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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우시오이/ For.Yeomyeong] 독백
WRITTEN BY . Logann    DATE . 160523

시간이 물 흐르듯 흘러간다. 시간에 매인 감정은 흘러가는 시간에 쓸려가지 않고 바지런히 제 몸을 키워 강하게 그 앞에 섰다. 우시지마 와카토시, 시라토리자와 고등부의 주전 윙-스파이커이자 에이스인 소년은 액정 속에서 진지하게 서있는 소년을 핥듯이 바라보았다. 그의 최후의 몸은 그 아슬아슬한 내음만을 남기고 스러진 후였다. 만약에. 그래, 정말 만약에 우리가 같은 학교였다면…그랬다면 조금 달랐을까. 패배를 미워하진 않았다. 어쩔 그는 최선을 다했다.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방심하지도 않았다. 최선을 다해 맞부딪힌 후에 왕관을 빼앗겼다. 그래, 아쉽고 패배가 분하기도 했지만. 그래, 괜찮았다. 최선을 다해 부딪쳐 진 것인 만큼 후회보다는 조금 더 필사적이지 못했다는 짙은 아쉬움만이 돌멩이처럼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간 지켜봐온 조언도 후배들에게 무사히 건넸으니 그가 더 할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 손에 남은 미련은, 이 마음이 향하는 미련은 무엇인가.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빈손을 괜히 움찔거리며 액정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블록을 뚫고 스파이크를 성공한 스파이커에게 달려가 환호하는 소년이, 오이카와 토오루가 명확하게 비치고 있었다.

훌륭한 세터. 우시지마가 오이카와에게 내리는 평가는 그러했다. 훌륭하지만 그를 받쳐줄 스파이커 재원이 극히 부족한 학교에 가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는 사람. 우시지마 와카토시가 내리는 평가는 그러했다. 그래서 그와 대학교 체육관에서 마주쳤을 때, 그가 마음을 다잡았나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오이카와는 여전히 오이카와였다. 그의 눈이 팀원 전체를 샅샅이 훑으며 그들을 위한 토스코스를 고민하는 것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오이카와 토오루는 그에게 공을 보내는 것을 못견뎌했으나 코트 안에 들어서면, 경기가 시작되면 그를 철저하게 이용했다.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재능에 압도당하지 않고 자신을 믿으나 철저하게 자신의 포지션에 최선을 다하는 세터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씨앗의 형태로 잠들고 있던 감정에 물이 뿌려지고 햇볕이 쏟아지면 그 씨앗은 순식간에 발아한다. 껍데기를 벗어내고 땅거죽을 밀어내며 고개를 든다. 오이카와 토오루를 향한 우시지마의 감정이 그러했다. 그의 감정은 나날이 빛을 더해갔다. 활짝 피고 아름다이 빛나며. 그리고 마침내 우시지마의 감정은 커다란 꽃망울을 피워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천하에 둘도 없는 목석같던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오이카와 한정으로 한없이 섬세해졌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만큼 위대했다.

강렬하게 뒤쫓는 우시지마의 시선을 오이카와도 알았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시선. 6년의 라이벌에게 공을 올려야한다는 사실, 아무렇지도 않게 그에게 공을 보내야한다는 사실에 오이카와를 몰아붙였다. 대학교에는 그런 그를 말려줄 자가 없었으므로 오이카와가 과로로 쓰러지는 것은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

오이카와의 기숙사방문 앞, 우시지마는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방문 앞에 서서 홀로 기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주겠다. 다, 다 주겠다. 제발, 아프지만 말아다오.

오이카와가 과로에 몸살이 겹쳐 쓰러진지 겨우 나흘. 우시지마 와카토시는 비어버린 자의 자리를 처절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낯설면서도 그 존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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