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와카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들은 말이 사실인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뺨에 닿는 바람은 차고 눈을 찌르는 햇빛은 따가웠다. 천천히 눈을 내려 우시지마를 바라보자 그의 얼굴은 평소와 같이 덤덤했다.
"뭐라고 했어?"
평소와는 달라 장난끼가 한점도 들어있지 않은 말에 우시지마는 담담하게 답했다.
"헤어지자."
그의 말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심장에 틀어박혔다. 심장이 붉은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오이카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담담히 서 있는 우시지마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천천히 숨을 들이키고 우시지마의 눈을 바라보았다. 저 머리 속에는 무슨 생각이 잠들어 있는가.
"진심이야?"
오이카와를 아는 이들이라면 그는 오이카와가 아니라 소리지를 모양새로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차게 얼어붙은, 조금의 분노도 드러나지 않는 얼굴에 우시지마의 얼굴이 조금 흐트러졌다. 귀찮은건가. 잔뜩 비틀린 오이카와의 악마가 속삭였다. 버려지는거다.
예상과는 다른 차가운 얼굴에 우시지마는 섬짓한 기분이 들어 오이카와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은 사람을 나타내는 창. 평소와는 달리 굳게 닫혀 속을 내보이지 않는 눈에 우시지마는 서둘러 손을 내뻗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가운 거절.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챈 그가 강하게 오이카와를 껴안았다.
"장난이다."
벗어나려하지 않음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우시지마는 돌아오지 않는 답에 입술을 짓씹으며 품속의 연인의 정수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가.
"장난, 장난이다. 오이카와."
내가 너에게 이별을 고할리가 있는가. 나의 친애하는 연인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