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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우시오이 / 미완성] 죽어버린 너와 나의 시간에 마지막 키스를
WRITTEN BY . Logann    DATE . 161004

1. 모든 것은 그대의 꿈속으로

     

쿵하고 가라앉았다. 시간은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기억은 천천히 침잠하여 숨을 옥죄었다. 지나가버린 모든 것은 산란히 부서지고 다가오는 모든 것은 무저갱에 처박혔다. 잔인한 너의 손자국은 희미해질 대로 희미해져 기억의 저편에 부서져 내렸다. 처참하고 허무한 시간은 조각 조각나 내 뒤로 버려졌다.

     

*

     

꿈이라고 해도 좋았다. 사실 꿈이라고 했으면 믿었을 터였다. 허상이라고 했다면 더없이 기뻐했을 터였다. 텅 비어버린 옆의 온기도, 더는 애정을 가지고 닿아오지 않는 너의 시선도, 모든 것이 너무도 쓸쓸했다. 나를 봐, 우시와카쨩. 화답하는 이 하나 없어 덧없이 부서진 애정이 너의 시선 한 조각을 갈구하고 있음에도, 덤덤한 얼굴로 기민하게 나의 마음에 화답하던 너는 더 이상 여기 없었다.

     

나는 무얼 위해 여기 서있나.

     

*

     

와카토시!”

내일은 연습경기를 위해 출국해야하니 무조건 쉬라는 감독과 코치의 강압 아닌 강압에 우리는 체육관에서 쫓겨났다. 하나같이 연습에 미친 자들이라 장비가 있으면 또 나가서 훈련할지도 모른다며 보호대며, 신발같이 중요한 것들부터 손목 보호대나 드링크 병같이 자잘한 것들까지 빼앗기고 옷을 입은 몸뚱아리와 휴대폰, 그리고 지갑만 달랑 든 채로 훈련소 밖으로 내던져진 우리는 멍하니 굳게 닫혀버린 문 앞에 서있었다. 그렇게 서 있으면 저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것 마냥. 배구에 짧게는 6, 길게는 10년이 넘게 배구에 인생을 쏟아낸 자들이 난데없이 주어진 휴식시간에 무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아니면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우시지마 와카토시의 애인이 나타나는 그 순간까지.

     

감독이나 코치를 비롯해서 팀원들까지, 같은 국기를 가슴에 얹고 경기를 뛰는 모두는 알고 있었다. 우시지마와 내가 연인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 둘 중 그 애정이 더 무거운 사람은 우시지마였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전 국가대표들 사이에서 눈치 없고, 상대가 연장자든, 더 높은 지위에 앉아있는 사람이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말가리는 법 없기로 유명한 우시지마가 유일하게 말을 가리고 눈치를 보는 사람은 감독이나 코치도 아닌 단 한사람, 오이카와였다. 상대가 누가 됐든, 1이라는 의도로 말을 했을 때 절대 1로 재깍 받아들이는 법이 없는 우시지마는 오이카와가 1이라고 말하면 자신이 1이라고 생각했든, 2라고 생각했든 오이카와의 입에서 1이라고 나왔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1로 받아들였다. 그걸 보고도 두 사람이 아무런 관계도 아닌, 그저 팀 메이트라고 믿을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눈치 없기로는 우시지마와 쌍벽을 다투는 카게야마조차도 입을 헤 벌리고 나와 우시지마, 그리고 그의 새 연인을 번갈아봤다. 자연스럽게 우시지마의 팔에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며 그와 데이트를 떠나는 여자의 모습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

     

너희, 무슨 일 있냐?”

무신경한, 아니 직설적인 사쿠사의 물음에 오이카와는 애매한 미소만 흘렸다. 카게야마는 충격 받았는지 그의 앞에 놓인 음료를 마실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고 나머지들도 정도만 덜했을 뿐 충분히 충격 받은 얼굴이었다.

.”

앞에 놓인 아메리카노만 연신 홀짝이는 오이카와를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던 사쿠사는 몸에 힘을 빼고 늘어졌다.

앞으로 또 복장터지겠구만.”

그의 말에 멍하니 음료만 보고 있던 모두가 퍼뜩 사쿠사를 쳐다보았다.

?”

, 그게 무무슨 소리!”

목소리가 쩍쩍 갈라지는 그의 말에 사쿠사가 마스크를 슬쩍 내리고 음료에 꽂힌 빨대를 잘근잘근 깨물었다.

애초에 우시와카 녀석이랑 소통이 되는 건 오이카와, 저 녀석 덕분이었잖아. 이제 연인도 아닌데 우시지마 녀석이 오이카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겠냐?”

사쿠사의 말이 오이카와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무겁게 떨어지는 고개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카게야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보다. 괜찮으십니까?”

어지간히 충격이었는지 어릴 적 이후론 들어본 일이 없는 카게야마의 존대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그제야 중요한건 답이 없는 눈새의 재림이 아닌 오이카와, 국가 대표팀의 주전 세터의 멘탈이라는 것을 모두가 상기해냈다.

     

망했다. 어쩐지 오늘 유난히 서브 미스나 토스 미스, 우시지마 활용도가 떨어진다 싶더라니! 모두의 얼굴에 깊은 수심이 베여들었다.

     

     

     

2. 비틀림은 한 순간의 어긋남에서부터

     

우시지마와 오이카와의 연애는 국가 대표 단체 훈련소 밖으로는 새어나가지 않았지만 그 내부에서는 매우 유명한 이야기였다. 우시지마가 누군가와 대화하다 상대의 복장을 터뜨릴 지경이 되면 호출되는 것은 오이카와였고 우시지마가 사고를 치면 수습하는 것도 오이카와였으니까. 그런 커플의 이별과 이별이 정확히는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헤어지자마자 여자친구가 생긴 우시지마의 이야기는 훈련에 지친 그들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이야기였다. 국가 대표 타이틀을 딴 이상 그들 모두 각자의 종목에 푹 빠져있었으나 좋은 이야깃거리는 그와 별개인 법. 훈련소를 뜨겁게 달군 화제는 남자 배구 연습경기에서 주전 세터 오이카와가 아닌 벤치 멤버인 카게야마가 스타팅으로 출전하면서 그 열기를 더해갔다.

     

*

     

경기는 엉망이었다. 우시지마는 여전했지만 흔들려버린 오이카와의 멘탈은 쉽게 수복이 되지 않았다. 특유의 섬세함으로 쉽게 팀원들에게 딱 맞는 토스를 올려주는 그였지만 그 성격이 발목을 붙잡았다. 오이카와의 섬세한 토스와 서브는 그의 멘탈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당연히 그는 출국이후 공식 연습에서 엉망진창이었다. 결국 경기에 스타팅으로 나간 세터는 카게야마였다. 카게야마는 천재고 우수한 세터지만 오이카와와 비교했을 때, 그는 팀원들과 맞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의 메인 파트너인 히나타가 부상으로 시즌 이탈한 상태였으니 무슨 말을 더할까.

     

     

     

* 167월 기준 남자 배구 세계 랭킹에서 폴란드(268p)2, 일본(66p)14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Republic of Korea)42p22.

* 폴란드와 일본의 연습경기는 허구입니다. (검색 귀찮았어)(소설이잖아)(답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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