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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오 테츠로
11월 17일
머위 공평
밤나무 정직
시간은 정직하다. 들인 시간은 배반하지 않는다. 소년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무섭다고 돌아서도 괜찮았다. 하지만 소년은 돌아서지 않았다. 귀찮다고 돌아서도 괜찮았다. 하지만 소년은 돌아서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얽힌 시간은 아주 공평하게 소년과 소년의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네가 더 강해. 네가 있으면 더 강해질 거다, 우리는. 그것은 진심이었다. 소년은 제 소꿉친구를 잘 알았다. 상냥한 사람. 아주 많이 귀찮아하고 배구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있지만 그는 줄곧 어울려 주었으니까. 괜찮아. 시간은 간다. 시간은 공평하고, 소름 돋을 만치 정직하다. 소년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제 소꿉친구와 들인 아주 긴 시간을. 겨우 화면 너머로 보고 어설피 따라하던 그 시간을. 그리고 그렇게 들인 시간은 지금 이렇게 우리의 두 손에 담겨 있으니.
소년은 그래서 3학년이 싫었다. 과거의 잔재에 취해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는 이들. 자신보다 뛰어난 자를 인정하지 못하는 멍청이들. 네가 강한 건 우리 2학년과 1학년들이 잘 알아. 소년은 그렇게 내뱉은 말을 단 하나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3학년이 은퇴한 후에 드러난 고양이는 정말로 그랬다.
뛰어난 리베로와 뛰어난 세터가 있었다. 결정력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뛰어난 멘탈을 지닌 에이스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 블록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갈고 닦은 시간을 믿었다. 부족한 것들은 곧 들어올 아이들이 메워줄 수 있을 것이다. 소년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믿었다.
소년이 믿는 것은 자신들이 가장 강하다는 오만이 아니었다. 그저 들여온 시간과, 시간이 되돌려주는 정직하기 그지없는 대가를 믿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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