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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쿠로켄 / for. 리에토] 뒤따라가기
WRITTEN BY . Logann    DATE . 160418

휘날리는 벚꽃을 담은 켄마의 눈동자가 얇아졌다. 언제나 곁에서 걷던 혹은 한걸음 뒤에서 따라오던 기척이 사라졌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외로운 일이었다. 휘날리는 벚꽃으로 물든 하늘에서 시선을 뗀 켄마는 천천히 게임기를 갈무리했다. 게임을 할 기분이 아니야. 빈 손을 움찔거리던 켄마는 멍하니 누군가를 그렸다. 잠버릇 탓에 비죽거리는 머리카락을 가진 소꿉친구를. 벌써 3번째인데도 그에게 이 시기는 너무도 가혹했다.


*


오리엔테이션 주라며 빨리 끝난 수업 덕분에 할 일이 없어진 쿠로오는 적당히 빈 책상에 앉아 창 너머로 펼쳐진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항상 지켜봐온 존재가 없는 한해는 얼마나 느리게 흘러가려나.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에 휘날려 날아가는 벚꽃잎 몇 장을 보며 멍하니 있던 쿠로오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충 가방에 물건들을 쑤셔 넣고 강의실을 나서는 쿠로오의 등 뒤로 어둠이 설핏 가라앉았다.


*


“그래서 배구를 그만 둘 생각인 게냐?”
켄마는 힐끗 네코마타 감독의 얼굴을 살폈다.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얼굴. 화난건지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 알 길이 없는 얼굴에 켄마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네코마타는 어느새 검정색이 더 많아진 켄마의 정수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날카로운 눈과 주변을 넓게 살피는 눈은 스스로가 편하게 생존하기 위해 발달되어있었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람이고 그 선 너머로 들여놓는 이는 극소수였다. 네코마타, 그가 알고 있는 이들만 해도 손으로 꼽을 정도였으니.
“나는 상관 없다만, 그래도 정말 좋으냐?”
담담한 물음에 켄마는 그저 고개만 깊이 숙일 뿐이었다.
“그럼 오늘은 집에 돌아가 보려무나. 더 고민해보고 확신이 서면 다시 얘기하자.”
“네.”
조용히 일어나 상담실을 나가버리는 모습에 네코마타는 의자 깊이 몸을 묻었다.


*


텅 비어있는 체육관에 쿠로오는 멍청하게 눈만 깜박이다가 그제야 이맘때쯤이면 부원 모집에 앞서 상담주간을 가진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조금 더 일찍 부를 나갈 인원과 자신처럼 늦게까지 남을 이들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시기. 쿠로오는 바로 몸을 돌려 네코마타가 있을 상담실 쪽으로 발을 옮겼다.


*


“그만 둔다고요?”
“글세, 아직 모르는 일 아니겠느냐?”
허허로이 웃는 네코마타의 얼굴에 쿠로오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의 억지 아닌 억지로 시작된 배구는….


*


“켄마!”
집에 돌아오자마자 게임을 하고 있던 켄마는 파르륵 떨며 눈앞에서 씩씩거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겨우 몇 개월 만에 쿠로오는 정말 어른 같아졌다. 멍하니 그를 살피던 켄마는 순식간에 눈앞을 가득 채우는 쿠로오의 얼굴에 파득거리며 물러섰다.
“쿠, 쿠로?”
쿠로오는 가만히 켄마를 바라보았다. 또다시 내가 강요하는 건 아닐까.
“켄마, 배구 그만둔다고 했다며.”
학교갔다가 들었어. 덤덤한 쿠로오의 말에 켄마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정말 하기 싫어?”
응, 켄마? 답 없는 켄마의 모습에 쿠로오가 천천히 그를 끌어안았다.
“내가 없다는 이유로 안하는 거면 안 그러면 좋겠어. 카라스노의 꼬맹이랑 또 만나기로 너 약속했었잖아.”
“쇼요야.”
제대로 불러.
“어이어이, 왜 거기서 태클입니까?”
“사실인 걸 뭐라 할 이유는 없잖아.”
“배구 계속 하자. 대학 와서도 배구 해야지, 나랑.”
“싫어.”
쿠로오는 제 품안에서 게임기를 들고 빠르게 스테이지를 깨나가는 켄마를 보며 설핏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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