모닥불에서 벗어나 다가왔던 알리사가 소리쳤다. 모두가 놀라는 상황에서도 진은 느릿하지만 꾸준히 그려져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이 완성되자 카리아드의 몸과 조금이지만 아벨의 손에 묻어있던 검은 점액질이 진으로 빨려 들어가 꿈틀거리며 하나의 형상을 갖춰나갔다.
"오랫만이예요, 베르-그리고 카리아드."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갖춘 검은 점액질이 서서히 증발하며 그 사이로 붉은 입술이 나타났다. 입술이 열림과 동시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카리아드의 얼굴이 와작 구겨졌다.
“이 목소리는…….”
“아라아라- 나를 잊은 거예요? 역시 바보인가요―?”
천천히 얼음의 푸른기를 담아낸 듯한 눈이 드러나고 맑은 하늘을 닮은 연 하늘의 머리칼이 드러났다. 작은 소녀라는 것을 인식할 정도로 점액질이 사라졌을 때, 마법진에 기묘한 시곗바늘이 나타났다. 천천히 움직이는 시곗바늘을 힐끔 본 소녀가 사뿐히 진에서 걸어 나왔다. 허리께까지 오는 푸른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렸고 부드러운 미소를 베어 문 입과 다정함을 품은 푸른 눈이 반짝였다.
"피아? 당신이 왜……."
"너?!왜-!!"
눈살을 찌푸리는 아벨과 경악하며 소리를 지르는 카리아드를 눈에 담은 소녀가 입을 가리고 방긋 웃었다.
어느새 다함께 모닥불 주변에 모여 앉아있었다. 본래 그녀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카리아드는 아벨의 뒤에 앉아 퉁명스런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그러니까, 저는 류리피디아입니다. 류리-라고 불러주세요.”
사르르 눈꼬리를 접으며 건네는 말에 이사나와 알리사가 얼굴을 붉혔다.
“어…그러면 류…리씨도 그…밀레시안-인가요?”
무얼 생각하고 있었는지 혼자 멍하니 있던 엘이 내뱉은 말에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어버렸다. 저마다 힐끗거리며 아벨을 살피는 모습을 바라보던 류리가 꺄르륵 웃어버렸다.
“글쎄요-?”
“놀리지 말지?”
카리아드의 퉁명스런 말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곤 입을 가렸다.
“카리아드가 다난의 편을 들다니, 별일이네요. 뭐. 맞아요, 전 주로- 미친 연금술사라고 불렸죠.”
“르튜-! 르튜-!”
“?”
푸른색으로 몸을 휘감은 소녀가 치렁치렁한 제복을 입고 나타났다. 즐거운 듯 연신 몸을 방싯거리며 그의 앞에서 한 바퀴 빙글 돌곤 바로 섰다. 나풀거리는 옷자락과 베레모를 연상케 하는 모자의 하늘색이 어지럽게 허공을 수놓았다.
“정신 사납습니다.”
제대로 미친 거냐는 그의 말에도 짜증한번 내비치치않은 그녀가 맑게 웃었다.
“어울려? 나 왕정 연금술사가 되었어! 이건 엘리네드가 준 옷이야.”
모두가 다정하다고 말하는 푸른 눈이 곱게 휘었다. 그, 아벨은 잘 알고 있었다. 여신의 개라던가 온갖 흉흉한 말을 듣는 그와는 달리 그녀는 상당히 사랑받고 있었다. 밀레시안 답지 않은, 평범한 다난과 비슷한 속도의 습득력(물론 멍청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과 어리바리하고 사고뭉치지만 그것이 밉지 않아 모두에게 호감을 사는 행동 등은 다난의 적대감을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녀 또한 밀레시안이기에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그녀 또한 그것을 원치 않았다. 그저, 자신은 다리라며 웃고는 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잘 어울리냐니까, 르튜?”
에린을 사랑했다. 그 속에 살아가는 다난도, 포워르 마저도. 그리고 그녀를 장기짝으로나 보는 까마귀 여신조차도.
“잘 어울립니다.”
그의 말에 사르륵 웃어버리는 그녀를 보던 아벨이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멀찍이 떨어져나와 류리와 이사나들을 바라보던 아벨에게 카리아드가 중얼거렸다.
“저 녀석은…….”
“밀레시안이 아닌 것 같다고?”
그의 말에 카리아드가 다시 와작 얼굴을 구기자 아벨이 그녀 쪽으로 눈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그 길을 택했을 뿐이야.”
무감각해져버린 자신과는 달리 그녀는 아직도 상처받고 그 상처를 헤집는다. 그녀는 유일하게, 그 오랜 시간을 괴물로 취급받으며 살았지만 아직까지 상처받는 이였다.
“왜 혼자 떨어져 있어, 르튜.”
“난 보이지도 않-?!”
사뿐히 조심스런 몸짓으로 그의 앞에 앉은 그녀가 아벨의 뺨을 쓸어내렸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그것이 껍데기에 지나지 않더라도.”
“너-!”
“‘나’는 계속해서 걱정하고 있어. 그녀는 상냥하니까.”
천천히 눈을 감는 그녀를 보던 아벨이 입을 열었다.
“‘류리피디아’는 어디에 있죠?”
“……. 글쎄-. 나는 그녀가 만든 파편일 뿐이야. 카리아드와 네가 뒤집어쓴 그 액체는 정령들을 옮길 때 쓰는 액체를 조작한 거야. 그녀의 방식대로. 그리고 약간의 우연과, 억지로 태어난 거지. 나는 그 액체를 매개로 당신들의 기억을 기반으로 해서 눈을 뜬 ‘더미’일 뿐이야.”
조금이지만 섬뜩한 미소에 카리아드가 아벨을 만지고 있던 그녀의 손을 쳐냈다.
“만지지-.”
“하지만 이건 확실해. 그녀는- 어리석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정이 넘치던 그녀는 당신을 걱정하고 있어. 아베르튜. 그건 알아두도록 해.”
모두가 잊고 있었던 마법진의 시계바늘이 어느새 한 바퀴를 돌아 시작점에 거의 다 와 있었다.
“즐거웠어요. 다들 평안하기를.”
조금씩 흐려지는 그녀가 아벨을 돌아봤다.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세상을 떠돌지라도 그 스스로를 믿어요.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자신이 가진 마음을, 자신이 가진 영혼을 무시하지 말아요. 그것이 조작되고 개조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 근간은 어떤 자도 건들지 못하니까…….”
어느새 거의 흩어진 소녀의 입술이 둥근 호를 그렸다.
“행복하라고. 당신의 기억 속의 아픔은 잊어도 좋…….”
완전히 사라져버린 그녀와 마법 진을 보던 아벨이 나무에 몸을 기대었다. 카리아드와 이야기 하던 사이 연주된 자장가로 인해 잠들어 버린 이사나들을 응시하던 카리아드가 활로 되돌아가자 아벨이 그녀의 잔상을 눈으로 쫓았다.
“더미, 라이거죠. 역시 엉뚱하기 그지없네요. 그녀는.”
류리피디아. 유쾌하고 어린 아이로나 보이던 그녀는 긴 시간을 에린에서 존재했다. 때론 다난처럼 지나오기도 했고, 때론 밀레시안처럼 지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단 한 번도 전투를 위한 기술을 익히지 않았다. 연성연금술이나 악기연주 따위에 집중하던 그녀는 마치 집과도 같았다. 그리고 늘 말했었다.
“평안하기를. 절대 자신을 잊지 않기를. 존재하는 가치조차도…여신의 손에 놀아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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