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그러니까 유네라는 세상이 미웠다. 스큅이라는 굴레에 매여 자신을 증오하는 오라버니, 겉으로는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온 사방으로 뿌려대는 어머니와 무심하지만 자상한 아버지를 연기하는 아버지도 증오스럽기 짝이 없었다. 소녀는 영민했고 세상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기 보다는 착하게 굴며 사랑으로 자신을 둘러싸는 것에 더 집중했다. 그런 그녀의 몸부림은 순혈 사회에서 영민한 아가씨로 소문나게 해주었다. 하지만 소녀는 힘들었고, 동시에 괴로웠다. 이제는 스스로도 모를 진짜 그녀를 받아주길 바라는 열망은 소녀를 지치게 했다.
호그와트에서 편지가 날아왔을 때, 소녀는 환호했다.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소녀를 사로잡았고, 하루하루 손꼽아 미지의 학교로 떠날 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호그와트에서의 첫날, 소녀의 넥타이가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물들었을 때, 소녀의 작은 소망은 산산히 부서졌다. 아이들은 상상 이상으로 예민한 존재였다. 진실로 대하는 듯 하면서도 진실되지 않은 소녀는 금세 무리에서 겉돌았다. 얼핏 보면 소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노란 오소리들 사이에 들어가있었지만 소녀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은 저 무리 속에 존재하지 않노라고.
그래서 소녀는 그 소년과 눈이 마주쳤을때 조금 놀라고 말았다. 약한 녹색빛을 띄는 연회색의 곱슬거리는 머리칼이 약간 길게 내려와있었다. 소년은 부드럽게 에메랄드빛 눈을 휘며 웃었다.
"안녕?"
소녀는 아주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응, 안녕."
두근거리는 마음과는 달리 나오는 목소리는 평온했다.
"너도 신입생이지! 난 필립 카우프만이야. 너는?"
쾌활한 목소리에 소녀도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유네라, 시오탄트. 넌 야생의 오소리같구나?"
소녀는 몸을 돌려 기숙사로 걸음을 옮겼다. 따라오지 못하고 부서지는 목소리가 망토자락을 잡아채는 것을 무시하며.
그것은 소녀가 기억하기에, 누군가가 사심없이 말을 걸어준 첫 대화였다고, 그리고 불편하지 않게 끝난 첫 대화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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